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바다장어구이를 좋아한다. 주로 가는 곳이 부산에서는 월전마을, 삼천포에서는 실안이다.
부산보다는 삼천포 바다장어구이 맛이 더 낫다.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내 미각이 그렇다.
현직에 있을 땐 1년에 한번씩 교직원 친목 행사를 삼천포 방문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그때 꼭 먹었던 것이 바다장어구이였다. 모두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산 기장 월전마을은 포구 전체가 바다장어구이집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바다 풍경도 좋고 해안도로로 드라이브하는 재미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주말에는 포구 근처에만 가도 장어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근래 장어구이 먹으러 가는 곳은 실안도 월전도 아니다. 마산 구산면 심리 장어구이촌이다.
구산면 해안은 풍경이 아름다워 개인적으로 좋아하여 시간나면 찾는 곳이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굴구이도 한창이다. 타닥타닥 타는 장작불을 둘러싸고 앉아 굴구이에 소주 한 잔은 생각만 해도 침 넘어간다.
심리 장어촌은 외진 곳에 있어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곳이다. 지인의 소개로 수년 전에 처음 찾았는데 바다장어구이 매니아인 집사람이 반해버렸다. 삼천포 실안장어나 기장 월정 장어는 장어도 아니라는 거다. 그 말에 나도 동의한다.
자주 가고 싶지만 다대포에서는 꽤 먼 거리다. 일부러 찾아가기는 좀 그래서 삼천포 부산을 오가는 길에 들린다. 제법 둘러가는 길이지만 주변 풍경과 맛난 먹거리를 고려하면 가성비가 좋다.
장어 1키로에 4만8천원. 근래 3천원 올랐다. 둘이서 장어 1키로에 장어국밥이나 장어국수 한 그릇 시켜 나눠먹으면 한 끼 식사 충분하다. 아쉬운 건 운전기사인 나는 소주에 입맛만 다셔야 하는 거다.
장어 이야기 나오면 실안 장어가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홍보에 열을 올렸는데 더 이상 말이 안 나온다. 양심 상 ㅎㅎ 그래도 실안 장어는 월전 장어보다는 낫다.
사실 나는 장어구이를 먹기는 하지만 혼자서는 일부러 찾지는 않는다.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몇 점 먹을 땐 고소하고 맛나는데 더 이상 먹으면 기름진 맛에 좀 질린다. 집사람이 좋아하니 싫다는 말도 못하고 좋아하는 체 한다. 구이보다 '아나고'라는 장어회를 더 좋아한다. 기름끼 쫙 뺀 포슬포슬한 아나고! 그런데 집사람은 안 좋아한다. 그래서 아나고 먹기 힘든다. 흑흑
어제 부산서 삼천포 오는 길에 심리에 들러 장어구이로 점심을 대신했다. 젊은 주인이 직접 구워주니 더 맛난 것 같았다. 내 말이 아니고 집사람 말이다.
같은 바다장어라도 잡히는 곳(사는 곳?)에 따라 맛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채소 과일 등 식물도 그렇고 사람도 그런 것 같다. 다 똑 같으면 재미가 덜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