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다. 산은 마주보고 천천히 걸으며, 다람쥐와 휘바람새의 소리를 온몸으로 들을 때 편안해지고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케이블카는 빠르게, 힘 안 들이고 산에 오르게 하니 편리한 시설이지만, 인간에게 편한 케이블카 때문에 산 정상부는 유원지가 되고, 케이블카 주변은 야생동물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는 것을. 케이블카는 그 어떤 말로 포장하여도 자연 경관을 망가뜨리는 대표적인 시설이라는 것을.
↑ 케이블카가 건설되기 전 설악산국립공원 권금성 (사진_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 케이블카로 민둥산이 된 설악산국립공원 권금성 (사진_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그런데 환경부는 뒷산도 도시근린공원도 아닌,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설치하겠다고 한다. 케이블카가 국립공원을 보호하는 시설이라며 환경부는 국립공원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박정희 정권에서도 행하지 않았던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에 더 길고, 더 거대한 시설이 가능하도록 자연공원법을 개정했다.
자연공원법을 개정한 후 환경부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검토기준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 환경부가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에 적극 나서자 지리산 4곳(남원, 함양, 산청, 구례), 설악산 1곳(양양), 월출산 1곳(영암)은 발 빠르게 움직여 환경부에 ‘국립공원변경계획(안)’을 제출했다.
↑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계획하고 있는 지리산 케이블카
6곳의 ‘국립공원변경계획(안)’을 받은 환경부는 3월 26일부터 시작된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지 선정 작업을 6월 중에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논의되었던 국립공원 케이블카 논란을 단 3개월 만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찬반을 떠나, 3개월은 6개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를 하기엔 불가능한 기간이다.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예정지인 산 정상부엔 이제야 초록 잎이 나기 시작하는데, 환경부는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야생동식물 조사결과에 대한 검증조차 하지 않고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허가하겠다는 것일까!
↑ 구상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지리산 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는 남원시
양양, 영암, 남원, 함양, 산청은 법에 의하여 자연보존지구에는 설치할 수 없는 광장을 조성하겠다고 하며, 구례는 법에는 허용된다고 하나 1400m 고지에 100톤 규모의 오수처리시설을 설치하여 5ppm 이하로 방류하겠다고 한다. 양양은 환경영향평가서초안과 계획서가 불일치하며, 함양은 탐방로 바로 옆에 케이블카 상부정류장과 지주를 세우겠다고 한다. 케이블카 설치 욕심이 법도 상식도 뛰어넘고 있는 상황이다.
↑ 백무동에서 장터목대피소로 오르는 탐방로에 상부정류장과 지주를 계획하고 있는 함양군
↑ 자연공원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시설(광장)을 상부정류장 예정지에 계획하고 있는 산청군
남원, 함양, 산청, 구례 등 지리산권 4개 지자체 모두는 환경부가 정류장 및 지주, 선로 등이 회피해야할 지점으로 명시한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에 상부정류장과 지주를 계획하고 있다. 시작부터 모두 불합격인데 환경부는 은근히 최소 1곳은 선정해야하지 않겠냐고 하고, 지자체들은 자기네가 최적지라고 열을 낸다.
↑ 지리산 반달가슴곰 특별보호구에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지주를 계획하고 있는 구례군
환경부는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지자체는 법에서 정하지 않은 시설을 하겠다고, 환경부가 정한 검토기준을 적용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케이블카는 꼭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환경부가, 국립공원위원회가 법과 기준을 뛰어넘은 6개 지자체의 국립공원계획변경(안)을 어찌 처리하는지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한다.
지리산을 생각하면 애잔하고, 케이블카를 생각하면 복잡해지는 마음, 그런데 참 이상하다. 산상시위를 하러 노고단으로 오르다보면 비비 꼬여있던 마음도, 서운하고 속상했던 마음도, 모두 사라진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초록빛에 감탄하고, 말없이 피어있는 철쭉꽃에 감사하고, 곧 피어날 함박꽃나무 꽃을 상상하게 된다.
↑ 5월 15일,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 지리산국립공원 정상부에 피어나고 있는 철쭉
수수한 노란빛의 우리 민들레를 보며 배시시 웃고, 고개 숙인 할미꽃을 마냥 바라보게 된다. 꽃과 나무, 그들 사이를 유유히 돌아다니는 바람, 어느 곳에서 만나도 반갑고 감사한 존재들이지만 지리산이니까, 국립공원이니까 더 반갑고, 더 감사하게 된다. 산상시위를 하러 가는 길조차 행복하게 하는 지리산, 아낌없이 다 보여주는 지리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그냥 바라보는 일뿐이다. 그래서 정말, 더 미안하다.
↑ 유난히 맑고 투명하게 피어있는 우리 민들레
글과 사진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첫댓글 오늘도 힘내세요^^ 홧~~팅~~!!!!!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윤주옥님 메스컴도 종종 타시고 수고 하시는건 알겠는데요 모두가 님처럼 설치를 반대 하는건 아니랍니다~~
성삼재 도로로 인한 동물들의 로드킬사진은 혹시 없으신가요?
저는 성삼재도로 폐쇄조건으로 추진하는 구례구간의 케이블카 설치 찬성합니다!!
케이블카는 지리산의 생태계를 완전히 망칠 겁니다. 우리 인간들이 후세로부터 빌려왔을 뿐인 국립공원을 망가뜨릴 권리는 손톱끝만큼도 없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죄짓는 겁니다, 정말... -_- ;;;
행인님 성삼재도로를 폐쇄하는 것으로 거래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 봅니다. 지리산을 위해 성삼재 도로 폐쇄하는 것이 좋다면 케이블카 설치논의와 별도로 도로폐쇄부분도 추진해 가는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미 망쳐진 것을 물리고 새로 망치겠다는 논리는 이상하네요.
성삼재도로 폐쇄를 명분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논리는 기만적이고 비겁한 논리입니다. 성삼재도로 폐쇄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도 없고 의지도 없으면서 마치 성삼재도로 폐쇄가 자연보호인양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삼재도로도 폐쇄하고 케이블카 설치 반대도 주장하면 가장 좋은 주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성삼재도로 폐쇄를 케이블카설치의 전제조건으로 하지 말고 성삼재도로 폐쇄운동을 펼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케이블카 설치 반대와 함께 적극 동참하고 협력하겠습니다.
이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에 게시되어 있는 "조계종은 지리산 케이블카 건설에 앞장서려 하는가!" 라는제목의 내용중에는
윤주옥 국사모사무처장님께서 12.03.23. 답변하신 내용이 있습니다
<행인님 말씀처럼 성삼재도로를 폐쇄하고 케이블카를 고민하면 이는 검토해볼수도 있겠지만 이 도로의 특성상 그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이라는 답변내용이 있고요, 만일 구례구간이 성삼재도로를 폐쇄하지 않는 조건이다면 저 또한 케이블카
설치 반대하는 의견 입니다.
또한 국립공원의 사랑은 나무나 식물만이 아닙니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모든생명체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드킬당한 동물들의 사진의 질문은 역시 국사모사무처장이신 윤주옥님께서 공지사항의 답변중 "성삼재를 관통하는 도로는 지방도인데요. 이에 대한 문제의식도 행인님과 같은 의견입니다.해서 지리산생명연대와 공동으로 성삼재도로 걷기행사도 하고, 성삼재도로변 외래식물, 로드킬 조사도 하였고요. " 라는 내용이 있어 요청한 것입니다.
그리고 국사모 여러분
전국의 국립공원을 훼손하고들 있는 수많은 사찰들에 대해서는 왜이리 조용한 모습입니까?
성삼재 도록 셔틀버스만 다니게 하고 차량 통제하고 서서히 줄여 나가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찰들의 국립공원 내 개발행위는 잘 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립공원내 케이블카 설치 반대합니다.
행인님...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에 대한 입장에 대한 이야기에
왜 사찰들의 훼손이나 다른 문제는 이야기 하지 않는가라고 이야기 하시는 것은...
이웃집 돕고있는 사람에게
왜 또 다른이웃집을 돕지 않고 그 이웃집을 돕느냐고 이야기 하는 것 과 같다고 봅니다.
남이 못하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남보고 왜 못하냐 하는 것 보다 자신이 나서서 하면 될 일입니다.
아니면 함께 하자고 하시면 될 일입니다.
사찰들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의견을 개진해 보세요.
케이블카 설치도 하지말고 성삼재 도로 폐쇄하자는 의견이라면 저도 찬성합니다.
하지만 님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의 이런저런 다른 파괘되는 모습을 걱정하시면서도
케이블카는 설치해야한다는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립니다.
다른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케이블카 반대도 하지 말라는 식의 말로 들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