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오는 한여름밤의 시원한 맥주 한 잔은 더위를 달래주는 청량제인 동시에
깊은 잠을 약속하는 수면제도 된다. 알맞게 냉각된 화이트 와인도 마찬가지.
혀끝에 와닿는 달콤함과 싱그러움은 낮 동안 지친 몸에 힘을 불어 넣는다. 그렇다고 술만 홀짝거리기엔 너무 맹숭맹숭하다. 적당한 먹을거리를 준비하면
잠을 설치던 아이들까지 불러내 오순도순 한 여름밤'수다방'을 열 수 있다.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를 꺼내 후다닥 만들 수 있는 여름 안주 몇가지를 서울 역삼동에 있는 르네상스호텔 사비루 레스토랑의 한영철(45) 조리과장에게 배워봤다. 각각의 안주에 알맞은 술이나 저알코올 칵테일 만드는 법도 소개받았다.
. 재료= 조랭이떡 3백g, 베이컨 30g, 청.홍 피망 1/2개씩, 생크림 200㎖, 후춧가루 약간, 소금 약간, 올리브 오일 약간, 마른 파슬리 약간, 파마산 치즈가루 1큰술, 가다랭이포(가쓰오부시) 한줌, 채 썬 양파 약간, 다진 마늘 1작은술,
우유 반컵
. 만드는 법= ① 베이컨은 길게 잘라 네모나게 썰어둔다. 청.홍 피망도 마찬가지다. ②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른 뒤 베이컨.다진 마늘.채 썬 양파를 볶다가 우유와 조랭이떡을 넣어 졸인다. 조랭이떡은 미지근한 물에 미리 담가 두면 조리할 때 편리하다. ③ 우유가 반쯤 줄면 생크림을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④ 파마산 치즈가루.마른 파슬리와 잘게 썬 청.홍 피망을 넣어 잘 섞는다. ⑤ 가다랭이포를 뿌려 식탁에 올린다.
. 오렌지 샴페인 만들기= 냉동실에서 냉각시킨 샴페인 잔에 미리 차게 준비한 샴페인과 오렌지주스를 1대1로 부어 가볍게 저어준다.
. 훈수 한마디= 오렌지 샴페인은 칵테일이라기보다 차라리 사치스러운 오렌지주스라고 하는 편이 낫다. 미모사 꽃을 닮은 노란색이 시선을 사로잡고,
톡톡 쏘는 샴페인의 청량감과 오렌지주스의 달콤함이 부드럽게 혀를 자극한다. 알코올성 음료인 샴페인 대신 페리에 등 탄산수나 사이다를 쓰면 어린이용 무알코올음료.
. 재료= 누룽지 50g, 에멘탈(모차렐라.슬라이스 체다도 가능)치즈 30g, 설탕
약간, 올리브유 적당량
. 만드는 법= ① 시중에서 파는 누룽지를 한 입 크기로 적당히 잘라 물을 자작하게 묻혀 5분 정도 둔다. 그래야 튀긴 누룽지가 부드럽다. ② 올리브유를
달군 후 설탕을 넣고 노릇한 색깔이 될
때까지 튀긴다. 올리브유에 설탕을 넣으면 누룽지에 설탕이 달라붙어 달콤한
맛이 난다. ③ 튀겨진 누룽지구이에 치즈를 올려 전자레인지에 넣고 치즈가
녹아 내릴 때까지 살짝 돌린다.
. 어울리는 술= 맥주가 무난하지만 이왕이면 흑맥주
. 훈수 한마디= 여름밤 더위를 날려줄 최고의 음료는 역시 맥주. 냉동실에
맥주컵을 얼려두었다가 쓰는 재치가 있다면 더욱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맥주를 빨리 차갑게 만들려면 병이나 캔을 찬물에 담갔다가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 갑자기 들어닥친 손님을 맞이할 때 좋은 방법이다. 맥주 안주로는 오징어.땅콩이 최고라고 고집하는 이도 있겠지만, 바삭바삭한 스낵류도 그에 못지
않다. 밀가루로 된 과자류 대신 구수한 우리식 누룽지에 진한 풍미의 치즈를
곁들인 치즈 누룽지로 쌉싸래한 흑맥주를 즐겨보자. 묘한 궁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재료= 가지 3개, 된장(일본 미소) 1.5큰술, 다진 쇠고기 1백g, 청주 1큰술,
조미술 1큰술, 설탕 1큰술, 식용유 1/2큰술
. 만드는 법= ① 가지를 세로로 반으로 갈라 펼쳐 놓는다. 가지는 떫은 맛이
있으므로 소금물에 잠시 담근 후 조리하는 게 좋다. ② 된장.쇠고기 다진 것.청주.조미술.설탕을 혼합해 된장 양념을 만든다. ③ 가지에 칼집을 넣고 사이사이에 된장 양념을 골고루 바른 다음
오븐.프라이팬.석쇠 등에서 낸다. 그릴
자국이 나도록 하면 보기 좋다.
. 매실 칵테일 만들기= 매실 엑기스.드라이진.소다수를 각각 1대 1대 2의
비율로 섞어 잘 저은 후 얼음을 띄운다.
. 훈수 한마디= 몸에도 좋고, 구하기도 쉬운 매실 추출액을 이용한 칵테일.
매실액이 없다면 매실음료에 드라이진을 넣어 만들어도 무난하다. 섬유질과
비타민이 많기로 소문난 가지는 우리나라에선 주로 나물로 무쳐 먹지만 서양에선 오븐에 구워 다양하게 즐긴다.
구수한 맛의 된장소스로 구워낸 가지 맛이 달콤한 매실 칵테일과 잘 어울린다. 된장이나 쇠고기가 번거로우면 모차렐라 치즈나 소금을 뿌려서 오븐에 굽기만 해도 괜찮다.
. 재료= 새송이버섯 50g, 천일염 약간,
참기름 적당량
. 만드는 법= ① 새송이는 0.5cm두께로 썬다. ③ 참기름을 두른 팬이 달구어지면 새송이를 센 불에 얼른 익혀낸다.
새송이를 센 불에 얼른 익혀내야 영양소 파괴를 막고, 버섯의 쫄깃한 느낌이
살아난다. ④ 마지막으로 소금을 살살
뿌려준다.
. 아이스 코냑 에스프레소 만들기= 에스프레소에 코냑을 한 방울 넣어
마시는 것을 응용한 것. 에스프레소 기계가 집에 없다면 진하게 내린 커피 한
잔 분량에 코냑을 한 스푼 넣어 잘 섞은 뒤 얼음을 띄어서 낸다.
. 훈수 한마디= 독특한 향의 알코올성 커피 음료로 커피 매니어에게 딱 맞는 술이다. 술이 들어 있어 잠자리 전에 커피를 거부하는 사람도 크게 걱정할것이 벗다. 자연산 송이버섯이 있다면 더 훌륭하겠지만, 아무래도 값이 헐한
새송이버섯이 부담없을 듯. 버섯의 향긋함과 참기름의 고소함이 커피 향과 잘
어울리는 새로운 경험을 할 것이다.
. 재료= 소라 3백g, 다진 마늘 3큰술, 파 2뿌리, 굴소스 1큰술, 청주 2큰술,
물 2큰술, 설탕 1/2큰술, 후춧가루 약간
. 만드는 법= ① 소라는 속살을 꺼내 얇게 저미고 대파는 뿌리부분을 얇게
채 썬다. ②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살짝 볶은 뒤 굴소스.청주.설탕.물.후춧가루를 섞어 부어 다시 볶는다. ③ 마늘이 하얗게 색이 변하면 소라를
넣고 버무려 접시에 담는다. ④ 미리 준비한 찜통에 소라를 3분간 찐 뒤 채 친
대파를 얹어 낸다.
. 어울리는 술= 황금빛 화이트 와인
. 훈수 한마디= 분위기를 띄우려면 입안 가득 호사스러움을 선사하는 화이트와인을 택한다. 와인잔도 제대로 준비한다. 잔 바깥에 맺히는 찬이슬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세련된 솜씨를 느끼게 하는 로바다야키풍의 소라 마늘찜을 빈 소라껍질을 그릇삼아 내놓으면 운치가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담백한 소라살과 약간 찬 화이트 와인의 조화가 포인트.
유지상 기자, 박종근 기자
2003.07.31 14:31 입력 / 2003.07.31 16: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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