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새소식] <인터뷰> 커피로 삶을 로스팅하는 로스터 김성연 씨
옛날, 에티오피아에 염소를 돌보는 칼디라는 목동이 살았다. 어느 날 그는 묘한 광경을 보게 된다. 평소 나른해 하던 염소들이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게 아닌가! 가만 보니 염소들은 빨간 열매를 먹고 기운을 차린 것 같았다. 직접 먹어보니 피곤이 풀리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칼디가 발견한 이 빨간 열매가 바로 ‘커피’다. 여담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기도 시간에 조는 수도승이 사라졌다고 해서 ‘신의 선물’이라는 이름도 갖게 되었다.
이처럼 커피는 근심을 잊게 하고 힘을 북돋우며, 매혹적인 맛과 분위기로 오늘날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바로 이 커피에 빠져 ‘델프레소(서울 강북구 수유동)’를 운영하는 로스터이자 바리스타인 김성연(남, 30세) 씨를 만났다.
* 커피로의 우연한 각성, ‘델프레소’ 개점!
그는 본래 안마사로 활동해 왔다. 그때까지 커피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커피 믹스를 애용했고, 있으면 마시고 없으면 마는 성격이었다. 그러다 애플에서 출시한 아이폰을 구입하면서 덩달아 커피에 입문하게 되었다.
“‘아이폰 커뮤니티’라고 앱을 통한 동호회가 있었어요. 번개팅도 하며 사람들과 자주 만나곤 했죠. 그때 주로 모이던 장소가 스타벅스라는 프랜차이즈 카페였는데, 거기서 아메리카노를 먹어본 게 계기가 되었어요.”
그가 커피의 세계에 눈을 뜨며 각성한 순간이었다. 집에서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마음에 독학으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복지관에서 배우기보다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 그의 취향에 더 맞았다. 당연히 시행착오도 무수히 겪었다.
“인터넷으로 설명만 보고 기계를 샀다가 쓰기 불편해서 ‘아이고!’ 이마를 짚었던 적이 많았어요. 어쩔 수 없이 버리거나, 지인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중고로 팔기도 하면서 수습했죠(웃음).”
온갖 난제가 있었지만 그의 ‘커피 사랑’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어떤 분야의 천재라고 하더라도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당하지 못하는 법이라 했던가. 꾸준한 노력으로 원두 로스팅과 다양한 커피 추출 과정을 하나씩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취미로 즐기던 커피는 자연스럽게 ‘델프레소 개점’이라는 삶의 전환점으로 거듭났다. 2015년 11월 15일의 일이었다.
* 커피로 행복을 만드는 하루하루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해 제공하는 사람을 ‘바리스타’라 한다. 한편 나라와 대륙, 농장별로 다양한 원두를 선별하고 볶아 가공하는 사람을 ‘로스터’라 부른다. 김 씨는 로스터 작업을 주로 한다. 카페로 시작했지만 최근 카페 시나브로가 자리한 건물의 2층으로 이사를 하며 사업 방향을 변경했다.
“지금은 주로 로스팅을 하고 있어요. 제가 혼자 연구하고 그런 걸 좋아해서 원두를 가공하는 일이 더 끌리더라고요. 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뽑아낸다’는 델프레소의 모토에는 변함이 없어요. 원두가 좋아야 커피도 맛있을 테니까요.”
그가 로스팅한 원두는 식당과 카페, 안마원, 컴퓨터 프로그램 업체 등에 납품되고 있다. 물론 바리스타 일을 아주 접은 건 아니다. 로스팅한 커피를 시음하며 평가하기도 하고, 공방을 찾는 이들에게 대접하는 일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커피 동호회 ‘따라주’ 회원들이 방문했을 때가 그렇다.
“‘따라주’ 회원의 대다수가 시각장애인이고, 커피를 독학하면서 인연이 닿은 모임이에요. 정모 때 기간 한정 바리스타로 뛰고 있죠.”
즐기며 공방을 꾸리고는 있지만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전맹이기에 손이 닿기 힘든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행정적인 분야가 특히 난감하다. 그 바람에 간혹 실수가 생기곤 한다. 그중에서도 택배 배송 사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포장을 잘못해서 원두가 서로 바뀐 거예요. A원두를 주문했는데 B원두가 간 거죠. A원두는 다른 분한테 배달됐고요. 결국 전화로 양해를 구하고, 기왕 배송된 거 새로운 맛도 한번 즐겨보십사 설득하며 홍보하는 일도 있었어요.”
요즘에는 인터넷 판매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용자로서 인터넷 쇼핑몰에 접근하는 것보다 관리자로 운영하는 건 배로 어렵기에, ‘11번가 오픈마켓’으로 사이트 관리를 연습하고 있다.
“전화 주문이랑 병행하면 이용자가 편할 것 같아서요. 늦어도 1월 중순에 사이트를 개설할 계획이에요. 커피 마니아를 위한 원두와 대중적인 편안한 맛의 커피, 두 가지로 나누어서 꾸밀 예정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하다. 김 씨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커피를 즐기며 노력을 멈추지 않는, 그로 인해 델프레소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그의 목표는 ‘한국적인 맛의 커피’를 찾는 것이다.
“고소하면서 살짝 달큼한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딱 좋은 것 같거든요. 그 두 가지 맛을 최상의 비율로 로스팅해서 커피를 뽑아내는 게 목표입니다.”
커피와 함께하는 김성연 씨의 하루는 오늘도 행복하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해, 행복 가득한 원두와 함께 맞고 싶다면 커피 공방 ‘델프레소(02-905-0206)’로 문의해보는 것은 어떨까?
(2019. 1. 1. 제101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