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람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2003년 중3이 되던 해였다. 나는 장난기 많고 부모님 말씀을 듣지 않는 철부지였다. 그해 나는 내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중1 때부터인가 조기 유학이란 꿈과 희망의 프로젝트가 내 머릿속에서 서서히 건축되기 시작했다. 유학원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나는 조기 유학에 대해 파고들어갔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모으고 책도 읽어보고. 이런 이상준의 유토피아 건설은 중학교 때 무르익어갔고 중3 때 실전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찬성하셨지만 아버지는 가장의 입장에서 나 같은 철부지를 미국 땅에 놓기가 마땅치 않으셨다. 그때부터 나는 야심 찬 계획을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제가 미국에 가서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려 합니다. 기회를 주세요. 앞으로 큰사람이 되어 돌아와서 부모님을 모시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공상가였다. 머릿속에는 환한 빛을 띠고 귀국하는 나의 어린 모습이 뱅글뱅글 돌았다. 이런 우여곡절의 바다를 건너 드디어 6월, 출국길에 올랐다. 어린 양은 비행기 안에서 쌔근쌔근 잘 잤다.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확신과 함께. 미국에 도착했고, 한 달 동안은 적응력을 기르기 위한 캠프에 참가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형들과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의 관심 속에서. 그 후 난 텍사스에 있는 정규 학교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더 이상 어린 이상준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난 사랑, 명예에 대한 욕심과 질투와 시기심이 강했다.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 스트레스 커져 누나 다음으로 태어나서 그런지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어떤 한국 아이가 미국 아이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거나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면 나의 속은 곧장 뒤집혀졌다. 또한 최고가 되고 싶다는 나의 욕구는 항상 나를 자극했으며 조직의 분열을 조장했다. 그러나 미국 기숙사의 생활은 완전히 나의 꿈을 깨버렸다. 빨래도 해야 하고 방 정리도 해야 했다.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인간관계였다. 그래서
나는 성경을 들었다. 밤낮 기도만 했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간곡히 부탁드렸다. 가장 기억나는 기도문은 ‘주여, 내 앞의 원수를 무너뜨릴 수 있는 권세를 주세요.’ 물론 올바른 기도는 아니었지만, 원수를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그러나 나에게 돌아오는 건 없었고 원망과 미움, 분노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전부터 아팠던 왼쪽 갈비뼈 통증이 더욱 심해졌고 심지어 목 밑으로 통증을 느끼는 데까지 왔다. 병원에선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왔고 나는 도무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였다. 나는 나아지겠지라는 나만의 긍정적인 진단으로 통증을 견뎌왔다. 유학 일년 동안은 나의 암흑기였고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긴장의 전쟁터였다.
그러던 해 5월 유학생활이 거의 끝날 무렵 어머니께서 마음수련을 하신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오랫동안 이런 것에 관심이 있어서 다른 아이들처럼 하기 싫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귀국을 한 후 일주일 동안 마음수련원 본원에서 1과정 수련을 받았다. 첫날 계룡산 분위기는 밝았다. 세상과 단절된 나의 세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미워했던 애들이 여전히 보기가 싫었다. 1과정 수련에 들어갔다.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는 그냥 앉아서 졸고 머릿속 세상하고 놀고,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화요일부턴 아니었다. 나는 더욱더 수련에 최대한 매진하고 총력을 기울였다. 나의 원수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버리고 화해하고, 그리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점점 불량해지는 내가 보였다. 나는 그런 나를 마음으로 버리고 또 버렸다.
마음속의 ‘원수’와 화해하며 통증 사라져 2과정부터는 지역 수련원에서 수련했다. 나는 처음으로 나의 원수에게 마음으로 큰절을 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있음으로 그들이 힘들었기 때문에 용서를 구하였다.
그런 와중 내 신체에는 놀라운 변화가 생겨났다. 4년 동안 끈질기게 괴롭혔던 왼쪽 갈비뼈 통증이 멈추고 척추는 하늘로 곧게 솟았다. 마음은 좀 더 넓어졌다. 내 잘못된 마음이 통증의 원인이었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나는 양보할 줄 모르는 나를 없앴고 누군가 약간의 심한 말을 하면 화가 나는 나를 없앴다. 지식이 부족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나를 마음으로 죽였고 교만하고 간사한 나도 죽였다. 또한 남의 눈을 의식해서 행동하는 나를 없애고 있다. 그러니 항상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고 내가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 일은 내가 머리로 이론화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요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마음으로 행함이다. 지금 나는 3과정을 하며 오래 쌓아온 마음과 몸의 습관을 버리는 과정 중에 있다. 나는 방황하는 내 또래들에게 마음수련을 하라고 제안을 하고 싶다. 마음 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좀 더 자신의 발전과 모두의 발전을 위해서. 몇 주 후면 나는 미국을 간다. 전 같으면 또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아야 하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에 가서 참으로 진실되고 깨끗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