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내마을 장철제 이장(59)의 경력은 특이하다. 15년 전만해도 그는 대학교수였다. 세종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장이장은 1991년 돌연 이곳 문경 상내리로 들어와 살고 있다.
장이장은 인간공학이라는 학문이 생소하던 197그러던 그가 어느 날 문득 느낀 것은 “실존과 실천”이었다. 장이장은 “질긴 서울의 인연을 끊고 전국에서 가장 깨끗하고 순수하다는 상내리로 귀농했다”고 말했다.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생에는 적자지만 삶에서는 보람과 흑자”라고 말했다. 상내리로 이주함과 동시에 역경은 시작됐다. 10년 이상 마을사람을 설득한 끝에 2001년부터 주민은 그를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현재 상내마을의 최대 관심은 노인문제다. 장이장과 마을사람이 구상하는 것은 상내리를 ‘살아있는 양로원(실버 파라다이스)’으로 만드는 것이다. 살아있는 양로원이란 ‘노인이 대부분인 마을사람이 합심해 서로를 돕는 상부상조의 공동체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상내리는 이미 노인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면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통해 초고령 농촌의 장수마을과 노인이 중심이 된 지역활성화모델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장이장은 또 “천혜의 환경을 가진 우리 마을에 전국 최초의 임대양로원을 주민과 함께 운영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노인들이 이곳에 와서 월 2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집과 농지를 임대해 도·농이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며 이는 마을 사람이 원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안은 농림부의 시행 지침과는 맞지 않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는 “모든 마을에 적용할 수 있는 통합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농림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마을 특성과 주민이 원하는 방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서운해 했다.
장이장은 “상내리는 백화산 골짜기를 중심으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마을 특성을 고려하고 참선과 산악승마 등 마을 이미지를 살리는 방향과 노인복지에 관련된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이장은 15년간의 농촌생활을 바탕으로 귀농 성공을 위한 4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말고, 농촌사람에게 고개 숙이며 배우고, 농사에 있어선 농민이 프로임을 인정하고, 농민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경|유상오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