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중독에 대한 이야기.
요즈음 중견 탤런트가 복어를 먹고 중독이 되어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 글자 써 보았습니다.
그 분은 의식이 회복되었다고 하니까 아마 초기의 호흡마비로 일시적인 뇌의 저산소증이 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나 환자를 직접보지 못하여서 무어라 말을 못하겠네요.
아무튼 빨리 회복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양 대 부근에 유명한 복요리 집이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한양대교수로 있는 동기에게 강의를 부탁하였더니 하루 전날 강의를 할 수 없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유인즉 전날 점심에 동료교수들과 복어 매운탕을 먹었었는데, 선배 한 분은 입원을 하였고, 내 친구는 그래도 상태는 좋았으나 어지러워서 강의를 할 수 없었다는 것,
할 수 없이 제가 대신 강의에 들어갔었지요.
나 역시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병원 선배와 그 친구, 나 세 명이서 여의도의 복요리로 유명한 집에서 점심을 복지리로 먹고, 국물에 죽을 끓여 먹었는데 저녁 퇴근시간 선배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유박사는 별 문제 없느냐고?
선배는 복어 중독으로 입 주변이 얼얼하고 약간 어질어질 하다고 하여 그날 저녁을 병원에서 지냈지요. 한 냄비에 같이 먹었어도 나같이 멀쩡한 사람, 중독 된 사람 등 각각입니다.
왠지 선배가 그 날 냄비 속 고기를 밝히더라니.
복은 종류가 많으나 우리가 비교적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복어의 종류는 대개 5종류 정도이다. 맛과 값을 보면 첫 번째는 참복이고, 검복, 황복, 밀복과 까치복의 순서이다. 복은 회유성 어류이고 황복은 남지나해가 주 서식지이며 알을 낳기 위하여 강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산 냉동 복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 어디 제대로 된 복요리 먹기가 쉽지 않다.
또 양식복은 독이 없지요.
어부가 바다에서 복을 잡으면 절대로 요리를 해 먹지 않고 재수 없다고 버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속설에는 복어 요리를 할 때 해독한다고 식초를 넣는데 별 도움이 안 될 겁니다. 복요리는 참복지리와 복회가 으뜸이다. 얇게 저며 예쁘게 담아 나온 복회는 젓가락을 대어 흩뜨리기가 송구스럽다.
또 하나의 별미는 숫복의 정소, 즉 대구의 곤과 같은 애구이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그러나 황복은 고기가 물러 이렇게 얇게 회는 뜨기 어렵지요.
“가시 돋친 장미가 아름답고 장희빈같은 독부가 절세미인이듯이 복어의 독소는 참 맛을 낸다.”
복어 중독에 대하여 잠깐 공부를 해보면.
우리 의사들에게는 중독 중 복어중독을 뺄 수 없지요. 우리가 살기가 어려웠던 50년대와 60년대의 신문에 “복어국 끓여 먹고 일가족 몰살”이란 험악한 기사가 나오곤 하였습니다. 여러분들 복어 알 보셨어요? 먹음직스럽습니다.
과거 쓰레기가 분리수거하지 않았을 때, 또 복어는 원래 겨울 음식이므로 조리하고 남은 복어 알을 포함한 내장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살짝 얼어 잘 보존됩니다. 이를 지나가던 가난한 사람이 주워 집에서 끓여 먹다가 한 가족 모두 죽게 됩니다.
몇 년 전에도 신라호텔의 공조시스템을 외주 받은 사람들이 일식부에서 쓰레기통에 버린 복어 부산물을 주워 장충단공원부근의 단골 포장마차에서 요리해 먹고는 포장마차 주인을 포함하여 집단중독이 되어 여러 명이 죽는 사건도 있었지요. 다행히 우리 병원에 온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7일 만에 회복이 되었습니다.
복어독 Tetrodotoxin은 신경독으로 신경마비를 일으킵니다.
열 안전 독소(heat stable toxin)이므로 끓여도 독성이 파괴되지 않습니다.
초기 증상이 압 주변의 이상감각으로 시작하여 전신으로 퍼지고, 다른 증상으로 운동실조, 쇠약감, 말을 못하고, 심한 땀과 침을 흘립니다. 수반되는 소화기 증상으로 오심, 구토와 설사가 따르지요.
심하면 대부분 호흡마비로 죽습니다. 특별한 해독제는 없고 인공호흡으로 호흡보조가 최선입니다.
한 1주일 동안 기다리면 대부분 회복이 되나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자연독이라 분자량이 커서 혈액투석이나 혈액관류(hemoperfusion)으로도 제거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응급조치는 기관지 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중환자실 회진을 돌다가 환자에서 동공 반사를 확인하면 동공 조리개 근육까지 마비가 오므로 동공 반사가 소실되고 동공이 확대되어 있습니다. 이 때 “하! 동공반사가 없네, 환자 상태가 나쁘네” 하면 의식은 말짱한 환자가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첫댓글 복어 전문 집에서 먹고도 중독 증상이 오는 경우가 있다면, 난, 이제 복어를 먹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나도 복어 회를 먹어는 보았지만, 별 맛을 모르는 수준입니다. 옛 날에, 우리 어머니가 말린 복어를 고추장 풀고 쫄여 놓으면, 그 것을 맛 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말린 복어도 별로 없는 모양입니다.
여기 선배는 이 흥재선배, 그리고 강 종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