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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미 [부부이야기] 2015.08.13>
망가진 부부관계 이렇게 봉합하자
김가영 여성조선 기자
이재은·이경수 부부의 ‘이혼 연습’
이재은·이경수 부부, 정말 이혼하나?
방송에 공개된 이재은은 우리가 아는 이재은과 거리가 멀었다. 앳되고 귀여운 얼굴이 트레이드마크이던 그녀는 온데간데없고, 살찌고 나태한 주부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레깅스 차림의 그녀는 표정마저 우울했다. 외출하는 남편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심지어 잠조차 따로 잤다. 당연히 부부간 대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강단에 서서 안무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경수는 비교적 자기 관리가 되는 듯 보였다. 그는 과거의 아내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연애 당시의 이재은을 보고 싶어요. 학교 다니던 때는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출석률 100%를 달성했었죠. 장학금까지 받고 열정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에 반했어요.” 결국 그는 이재은에게 이혼신청서를 내민다. “내가 예전에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 연애할 때, 사랑할 때의 당신을 찾고 싶어.”
이 부부의 권태기, 무엇이 문제였을까?
사실 위 상황은 ‘이혼 연습’을 해보자는 해당 프로그램의 설정이다. 백년가약을 한 부부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 일이 얼마나 후회스러운 일인지 다시금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실제로 남편 이경수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 부부는 여전히 신혼처럼 지낸다. 근래에는 같이 연극에도 출연했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이재은의 진심도 얼마간 엿보인다. 그녀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워낙 오래 했기 때문에 신랑한테 (결혼하면) ‘나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 그냥 전업주부로 살고 싶다’고 말했어요. 근데 가만히 있으니까 되게 우울하더라고요. 점점 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예전에 신랑이 당당하고 당돌한 게 제 매력이라고 말했는데, 살면서 그걸 점점 잃어가는 느낌이에요.”
너무 어린 나이에 대중의 관심을 받아서였을까? 피로에 지친 그녀는 자발적으로 일과 멀어지길 택했다. 여기에는 숨기고 싶은 가정사도 한몫했다. 오래전 그녀는 암울하던 가정사를 고백한 적이 있다. “외환위기가 오면서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했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어요. 그때부터 가장의 짐을 짊어지게 됐죠. … 아버지가 밥상을 엎을 때마다 왜 엄마는 죄인이고 아버지는 가해자가 되어야만 했나 싶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하루도 울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기쁘지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다 보니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죠.”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과 동시에 연예계 활동을 접었지만 결과는 기대와 많이 달랐다. 결국 이 부부는 이혼플래너와의 상담을 통해 ‘이혼’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물론 설정이지만, 더 행복한 가정을 가꿔나가자는 것만은 사실이다. 결국 프로그램은 이 부부가 서로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편지로 끝난다.
(이재은) “그동안 내가 많이 나태하게 생활했어. 당신이 나로 인해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들어.”
(이경수)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자기주장만 펼쳤어. 나도 많이 들어주지 못해 미안해.”
효과적인 부부관계를 위한 습관 5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라
많은 부부가 의외로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배우자와 나누지 못하고, 이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장애가 된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신체에 집중하고 감정을 묘사하는 단어들을 하나씩 떠올리는 것이다. 단어를 떠올리던 중 신체가 이완되며 긴장이 풀리면 현재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한 단어일 가능성이 높다.
개방형 질문을 하라
배우자가 ‘그렇다’, ‘아니다’ 등 한마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피하라. 이런 질문을 하면 시작도 하기 전에 대화가 끊긴다. 오히려 말을 좀 더 많이 해야 하는 질문을 한다. 예를 들어 ‘오늘 직장에서 괜찮았어?’라는 질문보다 ‘오늘 직장에서 무슨 일 있었어?’가 낫고, ‘영화 좋았어?’보다는 ‘오늘 영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다. ‘화났어?’라고 물으면 대화를 이어나가기 힘들지만, ‘당신 화난 것 같아. 무슨 일 있어?’라고 물으면 대화가 풍성해진다.
공감과 연민을 표현하라
배우자가 화나 있다면 문제의 경중을 떠나 배우자 편을 들어주어야 한다. 배우자가 과민반응을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내 의견을 얘기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야 한다. 그런 역할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사랑하는 사람 곁에 항상 내가 있음을 알려주는 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부모와 아이 사이>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하임 G. 기너트 박사는 “충고보다는 공감이 먼저”라고 거듭 강조한다. 옆에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싸우긴 싸우되 ‘잘’ 싸우라
간혹 ‘우리는 안 싸워요’라고 말하는 부부가 있다. 이는 사실 좋다고 볼 수 없다. 부부가 헤어지는 두 가지 경로가 있는데 한 가지는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헤어지는 경우, 또 하나는 조용히 말없이 갈라서는 경우다. 후자는 얘기해봤자 싸움만 생기니 서로의 욕구를 말하지 말자는 것인데, 실제로는 마음의 골이 아주 깊고 감정적 거리가 먼 상태다. 싸우긴 싸우되 관계 개선을 위해 건강하게 싸우자. 언성을 높이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대신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이 바라는 바를 ‘요청’하자. 그러면 부부싸움도 관계 개선에 유익한 것이 될 수 있다.
잠깐 멈추고 심호흡하라
배우자로부터 언어적인 공격이 이어질 때, 그에 반응하기 전 잠깐 중지한다면 자신을 좀 더 잘 진정시킬 수 있다. 심호흡을 하고, 근육을 이완하는 것에 집중하고, 낙서를 하라. 그렇다고 해서 주의를 흐트러뜨리거나 경청하는 것을 그만두지는 말 것. 듣고 있는 말에 반응하지는 않되 당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미루고 배우자에게 집중하라.
부부상담 전문가 최성애 박사와의 일문일답부부 갈등, 원인부터 해결까지
01 부부가 오래 부대끼며 살다 보면 필연적으로 권태기가 오나요?
권태기는 꼭 오래 살아서 생기는 게 아니라 신혼부부에게도 생길 수 있죠. 실제로 결혼한 지 6개월 혹은 1년밖에 안 됐는데도 ‘정말 이 사람이 날 사랑하는 게 맞나요?’, ‘결혼한 걸 후회해요’라며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들이 상담하러 오는 사례가 많아요. 반대로 결혼한 지 30~40년이 지났는데도 더 행복하고 가까워진다는 부부들도 있죠. 그래서 저는 결혼 햇수에 상관없이 권태기 등이 생긴다고 봐요.
02 부부가 갈등을 일으키고 멀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부부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대개 ‘성격 차이’라고들 해요. 근데 생각해 보세요. 사이가 좋을 땐 서로의 성격에 대해 ‘배려를 잘한다’, ‘따뜻하다’, ‘상대를 잘 이해한다’라며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사이가 안 좋아지면 ‘이기적이다’, ‘자기중심적이다’라며 말을 바꾸죠.
연구 결과 부부 사이에 불화가 생기거나 이혼을 하는 것이 성격 차이 때문은 아니라고 해요. 이유는 부부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긍정성과 부정성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자리 잡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죠. 긍정성이 적어도 부정성의 5배 이상은 있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부정성의 비율이 높아지면 그때부터 관계가 급속도로 안 좋아지며 이혼으로 가는 분기점을 맞는다고 보죠.
03 부정성보다 긍정성의 비율이 5배나 많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우리의 뇌는 긍정적인 기억보다 부정적인 기억을 더 오래 붙잡아두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우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이죠. 예를 들어 위험한 적을 만나면, 그 기억을 오래 저장해두어야 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고 위험을 피해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뇌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기억을 더 오래 갖도록 조직되어 있어요. 게다가 현대인은 연속적인 스트레스가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에 부정성이 높아질 확률이 더욱 높죠. 따라서 의도적으로 긍정성을 쌓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긍정성보다 부정성이 많아지기 쉬워요.
04 긍정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사실 긍정성을 쌓는 건 하루에 5~6분만 투자해도 충분해요. 예를 들어 저희 부부는 아침에 일어나 서로에게 3분 정도 발 마사지를 해주거나 어깨를 주물러줍니다. 각자의 일터로 헤어지기 전 6초 정도의 포옹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긍정성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6초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출퇴근 시 6초씩, 하루 12초만 할애해 포옹을 해보세요. 이 정도면 그날 필요한 긍정성은 대부분 충족됩니다.
05 그 밖에 부부가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대화법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다가가는 대화’입니다. ‘오늘 하루 어땠어?’라고 관심을 보이고, 상대가 ‘오늘은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참 힘들었어’라고 답하면 ‘아 그랬구나, 참 힘들었겠구나’라고 받아주는 것이죠. 반대로 ‘당신은 맨날 힘들다 소리야, 제발 그런 소리 좀 그만해!’라고 하면 서로 원수가 되는 대화 방식이 되겠죠. 배우자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거나 벌써 왔냐는 듯 귀찮아하는 표정을 지으면 정서적인 유대감도 희박해지고 (대화나 관계 자체가) 단절되죠. 즉 부정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06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가장 쉽고도 필요한 것이 ‘감사함’입니다. 감사함은 사실 습관이 들기 전까지는 의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아침에 둘 다 샤워를 하고 빨리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시다. 이때 남편이 샤워를 오래 하면 순간적으로는 굉장히 짜증이 날 수 있어요. 그때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는 거죠.
‘지저분하게 하고 나가는 것보다 깔끔하게 자신을 관리하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남편이 샤워하는 동안 주스를 만든다든지 이메일을 체크하면서 다른 일을 해도 되거든요. 그렇게 긍정적으로 사고를 전환하면 샤워하고 나온 남편에게도 ‘깔끔한 모습 보니까 기분 좋다’, ‘샤워하고 나오니까 시원하겠다’라고 말하게 되고, 남편도 기분 좋은 답을 하겠죠. 긍정성이 긍정성을 낳는 겁니다.
07 부부 사이를 망치는 말투나 습관, 행동들이 있을까요?
존 가트맨 박사(감정에 초점을 둔 부부·부모 자녀 관계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부부 3천 쌍의 상호작용을 비디오로 찍어 미세 분석한 결과, 이혼으로 가는 부부의 공통적인 패턴을 네 가지로 정리했어요.
첫번째가 ‘비난’입니다. 도대체, 왜, 맨날, 결코, 언제나, 항상, 늘 같은 단어는 다 비난이에요. 비난은 ‘당신은 구제불능이고 성격에 문제가 있다’라는 것이거든요. 말하는 사람의 의도는 ‘나는 이만큼 힘들고 이런 걸 바라니까 이렇게 해달라’라는 갈망의 표현이겠지만, 그 갈망을 전달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비난을 하면 상대는 들을 수가 없어요.
두 번째는 비난을 받을 때 ‘역공을 하거나 방어벽을 치는 것’이에요. 예를 들면 ‘그러는 넌 뭘 잘했다고’, ‘내가 언제. 너도 그랬잖아’라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거나 역공을 하는 것이죠. 이렇게되면 싸움이 공방전이 되면서 지겨워져요. 세 번째가 가장 나쁜 건데, ‘경멸’입니다. 상대를 나보다 못한 사람, 어린 사람, 하인처럼 취급하는 거죠. 예를 들어 상대가 말하는데 ‘어쭈’, ‘꼴에’, ‘주제파악이나 해라’, ‘복에 겨운 줄 알아’ 등의 표현이나 말투가 다 경멸입니다. 근데 많은 부부가 이런 표현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죠.
마지막 네 번째가 ‘담쌓기’입니다. 한방에 있으면서도 상대를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예요. 상대방이 말하는데 외면하고 시선을 맞추지 않거나 휴대폰만 들여다보거나, 말하는데 휙 나가버리는 거죠. 이 네 가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94%가 이혼으로 끝납니다. 당연히 이런 행동과 말투는 자제하는 게 좋겠죠.
최성애 박사
HD행복연구소 소장.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시카고대학교에서 인간발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에서 국제심리및가족치료사 자격을 획득했고 가트맨공인부부치료사 자격을 획득했다. 현재 다수 기업 및 기관에서 가트맨식 부부치료와 감정코칭에 관한 특강과 워크숍을 하고 있다. KBS <최성애 박사의 가족 클리닉>, <아침마당>, SBS <위기의 부부>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 <최성애 박사의 행복수업>, <부부 사이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청소년 감정코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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