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한해보다도 많은 일들이 있었던 기축년이 가고 경인년이 밝았습니다. 2009년을 되돌아보면서 기억에 남는 말들을 ‘명대사 베스트5’, ‘이보다 더 웃길 순 없다 베스트5’로 정리했습니다.
명대사 베스트5
1위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에서 내가 최상의 가치가 있을 때 최상의 컨디션으로 바둑에 임하고 싶다.”
2009년 바둑계 최고이슈는 이세돌 9단의 한국바둑리그 불참통보에 이은 1년 6개월 장기휴직선언. 약 80일간 인터넷 뉴스 조회는 150만을 넘어섰고 유저들의 댓글은 2만을 돌파한 이 사건에 대해 이세돌 9단은 공식 기자회견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현 한국바둑리그는 랭킹에 상관없이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주장일 경우 50만원의 승리수당이 있긴 하나 상위랭커들에 대한 예우라고 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세돌 9단이 한국바둑리그에 불참했던 이유 중 하나다.
여하튼, 최근 이세돌 9단이 한국기원에 복직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2010년에는 이세돌 9단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가운 소식이다.
2위 “제 매력이요? 말을 어눌하게 하는 게…. 그런데 이게 매력인지 잘 모르겠네요. 하하.”
2009년 1월 8일 열린 2008바둑대상에서 이창호 9단이 6년 연속 남자인기상에 선정됐다. 본인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며 웃음으로 일관하던 이창호 9단은 끈질긴(?) 기자의 추궁에 매우 어눌한 말투로 위와 같이 답했다. 인기기사상은 프로기사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상이다. 2008년을 끝으로 바둑대상 인기기사상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덤~6년 연속 남녀 인기기사상을 수상한 이창호 9단과 박지은 9단의 소감 한마디! “인기상은 받을수록 행복해지는 상인 것 같다.” (이창호 9단) “앞으로 인기상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 받고 싶다.” (박지은 9단)
3위 “저는 민진이가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놨을 뿐이에요.”
12월 29일, 목진석 9단과 이민진 5단이 제1회 대한바둑협회장배 전국페어바둑대회 최강부 우승을 차지했다. 목진석 9단에게 소감을 묻자 “민진이가 잘했기 때문.”이라며 우승의 공을 이민진 5단에게 넘기며 센스 있는 답변으로 마무리했다. 센스하면 빠질 수 없는 이민진 5단, “내가 밥상도 차리고 밥도 떠먹여 준거 아니야? (농담농담^^)”
최강페어임을 선언한 목진석-이민진 페어는 2010년 3월 20일~23일 중국 항저우기원에서 열릴 ‘페어바둑탄생 20주년 기념 페어바둑 월드컵 2010항주’에 한국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4위 “철한오빠가 평소에는 정말 자상하거든요. 그런데 바둑판 앞에서는 정말 ‘독사’가 따로 없어요.”
원조페어팀인 최철한-윤지희. 2009비씨카드 Loun.G배 페어바둑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던 이 팀은 대회에서 당당히 실제커플임을 밝혀 화제가 됐었다. 윤지희 2단(당시)에게 남자친구인 최철한 9단이 바둑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냐고 묻자 “바둑은 몇 번 배워보려고 시도해봤는데 쉽지 않았다. 다정다감한 모습이 사라지는 걸 보고 배우는 건 포기했다.”며 응수.
독사라는 별명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보다.
5위 “용은 그렸지만 눈을 못 그렸다.”
2009한국바둑리그에서 정규리그 4위로 아슬아슬하게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경기 한게임이 광주 Kixx와 인천 바투를 연파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대구 영남일보에 2-3으로 패해 준우승을 기록했다. 한게임 감독을 맡았던 차민수 4단은 “처음 맡는 감독직이라 부담감이 있었다.”며 그 말 끝에 위의 재치 있는 답변을 덧붙여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내년에는 커다란 용에 부리부리한 눈동자를 새겨 넣을 것 같은 예감이다.
이보다 더 재밌을 순 없다 베스트5
1위 “물가정보배만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이지만…남겨놓음의 미덕이란 말도 있고 해서 하나정도는 남겨 두려고요.”
제5기 한국물가정보배 프로기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창호 9단. 한창 최다 준우승기록을 갱신(?)하는 모습을 보일 때 최근 들어 준우승자 입장에서만 인터뷰하는 기분이 묘할 것 같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재치 있는 대답으로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위 “제가 예전에 말한번 잘못했다가 엄청난 안티팬들이 생겼거든요. 이번에는 아무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우승후보는 이창호 사범님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겠습니다.”
센스 있는 인터뷰로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강동윤 9단. 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전을 앞두고 열린 개막식에서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역시나 기대에 저 버리지 않는 대답으로 응수했다.
3위 “사실 저는 김효정 3단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역시 세상은 넓고 아름다운 여인은 많은 것 같습니다.”
제10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시상식에 앞서 미녀 마술사 판지현 씨가 특별공연을 펼쳤다. 시상식 진행을 맡았던 김효정 3단이 “윤성현 9단은 마술쇼는 안 보고 마술사만 쳐다본다.”고 농을 건네자 윤성현 9단의 재치스럽게 응했다.
4위 “이걸 두나요?? 그리 계가가 안 되나…”
제11회 농심신라면배 1국 사이버오로 생중계 해설을 맡았던 김성룡 9단.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이 진 바둑을 던지지 못하고 계속 두어나가자 한 마디 날카롭게 날렸다. 수많은 명대사를 남기며 바둑계의 ‘김구라’임을 확실히 알린 김성룡 9단. 상당히 자극적인 대사도 많았기에 수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골라봤다.
5위 “힘들어요. 힘든데~ 집에 쌀이 떨어져서 쌀값 벌러 나왔어요. 아, 그러고 보니 김치도 떨어졌네요.”
2009한국바둑리그 서울투어에서 지도다면기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진동규 5단이 기막힌 명대사를 남겼다. 진동규 5단의 입담도 김성룡 9단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