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는 100년 만의 폭우였다고 야단이 났다.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라고는 하지만 5월부터 3개월 동안 계속 비가 내렸고 7월말에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가장 원시적인 자연재해라 했지만 서울의 우면산에 산사태가 나 40여명이 죽고 다쳤으며 가옥들을 덮쳤고, 곤지암천이 범람하여 논밭이 떠나려갔다.
내가 애써 가꾸던 포천 신북의 나남수목원에도 산사태를 당했다. 18만평의 산림의 한 골짜기에서 일어난 자연재해이기는 했지만 가슴이 무너지는 힘든 상처였다. 신령스럽기까지 했던 100년 넘는 산뽕나무가 토사에 묻혔다. 거목이 된 잣나무 숲에도 나무가 뿌리 채 뽑히고 용암같은 토사가 깊게 할퀴고 간 자리에는 짐승의 이빨자국처럼 바위가 드러났다. 임도가 끊기고 개울은 두세 배나 넓어졌다. 넓은 호수는 토사에 묻혀 그 자리만 얼추 짐작할 뿐이었다.
지난 가을 초겨울은 석축을 쌓고 조그만 산봉우리 하나를 털어내 그 흙을 메워가면서 나무를 다시 심고 복구작업에 온 정성을 다한 장엄한 시간들이었다. 자연이 다시 금을 그어준 자연 그대로의 물길을 존중해야 했다. 인간의 눈높이로 자연을 재단할 수 있다는 오만부터 버려야 했다.
이제는 100년만의 폭우가 일상화 될지도 모른다. 이른바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이 만든 문명의 잣대는 자연 앞에 얼마나 왜소한 것인가. 인간이 자연의 생태계를 파괴하면서도 천재지변이라거나 자연의 재앙이라는 허위의식 뒤에 언제까지 웅크리고 숨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첫댓글 우리 인간이 언제부터 오만하기 시작했나요, 자연의 일부이며, 잠시 지나는 존재에서 자연을 거스르려하는 행동은 좀 그러네요,
다시 한번 자연의 숭고함에 반성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