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셨는지요?
날씨가 계속 따뜻하더니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제가 잘 다니는 아웃도어 블랙야크에서는
패딩점퍼를 30%나 세일하더군요.
날씨가 따뜻해서 안 팔리는 모양입니다.
지난 주말에도 따뜻해서
부안의 석정시문학관과 매창시공원
그리고 인촌생가와 미당시문학관을 도는데
너무 상쾌하고 좋았습니다.
특히 지난달 새로 문을 연
석정시문학관의 시설과 전시가 맘에 들어서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시를 쓰며 석정을 따르는 한 사람으로써
너무 마음이 부듯했습니다.

또 곰소에서 먹은 젓갈백반도
늦가을 여행을 운치를 더했지만,
미당시문학관의 허술한 관리를 보면서
친일과 군부를 옹호했던 천재시인의 영욕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하기도 했습니다.
밤엔 마침 초승이어서
탑에 걸린 초승달을 찍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찾은 왕궁탑, 해가 저물고
어여쁜 여인의 눈썹 같은 달이 떠올랐습니다.

그 동천의 순간을 음미하며
준비해간 릴리즈 셔터를 정지시키곤 했습니다.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촬영의 순간은 행복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에드위 스미스가 찍은
골즈버러 목장이란 사진이 스쳤습니다.
1950년 이스트 요크셔에서 찍은 이 사진은
달빛 아래 말이 카메라를 응시합니다.

목장은 옛날에 농작물을 심었던 듯
이랑과 이랑의 흔적이 애잔하게 드러나 보입니다.
문제는 말입니다.
질주하는 남성성의 말
그 여성을 상징하는 달빛 아래 다소곳하게 있다는 것이지요.
낮의 질주와 밤의 정지
그리고 초승달의 하늘
화려함과 용맹성 뒤에 오는 고독
사진작가 에드위 스미스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제가 잘 본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시처럼 사진도 찍고 나면
그 평가는 보는 사람의 것이니까요.
내일 비가 내리면 춥다고 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한주 행복하세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