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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껌장수
박 경 종
함박눈이 소리없이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다방에는 오늘도 손님이 많이 앉아 있읍니다. 다방 안엔 담배연기와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로 꽉 차 있읍니다.
다방 문이 열릴 때마다 들어오는 사람들의 머리와 외투 위에는 하얀 눈이 내려서 손으로 툭툭 떨면서 들어오고 있읍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들은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었읍니다. 올해 들어 처음 내리는 눈이라고, 보는 사람마다 얼굴엔 약간의 웃음을 띠고 바라봅니다.
얼마후였읍니다. 껌을 파는 훈이라는 아이가 들어왔읍니다. 훈이도 머리와 양복 위에는 하얀 눈이 내려서 손으로 툭툭 떨면서 들어옵니다. 훈이는 껌하고 휴지를 팔러다니는 아이였읍니다.
훈이는 다방에 들어와선 앞에 앉은 손님부터 마지막 자리에 앉은 손님까지 다니면서 껌과 휴지를 팔아달라고 인사만 올립니다.
“아저씨! 껌 하나만 팔아주세요!”
“아저씨! 휴지 하나만 팔아주세요!”
이렇게 하다가도 여자 손님 앞에 가선 떡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서서 인사만 올립니다.
“아주머니! 껌 하나만 팔아주세요!”
“아주머니! 휴지 하나만 팔아주세요!”
훈이는 이렇게 한분 한분 찾아다니다가 둥그런 창문 앞에 앉은 머리가 흰 손님 앞에까지 왔읍니다.
“아저씨! 껌 하나만 팔아주세요!”
“아저씨! 휴지 하나만 팔아주세요!”
창밖에 내리는 눈을 웃으면서 바라보시던 아저씨는 훈이를 다시한번 쳐다봅니다. 훈이는 또다시 인사를 합니다.
“아저씨! 껌 하나만 팔아주세요!”
“아저씨! 휴지 하나만 팔아주세요!”
아저씨는 훈이를 보고 웃으면서 껌통에 든 껌 한 개를 집으시면서,
“이 껌 하나 얼마지?”
“예, 백환입니다.”
“백환?”
하면서, 아저씨는 주머니 속에서 빨랑빨랑 소리나는 새돈 천환짜리 한 장을 꺼내 훈이를 주었읍니다.
훈이는 천환짜리를 받아들고 구백 환을 거슬러드리려고 주머니 속을 이리저리 뒤져보아도 백환도 되지 못합니다. 훈이는 아저씨를 보고 방긋이 웃으면서, “아저씨! 돈 바꾸어오겠읍니다!”
“그래라!”
하고, 아저씨는 머리만 끄덕끄덕 하였읍니다. 머리가 흰 아저씨는 얼굴이 넓고 구레나룻 수염을 가진 점잖게 보이는 분이었읍니다.
훈이는 껌통을 아저씨 앞에다 놓고 다방 문을 열고 쏜살같이 달려나갔읍니다. 창밖에선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아저씨는 담배 한대를 피워물었읍니다. 아저씨가 피워 보낸 담배연기는 동그라미가 되어서 뱅글뱅글 굴러가다간 어디로 사라져버립니다. 아저씨는 또한번 연기를 뿜었읍니다. 아저씨가 뿜어올린 연기는 또 하얀 동그라미가 되어서 뱅글뱅글 돌다가 또 어디로 사라져갑니다. 아저씨는 이렇게 장난을 하다가 담배 한대를 다 피웠읍니다. 그러나 돈올 바꾸러 나간 훈이는 돌아오지 않고 있읍니다.
아저씨는 또 담배 한대를 피워물었읍니다. 그때 다방 문이 열리었읍니다. 아 저씨는 들어오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그러나 돈을 바꾸러 나간 아이가 아니고 신문 파는 아이가 들어왔읍니다. 아저씨는 재떨이에 담배를 떨다가 훈이가 놓고간 껌통을 들여다보았읍니다. 곁에 앉은 손님도 웃으면서 같이 들여다보다가 빙긋이 웃었읍니다.
아저씨 곁에 앉아서 이 모양을 바라보던 손님은 아저씨께서 그 껌통을 받아들고 휴지를 세봅니다.
“하나, 둘, 셋, 넷.”
하다가 휴지를 여덟 개까지 세었읍니다. 그리고 또 껌통을 세봅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하고, 세다가 그만 혼자 웃었읍니다.
“하------”
껌과 휴지를 세보던 사람이 웃으니 같이 앉았던 사람들도 따라 웃었읍니다.
머리가 흰 아저씨도 같이 웃었읍니다.
“선생님, 모두 팔아야 칠백 육십 환밖에 안되겠어요? 하------”
하고, 또 혼자 웃으면서 말을 계속합니다. .
“선생님 천환에 모두 산 셈 치세요!”
이말을 들은 아저씨는 혼자 못마땅하다는 듯이 흰머리를 흔드시면서,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그렇게 남을 의심해서야 되요?”
“선생님, 내 생각 같아서는 인제 그애가 안 들어올 것 같아요.”
하고, 마주앉은 손님이 말하였읍니다.
“정말 모두 그렇게 생각하세요?”
“예! 두고보세요?”
“선생님, 벌써 어디로 달아났읍니다.”
“아니야, 난 반드시 돌아올 것만 같아.”
“그래요?”
“우리는 선생님처럼 그렇게 좋게 생각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에도 훈이는 돌아오지 않았읍니다. 아저씨는 담배를 입에 물고 이상하다는 듯이 머리를 기웃기웃 하였읍니다.
바로 그때 다방 문이 열리었읍니다. 세 사람의 눈은 모두 들어오는 사람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훈이는 아니고 담배장수 아이였읍니다.
이것올 본 아저씨와 여러 손님도 같이 웃었읍니다. 이럴 때 곁에 앉은 손님이 웃으면서,
“선생님 그렇게 기다리지 마시고 껌이나 한 개씩 나눠주세요!”
“껍? 가만있어요!”
하고, 아저씨가 대답할 때 또다시 다방 문이 열리었읍니다. 아저씨와 여러 사람들은 문이 열리는 쪽을 내다봅니다. 그러나 또 기다리는 껌장수는 들어오지 않고 만년필파는 아이가 들어왔읍니다. 아저씨와 여러 사람들은 서로 바라보고 빙긋이 웃었읍니다.
또 문이 열리었읍니다. 또 아저씨와 여러 사람들은 내다봅니다. 그러나 이번
에는 담배 파는 아이였읍니다.
“선생님, 이 이상 더 기다리지 맙시다!”
“그러나 나는 꼭 돌아올 것만 같은데요!”
“그래요?”
머리가 흰 아저씨는 대답은 없고 머리만 끄덕끄덕 하였읍니다. 아저씨 곁에 앉은 손님은 다시 아저씨를 불렀읍니다.
“선생님, 그럼 우리 내기를 합시다.”
“무슨 내기?”
“만약 그 껌장수 아이가 돌아오면 우리가 이 통에 있는 것을 모두 팔아주기로 하고 그렇지 않을 땐 선생님이 우리를 껌 한 통씩 사주어야 합니다.”
“그러지, 그런 내기는 날마다 해도 자신이 있어!”
“예 그래요? 아무리 선생님이 자신이 있어도 일은 이미 판가름이 난 걸요!
글쎄 좀 들어보세요! 며칠 전이었어요. 어느 여자 손님들이 이야기하는 새에 신문 파는 아이가 왔다갔다 하더니 그 여자 손님들이 곁에 두었던 핸드백이 없어졌다는데요!”
“글쎄, 그런 소리 말아요! 이 다방 안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다니는데 왜 하 필이면 신문 파는 아이가 홈쳐갔다고 보아요?”
“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데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쁜 거야! 어린이가 약하다고 어린이들에게 죄 를 씌우면 못쓰는거야! 아이들 세계보다 어른들의 세계가 더 나쁜 일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게 아니오?”
“그건 선생님께서 아이들 편에 서서 좋게 생각만 하시니 그렇지요!”
“그 핸드백올 신문 파는 아이가 홈쳐갔는지 다른 놈이 홈쳐갔는지 본 사람이 있어야 될 것이 아니요?”
“얼마전에도 그런 일이 있어서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말은 말아요!”
이렇게 이야기롤 주고받을 때 다방 문이 열리었읍니다. 기다리던 껌장수 훈이가 머리와 양복에 내린 하얀눈을 두 손으로 툭툭 떨면서 들어오고 있읍니다. 이것을 본 머리가 흰 아저씨와 여러 사람들은 모두 웃으면서 같이 말했읍니다.
“온다------”
“아저씨, 미안합니다. 돈을 바꾸지 못하여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이렇게 늦었옵니다.”
“좋아!”
하고, 아저씨는 돈을 받아넣고 훈이에게 물었읍니다.
“너 이 통에 든 껌하고 휴지가 모두 몇 개지?”
“예! 껌이 여섯 개고 휴지가 여덟 개입니다!”
“그래, 그럼 모두 얼마지?”
“예, 모두 칠백 육십 환이올시다!”
“칠백 육십 환? 하------.”
하고, 머리가 흰 아저씨가 웃으니 같이 앉은 사람들도 따라 웃읍니다.
“오늘 내가 이 껌하고 휴지를 다 팔아줄께-----.”
하면서, 아저씨는 껌 세 개하고 휴지 세 개를 같이 앉은 사람에게 주었읍니다. 같이 안은 사람은 천정을 쳐다보면서 웃다가 돈 삼백 육십 환을 꺼내놓았읍니다.
아저씨는 또 껌 세 개하고 휴지 세 개를 맞은편에 앉은 사람에게 주었읍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도 혼자 웃다가 할 수없이 또 돈을 삼백 육십 환을 꺼내놓았읍니다. 아저씨는 나머지 돈올 채워 칠백 육십 환을 훈이에게 주었읍니다. 훈이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읍니다. 어떻게 되어서 이렇게 물건을 모두 팔아주는지 훈이는 모르고 그저 고마운 인사만을 올렸읍니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아나야, 네가 착한 아이기 때문이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올리고 나가는 훈이 뒷모양을 바라보고 세 아저씨는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끄덕 하였읍니다.
훈이가 다방 문을 열고 나간 후였읍니다. 머리가 흰 아저씨는 기분이 좋아서 또 담배 한대를 피워물었읍니다. 그리고 벙글벙글 웃으시다가 나직한 소리로 혼자 말하였읍니다.
“참, 어린이의 세계란 좋은 것이구나. 맑고도 깨끗하고 아름답고도 순진한 마음, 이 세상이 정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하고, 아저씨는 혼자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 담배를 길게 빨더니 연기를 또 길게 내뿜으시면서 앞에 앉은 사람보고 말하였읍니다.
“하------ 내가 하나 잊은 일이 있는데!”
“무슨 일인데요?”
하고,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물었읍니다.
“아까 그 껌 팔던 아이 이름이라도 물어볼 것을 그랬지?”
“좀 앉아 계시면 또 들어오겠지요.”
“그럴까? 그러나 사람이란 것은 기회가 있는 법이야! 그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어려운 거야! ”
“선생님 하여튼 기다려보기로 합시다!”
“그래,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그럼 모두 그애가 들어오거던 날 좀 알려주어요.”
하고, 아저씨는 또 창밖을 내다보고 앉았읍니다.
주일날 다방 안이라 그런지 손님들은 그저 가만히 앉아 있고 그후는 신문 파는 아이들이나 껌장수 아이도 별로 더 들어오지 않았읍니다.
머리가 흰 아저씨는 오후 네시까지 다방에 앉아 있었으나 돌아간 껌장수는 다신 오지를 않았읍니다.
훈이는 머리가 흰 아저씨께 통에 든 껌과 휴지를 다 팔고 또 시장에 가서 껌
하고 휴지를 사서 들고 기분이 좋아서 이 다방 저 다방으로 돌아다니었으나 그것은 다 팔지 못한 채 집으로 갔읍니다.
훈이네 집은 미아리고개 너머 산비탈에 있는 조그마한 집이었읍니다. 집에는 아버지 어머님과 동생 순이하고 네 식구가 그날 그날을 살아가고 있읍니다. 훈
이는 저녁 설겆이를 하는 어머님을 보고 소리를 쳤읍니다.
“어머님!”
“너, 인제 오니?”
“예!”
“그래, 많이 팔았니?”
“하·----.”
하고, 훈이는 소리를 치면서 웃었읍니다.
“오늘말예요, 어느 다방에 들어갔는데요, 껌 하나를 사준다던 아저씨가 거스
름 돈을 바꿔다드렸더니 그 돈으로 내 껌통에 든 것을 모두 팔아주었어요!”
“그래! 참 마음 좋은 아저씨구나!”
“예, 참 좋은 아저씬가봐요! 머리가 희고 얼굴이 둥글고 구레나룻 수염이 근사하게 난 분이야요!”
“그래 똑똑히두 보았구나! 얼른 저녁이나 먹고 내일 학교갈 준비를 하여라!”
“예!”
하고 껌통을 순이에게 맡기고 호주머니 속에 든 돈을 아버님께 모두 두렸읍니다. 아버님은 훈이가 주는 돈을 받으면서,
“우리 껌장수가 돌아왔구나! 오늘은 좀 수지가 맞은 모양이지?”
“하------.”
하고, 혼자 벙글벙글 웃으시었읍니다.
학교 담장 밑에는 노란개나리꽃이 곱게 피었읍니다. 집으로 가던 꼬마들이 책보를 낀 채 용기종기 모여앉아서 이야기가 벌어졌읍니다.
“얘들아, 훈이가 노래를 부르고 영남이가 피아노를 친다. 오늘밤 경연대회는 참 재미있겠지?”
“정말 우리도 시공관으로 구경 갔으면 좋겠다.”
“초대권만 있으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지 않니?”
“글쎄 말이다!”
“서울시내 국민학교대표들이 전부 나온다니 얼마나 좋겠니?”
“정말!”
이렇게 서로 재미나게 이야기를 주고받던 꼬마들도 각기 집으로 돌아갔읍니다
오늘 밤은 시공관에서 서울 시내 초등학교 음악경연대회를 가지게 되었옵니다. 그런데 훈이네 학교에서는 훈이하고 영남이가 학교대표로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음악경연대회를 앞두고 학교에서 각 학급 경연대회를 열었읍니다.
그런데 2학년1반에 있는 훈이가 노래로 일등을 하여서 학교대표로 나가기로 하고 그 반주엔 같은 반에 있는 영남이가 하기로 하였습니다.
영남이와 훈이는 며칠전부터 학교에서 음악선생님과 같이 경연대회에 나갈 준비를 하느라고 집으로 늦게야 가게 되었읍니다 그날 밤이었습니다.
벌써 시공관에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읍니다. 관중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막이 올랐읍니다. 순서에 따라서 다음은 훈이 차례가 왔읍니다.
훈이는 마이크 앞에 나와 서 있고 영남이는 피아노 앞에 앉았읍니다. 영남이 피아노소리와 함께 훈이는 인사를 하였읍니다. 조그마한 훈이가 인사를 올리자
청중들은 우뢰 같은 박수를 치고 있읍니다.
청중들의 박수 속에는 훈이아버지와 어머님 박수도 힘차게 섞여 나왔읍니다.
훈이아버지와 어머님은 좋아라고 무대 위에 선 훈이를 보고 소리없는 웃음을 벙벙글 웃고 앉았읍니다. 처음엔 훈이가 지정곡인 〈가올바람〉을 부릅니다.
훈이아버지 어머님은 숨을 죽이고 앉아서 듣고 있읍니다.
또 관중석 한쪽엔 피아노반주를 치는 영남이아버지 어머니도 앉았읍니다.
영남이아버지 어머니도 좋아라고 벙글벙글 웃으면서 영남이를 바라보다간 훈이도 바라봅니다.
영남이아버지는 노래하는 훈이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갸웃갸웃 흔들었읍니다.
그것은 지금 영남이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아이가 분명히 어디서 본 아이였읍니다. 그리하여 나직한 소리로 영남이 어머님과 이야기를 합니다.
“여보! 저 노래하는 애는 어디서 보던 애인데요?”
“그래요? 영남이 친구니까 영남이와 갈이 집에 와서 놀 때 보았겠지요!”
“아녜요, 집에서 본 아이가 아니야요!”
“그럼, 다른 곳에서 보았겠지요!”
이럴 때 영남이는 지정곡도 끝마치고 또 자유곡도 다 끝냈읍니다. 관중들의 우뢰 같은 박수와 함께 영남이아버지 어머님도 같이 쳤읍니다. 박수를 치던 영
남이아버지는 혼자 소리를 쳤읍니다.
“여보! 저애를 다방에서 보았어요.”
“다방이요?”
“예!”
“내가 말이요, 저애를 찾던 아이야요!”
“저애를요?”
“그래!”
“아니 영남이 보구 찾아오라고 하면 얼른 찾아올 터인데, 왜 찾았어요?”
“그땐 몰랐지! 영남이와 같이 학교에 다니는 줄은 몰랐지! 여보! 얼른 갑시다! 무대 뒤에 가서 영남이하고 그애를 찾아서 저녁이나 같이 먹읍시다!”
이리하여 영남이 아버지는 어머님과 같이 무대 뒤로 찾아갔읍니다. 벌써 무대 뒤에선 음악선생과 훈이와 영남이와 그리고 훈이아버지 어머님이 같이 나오고 있었읍니다.
영남이 아버지는 음악선생님께 먼저 인사를 올리었옵니다.
그리고 다음은 음악선생님의 소개로 훈이아버지 어머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남이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면서,
“선생님! 오늘밤은 내가 한턱 내겠옵니다. 이렇게 기쁜 밤이 어디 있겠어요.
하고, 일행은 시공관을 나와서 자동차 두 대를 불러 서로 나눠 타고 종로에 있는 큰 음식점으로 들어갔읍니다. 서로 초면이지만 아이들을 가운데 놓고 음식을 먹어가면서 재미있는 이야기의 꽃을 피웠읍니다. 영남이아버지는 훈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훈이는 목소리도 곱지만 마음도 비할 수 없이 고운 아이야요!”
훈이아버지는 웃으면서,
“목소리는 오늘 저녁에 들어보아서 알았다고 하겠지만 마음이야 알 수 있읍니까?”
“그것은 훈이아버님온 모르시는 일이야요. 지금부터 몇 달 전이었읍니다. 훈이가 껌통을 들고 내가 앉은 다방으로 왔는데, 내가 천환짜리를 주고 껌 한 개를 샀읍니다. 그런데 잔돈이 없어서 그 껌통을 두고 나갔읍니다. 그때 내 친구들은 그애가 다시는 안 돌아온다고 하였읍니다. 그러나 나는 훈이를 그렇게 보지 않았읍니다. 그리하여 내기를 하였더니 내가 이겼읍니다.”
영남이아버지 말을 들은 훈이어머님은 웃으시면서,
“그날 훈이가 이야기하던 머리가 흰 마음좋은 아저씨가 선생님이었군요?”
“예, 그리하여 내가 껌통에 든 것을 모두 팔아주었읍니다. 그후 나는 훈이를 다시 찾았으나 만날 길이 없었읍니다!”
이말을 들은 훈이아버지는 웃으시면서
“방학 때 껌을 팔아서 제 학용품을 산다고 하면서 누가 하라는 일을 하였읍니까?”
이때 영남이아버지는 술 한잔 들고 훈이아버지께 권하면서,
“훈이아버지!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실례될지 모르지만 훈이를 우리 영남이 하고 꼭같이 내가 책임을 져서 대학까지 보내드리겠옵니다!”
“예?”
하고, 훈이아버지 어머님은 물론 옴악선생님까지 놀라고 말았읍니다.
다음 날 아침이었읍니다. 경연대회 결과를 발표한 조간신문을 훈이가 보고 좋아라고 아버지를 불렀읍니다.
“아버지! 우리 학교가 일등이야요.”
“그래!”
훈이네 집안은 아침부터 웃음의 꽃이 피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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