다녀온지가 벌써 열흘이 넘었군요. 게울러서 정리를 못하다가 이제 늦게 글을 올림니다.
개인적으로 실크로드라는 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오래전 일본 NHK에서 제작한 실크로드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서 언젠가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나 너무나도 멀고 먼 땅. 동경속에서나 존재할 뿐 실제로는 가볼 수 없는 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될었을 때 쯤, 갑자기 갈 기회가 생깁니다. 그리고는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요.
실크로드는 중국과 서역, 더 나아가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문명의 교역로입니다. 많은 문명을 꽃피우게 했으며, 다시 이 길을 통해 침입한 이 민족에 의해 문명이 멸망하는 비운을 겪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서역을 거쳐 유럽까지 이어진 실크로드는 문명을 낳아 키운 준 요람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신장은 문명교류의 십자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혜초와 고선지 그리고 키질천불동의 한락연까지 우리 민족과도 많은 관련을 가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신장의 실크로드는 세가지 루트로 나뉩니다. 타크라마칸 사막 북쪽으로 투르판에서 갈라져 천산산맥 북쪽으로 가는 천산북로, 남쪽으로 가는 천산남로. 타크라마칸 사막 남쪽의 호탄을 거쳐 카슈카르에 이르는 서역 남로가 그것입니다. 흔히 실크로드의 시작점을 서안으로 봅니다. 그러나 돈황은 고대부터 중국의 국경이자, 서역의 시작점이라는 의미에서 실크로드의 진정한 시작은 돈황부터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중국의 올림픽과 겹친 일정으로 항공기와 철도 사정상 카슈카르에서 꺼꾸로 짚어 오게 되었습니다. 북경을 거쳐 우루무치에서 카슈카르, 서역남로인 호탄 민풍을 거쳐, 사막공로를 타고 타크라마칸 사막을 횡단. 쿠차, 쿠얼러 투르판을 거쳐 돈황에 이르는 천산남로를 따라갔습니다.
실크로드는 7세기 중엽 당나라가 타림 분지에 안서도호부(安西都護府)를 설치한 무렵이 최성기(最盛期)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선지 장군이 탈라스 전투에서 패배한 이후 신장지역은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납니다. 중국은 18세기 청나라 건륭제 시기에 와서 다시 경영권을 확보하며 중국에 편입시키게 됩니다. 이전까지 신장 지역은 중국에게는 단지 서역일 뿐이었습니다. 신장의 한자인 疆자도 이때 새롭게 만든 것입니다. 이疆자는 언듯 복잡해 보이지만 이 지역을 문자로 표시한 재미있는 글자입니다.
疆 弓 은 중국 서쪽의 경계를 나타냅니다. 즉 국경선 모양이 이렇다는 것이지요. 弓 밖의 土자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을 얘기합니다. 땅을 위구르어로 스탄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카자흐스탄, 키르키스탄,아프카니스탄,파키스탄 등을 나타냅니다. 맨위의 一은 알타이 산맥 그아래 田은 중가리아분지, 중간 一은 천산산맥, 아래의 田은 타림분지 맨아래 一은 곤륜 산맥을 뜻합니다.
신장지역은 여러 20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중 주요한 민족은 위그루족, 카자흐족,회족 등입니다.
위그루족 여인입니다. 아이가 둘인 아줌마네요. 위그루족은 중앙아시아의 투르쿠계민족입니다. 동양인과 생김새도 다릅니다. 풍습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고, 다니다 보면 신장이 중국땅이라는 것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18세기에 중국에 편입된 이후의 격렬한 저항, 그리고 1949년 모택동의 의해 점령(한족들은 해방이라고 표현합니다)된 이후에도 독립의 의지를 붙태우고 있습니다. 종교와 풍습이 한족과 워낙 다르다 보니 한족을 무척 싫어합니다. 지금은 간간히 한족과 결혼하는 위그루 처녀들이 있다고 합니다만, 예전에는 한족과 결혼은 당연히 반대합니다. 꼭 결혼하고 싶다는 한족 총각이 찾아오면 조건을 붙여서 허락해 주었다는군요.
이런 처녀와 결혼하겠다고 찾아온 총각에게 내건 조건이란..
위그루족은 무슬림이니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족이 위그루 처녀와 결혼하고 싶으면 몸안에 있는 돼지의 냄새를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총각을 거꾸로 매달고, 입과 코, 귀를 막고 항문으로 물을 집어넣어 몸둥이로 한참을 내려칩니다. 그리고 입과 코로 물을 빼냅니다. 총각이 살 수 있을까요? 당근 죽겠지요.즉 결혼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다음은 카자흐족입니다.
터키인과 몽골인의 혼혈인종이며 양과 염소를 주로 키우는 유목민입니다. 당연히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이며 중앙아시아의 주요인종입니다. 그런데 위 사진의 카자흐족은 왠지 이상해 보입니다. 왠지 된장냄새도 좀 나구요. 예 맞습니다. 같이 여행간 제 친구 녀석이 카자흐 전통 의상을 입고 찍은 것입니다.
카자흐족에게는 '말채찍아래 연애하기'란 재미난 풍습이 있습니다. 유목 생활을 하다보니 봄부터 가을까지는 초원에 나가 있습니다. 당연히 처녀 총각들이 연애할 시간이 없습니다. 따라서 유목생활이 정리되는 가을, 한 자리에 모입니다. 그리고 출발점과 반환점을 정합니다. 총각들은 말을 타고 출발선에서 시작하여 반환점을 돌아, 출발선에 나란히 앉아있는 처녀들에게 달려갑니다. 물론 선착순이지요. 먼저 도착한 넘이 미녀앞에 설 수 있습니다.그러면 이 총각과 처녀는 사이좋게 말을 타고 걸으면서 반환점까지 갑니다. 둘이 서로 마음에 들면 반환점을 돌아 나란히 출발선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문제는 처녀가 총각이 마음에 들지 않다거나, 나름 찜해둔 총각이 있는데 다른 넘이 와서 그 총각이 기회를 잃어버렸을 때입니다. 이럴 경우 처녀는 반환점을 돌자마자 말채찍으로 총각을 때려댑니다. 총각은 꽁지빠져라 도망갑니다. 만약에 처녀의 말 채찍에 모자가 떨어지는 날이면 3년간 장가를 못 간다고 합니다. 죽어라 도망갈만 하겠지요.
다음으로 신장에 많은 민족이 회족입니다.
회족은 아라비아 반도의 무슬림이 중국에 와서 한족과 결혼하고 만들어진 혼혈족입니다. 무슬림이지만 한족과 혼인한 관계로 문화적으로 한족과 가장 가까운 무슬림입니다. 겉 모습도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무슬림이지만 위구르족이나 카자흐족들은 회족을 무척이나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족은 아라비안 반도에서 중국까지 장사를 나와서 살다가는 결국 자신은 다시 아랍으로 돌아갑니다. 그 자식들은 결국은 버려진 신세로 한족 사이에서 살아 갈 수 밖에 없습니다. 回族의 回는 결국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생깁새도 한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무슬림과 한족이 갈등이 발생해 대치를 하면 구분하기는 쉽습니다. 생김새도 다르지만 무슬림은 모자를 쓰게 때문입니다. 그런데 갈등이 길어지고 문제가 생기면 슬그머니 모자를 벗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회족입니다. 모자만 벗으면 한족과 생긴 것이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양다리를 걸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회족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위그루나 카자흐족 같은 무슬림들이 싫어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신장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타크라마칸 사막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한 면적의 6배정도로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사막입니다.
길이가 1000km, 너비가 500km 정도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모래만이 있는 말 그대로 모래사막입니다. 타크라마칸이라는 뜻은 들어가면 못 나오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중국인들은 이 사막을 관통하는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즉 천산남로와 서역남로간의 연결 도로를 만든 것입니다. 이 사막 한가운데서 석유가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운 좋은 넘들,애고 부러워라)
타크라마칸에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막을 지나던 중국인이 어쩌다가 일행과 헤어집니다. 혼자걷는 중국인은 버려진 일본인과 미국인을 만나 함께 걷습니다. 같이 가던 일행은 멀리서 무엇인가 반짝 거리는 물체를 발견합니다. 주워보니 노 란 양은 도시락입니다. 도시락을 열자 펑소리와 함께 사막 신령이 나타납니다. ' 내가 300년간 도시락에 갇혀 있었는데, 너희들 덕을 풀려났다. 그 보답으로 소원 세가지를 들어주마' 하는 것입니다.
미국인이 먼저 나섭니다. 먼저 금을 주시오. 신령은 금을 줍니다. 더 많이 주시오. 신령은 더 많이 줍니다. 이제 이 금과 같이 집에 보내 주시오. 하고는 집으로 보내집니다.
일본인 나섭니다. 이쁜 마누라를 주시오. 이쁜 마누라가 나타납니다. 더 많이 주시오. 더 많은 예쁜 처자들이 나타납니다. 이제 저 들과 같이 집에 보내주시오. 하고는 집으로 갑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인이 남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한 중국인 갈증이 나니 술을 한병 주시오 합니다. 앉아서 홀짝홀짝 술을 다 마신 중국인, 또 한병 주시오. 두병째 마신 중국인 알딸딸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중국인 마지막으로 한마디 합니다. 심심하니 아까 그 두넘을 불러주시오^^
사막에 버려진 한국 넘이군요.
그래서 다시 만난 3명은 다시 길을 갑니다. 이번에도 멀리서 무엇인가 반짝거립니다. 가서 보니 스테인레스 도시락입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펑하고 사막 신령이 나타납니다. '나는 200년간 갇혀 있었는데 너희들 덕으로 풀려나게 되었으니 두가지 소원을 들어주마' 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넘을 힐끗 쳐다본 미국넘과 일본넘은 아무래도 불안합니다. 그래서 얘기합니다. 이번에 중국넘 니가 먼저 소원을 말해라
중국넘 소원을 말합니다. 아까 먹을 술이 다 깨서, 다시 술을 한병 주시오. 혼자서 홀짝거리며 이 술을 다 마신 중국넘,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미디 합니다. 뭐 기분도 좋으니 필요한게 읍네.
그만 가시오^^;
신장 실크로드 개요가 너무 농담으로 흘렀나요. 다음에 계속하지요
첫댓글 카자흐족 그 넘 입니다. 사진빨 죽이넹@~!***
ㅎㅎㅎ 추억이 새록새록~! 위의 적나라한 카작인 사진은 제게도 더 있습니다. 함께 찍은 카작 여인네들 사진도 많지요. 후후
카작인 사진 보내라 글에 써먹게 멜로..
좋은여행 하셨군요..자세한설명과 함께 사진 잘 보았습니다..
좋으셨쎄요? 전 알타이 산맥과 중가리아 분지를 갔다왔습니다. 양쌤 천지에서 사진 찍으셨네요. 보기 좋습니다. ㅋㅋ 함 뵈야죠? ^^
날 잡아요.
다음에는 같이 가시지요. 다시한번 뭉쳐서.... 훝어져야 사나?
교수니미~ 우째 지내시는지요? 놀아주지도 않으시궁.. ㅠ.ㅠ
너무 가보고 싶은곳 입니다 ㅠㅠ....짧은 기간에 다녀올수만 있다면 ㅠㅠ...
현우야~ 열심히 일해야지~ ^^ 담에 기회되면 같이가자.
차 안에서 주무시는줄 알았더니 열심히 경청하고 열심히 보셨네요. 기억력도 대단하십니다. 전 열흘 지나고나니 기억도 가물가물~ . 사막과 돈황에서 찍은 제 사진 제 메일로 좀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실장과 여자정실장(?) 열심히 잘 때 그런데로 듣는라고 .... 왕언니 잘 지내지시요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지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유머가 넘치는 두 분 ! 그립습니다.
그냥 정신 없이 다른 곳을 찍는라 인물사진은 없는 것 같습니다. 1000장 넘는 사진을 찾아봐도 보내드릴 사진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사진도 다 합쳐야 20장도 안 되내요
싼거 때문에 웃다가 코피흘린... 다들 건강하시지요
선생님~ 건강하시지요? 모임때 한번 뵐께요~ ^^
네 박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싼거 한 넘 입니다. 잘계시지요. 한번 뵈야지요.
이렇게 좋은 곳에 함께 여행 할 수 있는 영광이 있었음 좋았을 것을........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함께 할 기회가 있겠지요
역쉬 소는 한우가 최고 그것도 깜장소
그래도 한우로는 봐주는 구먼^^
좋은 여행 기대가 됩니다.
시간이 되면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물론 다음에는 중국을 넘어 키르키스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까지 가야겠지요
우와 멋진 여행기 입니다 존경스러워요.
아이고 무슨 허접한 여행기에..... 암튼 감사합니다
실크로드 대단해요 ,
그러지요 실크로드 재미있어요^^
글솜씨도 좋으시네요. 저도 NHK 실크로드하고 KBS에서 나온 신실크로드 다큐멘터리 보고, 실크로드 가고 싶었는데. 아직도 기회를 못 잡았네요. 그저, 부러울 따름이네요.
시간만 되시면 한번 가보시는 것도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