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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rary 스크랩 도시와 나 - 성석제 백영옥 정미경 함정임 윤고은 서진 한은형
blueSpirit 추천 0 조회 279 14.11.23 07:2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대한민국 최초의 여행소설집
당대 작가 7인이 순수문학으로 풀어쓴 해외 도시 여행

이 책은 성석제, 정미경, 함정임 등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와 백영옥, 서진 등 대중성을 겸비한 소설가 그리고 윤고은, 한은형 등 곧 문단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이 해외 도시를 배경으로 쓴 단편소설 7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등단 연도와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참여 작가들은 모두 여행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소설가들이다. [도시와 나]는 평이한 에세이가 아닌 문학성 짙은 단편소설로 해외 도시의 이국적인 뉘앙스와 낯선 여행의 묘미, 아울러 읽는 재미를 풍성하게 담고자 했다. 

성석제는 ‘사냥꾼의 지도-프로방스의 자전거 여행’을 통해 연극제 참석차 방문한 프랑스 남부 도시 아비뇽에서 고집스럽도록 자전거 여행에 도전하는 희곡작가의 우여곡절 여정을 그렸고, 백영옥은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에서 짝사랑하는 유부남의 자취를 들여다보려는 스토커적 여성의 면모와 정작 남자가 아닌 그의 아내에게 동화되어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파고드는 식이다. 
이 외에도 정미경, 함정임, 윤고은, 서진, 한은형 등의 작가들이 고쿄, 브장송, 세비야, 로스앤젤레스, 튀니스를 배경으로 소설을 써 내려간다. 

단편소설 7편과 별개로 책 후미에 실린 ‘작가 인터뷰’는 기존 소설집에 실리는 문학 평론을 대체하며 이번 소설에 대한 일곱 명 작가들의 뒷얘기와 작가 개개인마다 다른 여행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면이기도 하다. 

[도시와 나]는 깊은 문학성을 기반으로 하되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들이 풀어낸 해외 도시 배경 소설로서 보다 대중적인 독자와의 만남을 유도한다. 단편소설로 만나는 도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낯선 여행을 체험하고, 익숙한 도시의 새로운 뉘앙스를 받아들이게 되며, 소설가만의 고유한 문체와 은유와 상징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독자들은 이 도시 단편소설집을 통해 빼어난 소설가들의 도시 이야기는 물론 낯선 도시들의 매력을 흠뻑 흡입할 수 있을 것이다. 





사냥꾼의 지도―프로방스의 자전거 여행 _ 성석제 成碩濟


“비틀거리면서 겨우 다리 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경고문을 발견했어. 휴대폰의 사전을 찾아가며독해를 한 내용은 ‘이 다리는 노후화로 인해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통행을 금지하며 통행시에는 패가망신할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임’이라는 거였어. 경고문보다 더 강력한 통행금지 조치는 다리를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벼락 높이의 철망으로 둘러치고 맨 위에는 철조망을 설치한 것이었는데 철조망에 전기가 흐르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전거를 가지고 그걸 통과할 도리가 없었어.”
성석제 「사냥꾼의 지도--- 프로방스의 자전거 여행」 중에서


성석제 成碩濟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또한 평론가 문혜원은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놓으며 "마치 무협지의 고수들처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입담을 펼친다.”라고 전한다. 이런 평론가들의 말처럼 성석제는 미묘한 경계선을 거닐면서 재미난 입담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소풍』은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가 빛나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고 기억하는 행위가 곧 일상을 떠나 마음의 고삐를 풀어놓고 한가로운 순간을 음미하는 소풍과 같다고 말한다.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오감이 총동원되는 총체예술”이며, “필연코 한 개인의 본질적인 조건에까지 뿌리가 닿아 있다”는 지론은 곧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사람살이의 다양한 세목을 되살려온 성석제 소설세계와 상통한다. 십수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하며 갖가지 음식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업이 ‘음식의 맛, 사람의 맛, 세상의 맛’을 함께 음미하게 한다. 

단편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든 면에서 평균치에 못 미치는 농부 황만근의 일생을 묘비명의 형식을 삽입해 서술한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포함하여, 한 친목계 모임에서 우연히 벌어진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싸움을 그린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 잘살아보려던 한 입주과외 대학생이 차례로 유복한 집안의 여성들을 만나 겪는 일을 그린 「욕탕의 여인들」, 세상의 경계선상을 떠도는 괴이한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책」, 「천애윤락」,「천하제일 남가이」등 2년여 동안 발표한 일곱 편의 중 · 단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 이번 작품집도 예외없이 세상의 통념과 질서를 향해 작가 특유의 유쾌한 펀치를 날리는데, 비극과 희극, 해학과 풍자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성석제가 3년간 발표한 단편들을 모았다. 혼기에 이른 맏딸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딸이 어머니에게 읽어드리는 옛이야기를 교차 시키며 유려하게 텍스트를 직조해낸 표제작을 비롯,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내 고운 벗님' 등 총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뒤집는 화려한 수사와 “웃음의 모든 차원을 자유자재로 열어놓는 말의 부림”으로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각양각색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유쾌한 재미와 해학, 풍자 밑에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이기도 하고 그리움이나 인간을 향한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은근히 깔려 있다.

이외의 소설집으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새가 되었네』『재미나는 인생』『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호랑이를 봤다』『홀림』『지금 행복해』 등과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궁전의 새』『순정』 등이 있으며, 명문장들을 가려 뽑아 묶은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이 있다.

1997년 단편 「유랑」으로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0년 「홀림」으로 제13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고, 2001년 단편「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제2회 이효석문학상, 같은 작품으로 2002년 제33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2004년 「내 고운 벗님」으로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전 문학을 통해서 전형을 보여주기 보다는 패턴을 제시하고 싶어요. ‘나는 좌파다, 우파다’ 말하기보다 ‘이런 경우도 있다’는 상황을 제시하고 '이 사람은 이렇게 했다. 언제나 옳은 건 아니지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물음을 던지고 싶어요.











어떤여름 _ 함정임 咸貞任


“지난여름 열흘간, 수첩에 적힌 대로 프랑스의 호텔들을 순례했다. 강지섭이 십 년 전 그 호텔들에 묵었던 이유 따위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머물렀던 십 년 전이라는 시공간은 나에게 화석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충분했다. 다행이라면 십 년 전의 그 호텔들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강지섭의 붉은 수첩은 비행기를 타기 직전 공항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 속에 장 메이에라는 남자의 명함도 들어있었다. 그렇게 여름은 지나갔다.”
--- 함정임 「어떤 여름」 중에서 


함정임 咸貞任

90년대 한국문학의 한 줄기를 만들어온 여성작가다. 1964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이화여대 불문과를 나와 스물여섯 살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광장으로 가는 길」이 당선되어 소설가가 되었다. 대학에서 프랑스 시와 현대 부조리극에 경도되었고, 거리와 광장보다는 도서관과 지하 소극장을 전전했다. 그때 대학 문학상에 시가 가작으로 뽑히는 바람에 제도권 문학지의 청탁을 받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그 문학지의 기자가 되었다. 그 후 계간지 편집장과 출판사 편집부장으로 일하며 프랑스 현대문학을 전문 편집했고, 프랑스 대사관 도서과에 다년간 협력했다. 2003년 계간 『동서문학』에 장편소설을, 인터넷 서점 예스24 웹진 '북키앙'에 미술 에세이를 연재했다. 2004년 한신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 한신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와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글쓰기와 이론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왔으며, 2007년 현재 동아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소설 창작과 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스물여덟 살에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이라는 매우 낯선 제목의 첫 소설집을 낸 이후 『밤은 말한다』 『동행』 『행복』 『당신의 물고기』 『아주 사소한 중독』 같은 무난한 제목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냈고, 2002년 첫 소설집 - 제목처럼 쉼표가 들어간 제목의 소설집 -『버스, 지나가다』를 펴냈다. 미술애호가의 심정으로 제법 두꺼운 번역서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와 아이를 위한 번역서 『실베스트르』를 펴냈고, 첫 산문집 『하찮음에 관하여』를 냈다. 이 외에도 소설집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당신의 물고기』, 『네 마음의 푸른 눈』, 장편소설 『춘하추동』 이 있다. 그리고 산문집 『하찮음에 관하여』, 유럽묘지예술기행 『그리고 나는 베네치아로 갔다』, 파리기행 『인생의 사용』, 미술에세이 『나를 사로잡은 그녀, 그녀들』, 에세이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 등이 있다.

한때 나는 ‘한 곳에 가만히 앉아 있기를!’ 간절히 청원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푸른 꽃’을 찾을 수만 있다면!’ 하고, 분연히 일어서곤 했다. 『버스, 지나가다』를 내고 삼 년 동안 나는 여전히 낯선 곳을 향해 끊임없이 떠나고, 또 돌아왔다. 모두 메아리처럼 소설이 되어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소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내 삶, 그러니까 소설적 삶의 중심이 되었다.




장마 _ 정미경 鄭美景


“싸고 깨끗한 비즈니스 호텔 알려드릴 수 있어요. 뭐 어디나 청결하긴 하지만. 네, 지진 이후로 확실히 여행자가 좀 줄긴 했죠. 그렇다고. 방값을 깎아주진 않드라구요. 시부야도 가깝고 롯폰기까지 걸어갈 만해요. 쉼 없이 떠드는 와중에 도윤이 건네주는 택시비를 받아들었다. 다음에 오게 되면, 모노레일을 타세요. 짐이나 많으면 모를까. 택시 요금이 살인적이잖아요. 다리도 아주 튼튼해 보이네. “
_ 정미경 「장마」 중에서


정미경 鄭美景

'남들은 절대 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소설을 쓴다는 한국의 대표적인 중견 여성작가다. 서사 구조의 고전적 안정성, 미묘한 정서를 전하는 섬세한 문체, 존재와 삶을 응시하는 강렬한 시선으로 우리 문단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1960년 마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폭설」이, 2001년 《세계의 문학》 소설 부문에 「비소 여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감성과 지성, 내면과 서사의 반목을 훌륭하게 통합해 낸 『장밋빛 인생』으로 획일화된 문단에 변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을 받으며 2002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빛과 어둠의 미학을 바탕으로, 백야의 북구, 뭉크의 그림 등 이국정취로 이끌어가는 이향적인 공간의 시학과 더불어 아이러닉한 반전 구조로 와해되어가는 천재적 우상의 초상을 제시한 「밤이여, 나뉘어라」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밤이여, 나뉘어라」는 인간 존재의 허무, 그 황량함에 대한 고백을 담고 있다. 천재의 몰락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통해 선망과 경쟁의 대상으로서 자아의 욕망이 대리 투사된 자신의 거울상인 대상의 해체로 인한 자기 환멸의 허망한 반응과 내적 붕괴감을 뛰어난 서사기법을 바탕으로 그려낸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의 감정에 대한 은밀한 성찰의 기획을 여로의 구조를 통해 뛰어나게 서사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밤이여, 나뉘어라」 외에 2008년 이효석문학상 추천 우수작인 「타인의 삶」, 2008년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작 「프랑스식 세탁소」, 「번지점프를 하다」,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내 아들의 연인』, 장편소설『장밋빛 인생』,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등의 작품을 썼다.


 


사랑한다 해서, 둘이서 죽도록 사랑한다 해서, 다시는 나누어지지 않을 것처럼 서로의 몸속으로 파고들며 뜨겁게 엉긴다 해서 그 사랑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두려움과 고뇌의 무게까지 같이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 _ 백영옥


“적어도 내가 아는 윌리암스버그에는 남자 운동화가 분명한 커다란 신발을 신고 어기적대며 걷는 여자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람은 없다. 지하철 L라인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도, 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도, 갈 길이 급해 저절로 걸음이 빨라지는 동네였다. 하지만 비좁은 나무계단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동안, 그곳의 세입자 한 명이 나를 바라보며 “도와줄까?”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괜찮아. 고마워!”라고 소리 질렀다. 타인의 질문에 분명히 대답한 건 오랜만의 일이었다. “
--- 백영옥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 중에서 


백영옥

패션지 기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젊은 여성들의 사랑방식을 알콩달콩하게 그려내는 작가로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빨강머리 앤’과 ‘키다리 아저씨’를 좋아하는 유년기를 보냈다. 책이 좋아 무작정 취직한 인터넷 서점에서 북 에디터로 일하며 하루 수십 권의 책을 읽어치웠다. 미끌거리는 활자 속을 헤엄치던 그때를 아직도 행복하게 추억하고 있다.

패션지 「하퍼스 바자」의 피처 에디터로 일했으며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고생 끝에 오는 건 ‘낙樂’ 아닌 ‘병’이라 믿으며, 목적 없이 시내버스를 타고 낯선 서울 변두리를 배회하는 취미가 있다. 2007년 트렌드에 관한 발랄한 글쓰기가 돋보이는 산문집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을 펴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2000년대 한국 여성들의 사랑 방정식을 간결한 문체와 흡입력있는 스토리로 표현해 주목을 받고 있는 소설가이며, 2008년에서 2009년에 걸쳐 YES24블로그에 장편소설 『다이어트의 여왕』을 연재하였다. 2011년에는 등단작인 문학동네신인상 수상작 「고양이 샨티」를 비롯해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아주 보통의 연애』를 발간했다


말하자면 두 가지 욕망이 동시에 공존하는 거죠. 21세기적 욕망이라는 것 자체가 단편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너무 복합적이기 때문에. 그런데 그 두 가지 욕망이 충돌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구요. 된장녀로 몰아붙이든가 아니면 헬렌 니어링 같은 자연주의자로 몰아붙이든가. 그 사이에 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콜럼버스이 뼈 _ 윤고은


“몇 모금의 와인이 내 배꼽 부분에서 목구멍 쪽을 향해 다시 거슬러 오르는 듯했다. 그건 함부로 뱉어낼 수 없는 뜨겁고 뜨거운 어떤 것이었다. 단지 그 감정 하나로 이 세비야 골목들과 내가 건넌 몇 개의 바다와 낯선 국경들이 모두 합당한 것이 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여행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이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숙제, 아니 차라리 연행에 가까운 어떤 경로였다. 그러나 그녀의 노래를 듣는 동안 내 안에서 어떤 공기가 역류했고, 비로소 나는 편안해졌다. 노래가 끝나자, 콜롬 가족들은 나에게 아버지가 이 곡을 들려주고 싶었던 모양, 이라고 말해주었다. 이 수첩 속 주소가 내게 온 데에는 바로 그런 이유가 있었던 모양, 이었다.”
--- 윤고은 「콜럼버스의 뼈」 중에서 



윤고은

허공에도 눈이 있고 적막 속에도 귀가 있다고 믿는다. 허공을 겨눈 현미경, 적막 틈으로 내미는 청진기는 덤이다. 수많은 갑과 을의 관계를 만들어냈지만, 정작 회사 생활을 한 적은 없다. 명함에는 이름 석 자만 찍혀 있다. 낯선 곳이든, 낯익은 곳이든 이방인이 되어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1980년 서울 출생으로, 동국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소설 『피어씽』으로 제2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2008년에는 『무중력증후군』으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1인용 식탁』,『알로하』등이 있다.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의 얘기라는 거죠





캘리포니아 드리밍 _ 서진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건조하고 뜨거운 로스앤젤레스의 바람이 불어왔다. 거대한 헤어드라이어가 작동하는 것만 같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 한 점 없다. 그래도 다운타운은 우리가 살고 있는 벨리 지역보다는 서늘하다. 우리는 로스앤젤레스에 와서 왜 하필이면 다른 곳보다 덥고, 평평하고 지겨우며, 교차로마다 주유소나 도넛 가게 혹은 슈퍼마켓밖에 없는 교외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집세가 싸고, 물가도 싸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다. 고향에서 캘리포니아로 도망친 형벌을.”
--- 서진 「캘리포니아 드리밍」 중에서 



서진

서진은 학문으로서의 문학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문학에 가치를 두며, 대중문화를 적극 수용하는 Pop Writer다. 197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을 중퇴하고 캘리포니아에서 유랑하던 중 소설을 쓰리라 결심한다. 2004년 첫 장편소설 『채리』를 자체 제작하여 온라인 판매를 했으나 400여 권이 남아 집에 차곡차곡 쌓아놓았고, 2005년 연작소설 『하트모텔』을 자체 출판하였으나 제목만 야하다는 주위의 원성을 듣고 『채리』와 함께 보관 중이다. 더 이상 책을 쌓아둘 장소를 찾지 못하던 중, 2006년 뉴욕에서 쓴 세 번째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를 문학상에 처음으로 투고하여 2007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인디 문화잡지 〈보일라(VoiLa)〉의 편집장을 지내며 30여 호의 잡지를 기획하였고, 2004년부터 현재까지 대안출판 프로젝트 '한페이지 단편소설'을 운영하면서 다수의 책을 만들었다. 또한 문화웹진 〈나비〉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하트브레이트 호텔』 등이 있다.

온라인에서는 한페이지단편소설(1pagestory.com)과 쓰리나이츠온리(3nightsonly.com)에서 만날 수 있다.


나는 종이로 만든 책을 사랑한다. 서점에 들어서면 서가에 꽉 차 있는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평생이 걸려도 꽂혀 있는 책들의 절반, 그 반의반도 읽지 못할 텐데 이미 다 읽어버린 것 같은 황홀한 느낌이 든다. 수많은 책들이 바로 눈앞에 있기 때문에 그런 착각을 하게 된다. 무형의 지식과 이야기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어서, 읽기도 전에 경험한 것 같은 그런 착각 말이다.




붉은 펠트 모자 _ 한은형


“로고가 데려 갔던. 메디나 안으로 끝까지 들어가 어둠의 길을 지나 계단이 사라질 때까지 위로 올라가면 그곳이 나온다. 타일 바닥에 울리는 그의 지팡이 소리를 세다가 그만두었을 때 빛이 나타났다. 옥상에는, 폐허가 된 이슬람의 궁전이 있었다. 바닥은 물빛에 가까운 타일로 되어있어서 발이 잠길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었다. 벽의 타일은 대칭적이지도 연속적이지도 않은 채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런 대단한 것은 시내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천장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벽들은 공중에서 솟아난 것처럼 보였고, 천장을 받치고 있었을 기둥은 바닥에 누워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그 궁전은 내가 본 적이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한쪽은 허물어졌거나 사라졌는데 한쪽은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허물어진 것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한은형 「붉은 펠트 모자」 중에서 



한은형

1979년 수원에서 태어난 한은형은 인하대학교 국어국문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단편 '꼽추 미카엘의 일광욕'으로2012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결혼', '그레이하운드의 기원',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행소설집
당대 작가 7인이 순수문학으로 풀어쓴 해외 도시 여행,
소설로 만나는 낯선 해외여행의 묘미와 읽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단편문학 7편이 독자와 만난다.


소설로 만나는 낯선 해외여행! 
성석제, 백영옥, 정미경, 함정임, 윤고은, 서진, 한은형 등 멋진 소설가들의 도시 소설. 
아비뇽, 뉴욕, 도쿄, 브장송, 세비야, 로스앤젤레스, 튀니스가 여행보다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여권과 항공권 없이도 우리는 낯선 해외 도시의 만남과 이별, 사랑, 추억을 공유한다. 

[도시와 나], 소설가들의 손끝 따라 떠나는 도시 기행 

이 책은 성석제, 정미경, 함정임 등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와 백영옥, 서진 등 대중성을 겸비한 소설가 그리고 윤고은, 한은형 등 곧 문단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이 해외 도시를 배경으로 쓴 단편소설 7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등단 연도와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참여 작가들은 모두 여행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소설가들이다. [도시와 나]는 평이한 에세이가 아닌 문학성 짙은 단편소설로 해외 도시의 이국적인 뉘앙스와 낯선 여행의 묘미, 아울러 읽는 재미를 풍성하게 담고자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야기꾼 소설가 성석제는 ‘사냥꾼의 지도-프로방스의 자전거 여행’을 통해 연극제 참석차 방문한 프랑스 남부 도시 아비뇽에서 고집스럽도록 자전거 여행에 도전하는 희곡작가의 우여곡절 여정을 그렸고, 대중적인 독자 팬덤을 형성한 작가 백영옥은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에서 뉴욕의 서블렛(Sublet, 기간제 렌트) 문화와 함께 짝사랑하는 유부남의 자취를 들여다보려는 스토커적 여성의 면모와 정작 남자가 아닌 그의 아내에게 동화되어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파고든다. 문단의 거목 정미경 작가는 ‘장마’를 통해 도쿄의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일본 공연예술인 ‘부토’에 빠져들고 나오시마 섬까지 동행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함정임 작가는 소설 [적과 흑]의 배경 도시이기도 한 프랑스 브장송에서 사라진 남편의 자취를 찾아 호텔들을 섭렵하는 여자 나미와 그 여자에게 매혹된 프랑스인 남자 장의 동행을 담고 있다.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 윤고은은 ‘콜럼버스의 뼈’에서 이국적인 스페인 남부 도시 세비야의 정취와 아버지의 존재를 찾아 도시를 방황하는 여주인공을 따라간다. 스스로 ‘팝라이터(Pop Writer)’라고 칭하며 다채로운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는 소설가 서진은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통해 꿈을 좇아 로스앤젤레스를 찾아왔지만 정작 고국과 고향의 맛에 대한 그리움만 쌓아가는 88만원 세대의 익숙한 방황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신인작가 한은형은 ‘붉은 펠트 모자’에서 모래바람이 부는 도시 튀니스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2010년 시민혁명을 통해 운명이 뒤바뀌는 튀니지 고위관료 로고의 자취를 따라간다. 단편소설 7편과 별개로 책 후미에 실린 ‘작가 인터뷰’는 기존 소설집에 실리는 문학 평론을 대체하며 이번 소설에 대한 일곱 명 작가들의 뒷얘기와 작가 개개인마다 다른 여행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면이기도 하다. 

올해 노벨문학상 역시 단편문학 작가(엘리스 먼로)를 선택했듯 단편소설은 견고한 작품성을 인정받아온 문학 장르다. [도시와 나]는 깊은 문학성을 기반으로 하되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들이 풀어낸 해외 도시 배경 소설로서 보다 대중적인 독자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 단편소설로 만나는 도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낯선 여행을 체험하고, 익숙한 도시의 새로운 뉘앙스를 받아들이게 되며, 소설가만의 고유한 문체와 은유와 상징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독자들은 이 도시 단편소설집을 통해 빼어난 소설가들의 도시 이야기는 물론 낯선 도시들의 매력을 흠뻑 흡입할 수 있을 것이다. 



01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소설가 7명이 참여

정미경, 성석제, 함정임, 백영옥, 서진, 윤고은, 한은형(등단 순) 소설가들의 도시가 궁금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소설가에게 영감을 주고 위안을 주었던 그 도시는 어디일까. 소설가는 도시를 어떤 식으로 문단과 문장 속에 녹여내는가. 소설가들에게 도시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삶의 공간일 뿐 아니라 작품의 주요한 모티브이자 배경, 영감과 욕망의 대상, 나아가 주인공이다. 음악가의 뮤즈처럼 소설가에게 짜릿한 영감과 힐링을 선사한 도시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이 단편소설들을 통해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들의 ‘애틋한 도시’는 물론이고 소설적 상상력과 문학적 너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여름 원고 청탁 시 해외 여행중이었던 성석제 작가는 프랑스 도시를 배경으로 한 신작을 써보겠노라 선언했으며, 정미경 작가는 이전부터 관심 갖고 있던 아시아 문학과의 연계 속에서 보물처럼 가지고 잇던 작품을 내주었다. 워낙 수많은 여행을 경험해 주변 지인들로부터 ‘여행사를 차리라’는 권유까지 받는 함정임 작가는 어떤 해외 도시를 배경으로 한 단편을 줘야 할 지가 행복한 고민이었으며, 백영옥 작가는 허리케인으로 공포에 휩싸였던 뉴욕에 체류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특별한 뉴욕 이야기를 전해왔다. 이미 해외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발표한 적 있던 서진 작가는 자신이 최초로 머물렀던 해외 도시에 대한 추억을 짧은 단편에 담아 보냈으며, 신예 작가 한은형은 다녀온 적 없는 아프리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를 배경으로 삼는 과감한 도전에 임했다. 


02 대한민국 첫 여행소설집 

에세이나 사진집이 아닌 소설 문학이다. 천편일률적인 여행 에세이가 결코 담아낼 수 없는 도시 여행의 차원 다른 깊이와 방랑의 이유에 대해 소설을 통해 짐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벼운 에세이와 비소설 읽기에 몰두하는 독자들에게는 순수문학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입문서로 기능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단편문학이 가지는 위대한 힘, 삶의 한 단면을 드러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해외 도시를 담은 여행 에세이는 충분히 많았다. 하지만 사실적이거나 정보집대성적인 에세이와 가이드북이 실어 나르지 못하는 감성과 감동을 소설로 풀어내면서 각각의 단편은 아비뇽, 뉴욕, 도쿄, 브장송, 세비야, 로스앤젤레스, 튀니스처럼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 혹은 익숙한 여행 도시를 신선하게 만나게 한다. 마침내 여행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세세한 여행 정보가 아니라 마음을 뒤흔드는 문장들과 낯선 도시의 분위기가 아니었나. [도시와 나]의 단편들은 지극히 감성적이며, 유쾌하고 진지하다. 한 권의 소설집 [도시와 나]를 통해 우리의 다음 여정은 아비뇽, 뉴욕, 도쿄, 브장송, 세비야, 로스앤젤레스, 튀니스가 될 것이다! 


03 소설로 떠날 수 있는 세계여행 

두꺼운 가이드북보다 한 편의 단편소설이 당신을 행복한 여행으로 이끌 것이다. 번거로운 여권과 비싼 항공권은 잊어도 좋다. [도시와 나]는 일탈과 방랑 그리고 치유를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여행할 권리를 제공한다. 이 한 권으로 누구나 아비뇽, 뉴욕, 도쿄(그리고 나오시마 섬), 브장송(그리고 엑스레벵과 렝스), 세비야, 로스앤젤레스, 튀니스의 맛을 알게 된다. 생경한 여정조차 친근하고 매혹적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7편의 단편문학이 꿈에 그리던 세계일주를 가능하게 만든다. 


04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선물하고 싶은 책!

책만큼 좋은 선물이 또 있을까. [도시와 나]는 문학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 당대 작가들을 라인업으로 그들의 신작 소설들을 담았으며, 작품성은 물론 대중성을 겸비한 단편소설로 내실을 기했다. 책 한 권으로 여행의 자유와 감성 충만한 휴식을 선물할 수 있다는 쾌감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친근감을 강조한 컬러풀한 표지와 ‘작가 인터뷰’를 곁들여 누구나 쉽게 손에 쥐고 읽을 수 있는 문학을 완성했다. 이 겨울 가장 선물하기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초판 3000부에 한해 여행노트를 부록 선물로 증정하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05 [도시와 나] 국내 편 출간 예정 

[도시와 나] 두 번째 책은 ‘국내 편’으로 2014년 봄 독자와 만나게 된다. 이번에는 광주와 강릉, 여수와 대관령 등 국내 도시를 배경으로 한 다이내믹한 신작 소설들이 담길 예정이며, 현재 함정임, 한창훈, 백영옥, 이기호, 손홍규, 윤고은, 김미월 작가 등이 계약을 마친 후 신작 단편을 집필 중이다. 국내 편은 여행자의 시선보다는 낯선 지방 도시를 더욱 따뜻하게 들여다보는 소설집이 될 것이다.






『도시와 나』 함정임 백영옥 윤고은 작가


이 소설은 꼭 뉴욕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어도 괜찮다. 어떤 면에서 장소는 일종의 장신구 같다. 사실 그보다는 길, 사람, 사물 등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이 중요하다. 그래서 브루클린이라는 도시 자체보다 그 집의 모습, 사물이 놓여있는 방을 공간이라 인식하고 글을 썼다.








2014년 첫 번째 ‘향긋한 북살롱’은 여행을 테마로 한 단편소설집 『도시와 나』 를 만나는 자리였다. 성석제, 함정임, 백영옥, 서진, 윤고은 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가진 작가 7명이 모여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작가들은 각각 특정한 나라의 특정한 장소를 무대로 선택해 작업했다. 이야기 속에서 상상이 더해진 공간들이 한층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세계 곳곳의 바람이 묻어났던 시간을 소개한다.



모든 현대소설은 여로소설의 형식을 보인다

일상에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먼저 떠날 것 같은 분들이시다. 여행은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함정임나는 20대부터 꾸준히 여행을 다녔다. 오늘도 부산에서 초고속 열차를 타고 이 자리에 왔고, 지난주에는 터키 중부에 있었다. 여행은 그 자체로 나다. 나를 구성하는 내 삶이다.

백영옥여행을 정말 싫어한다.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떠날 때면 공항에서부터 후회를 한다. 낯선 곳의 다른 언어, 다른 표지판과 새로운 공간 앞에서 굉장히 긴장한다. 길을 잃지 않을까, 말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많고 두렵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비로소 좋았어, 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돌아올 때면 여행을 두 번 다니는 기분이 든다. 사실 좋아하는 여행은 동네 여행이다. 버스타고 종점까지 가거나 가요 속에 많이 나오는 동네들, 그러니까 삼청동이나 혜화동 같은 곳에 간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잘 살고 있는 것 같이 생각하고 부러워하는데, 그냥 내가 사는 곳에서 사소한 것을 새롭게 보는 것도 재미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윤고은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틈만 나면 여행 계획을 세운다. 1년 정도 천천히 계획하는데 하루에 몇 시간씩 꾸준히 준비한다. 꼭 내일 당장 갈 것처럼 숙소도 찾아보고, 동선도 생각하며 꼼꼼하게 계획을 짠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음 여행을 계획한다. 가이드북을 보면서 도시마다 적힌 설명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내게 일종의 놀이다.

백영옥9.11 테러 당시 미국에 있었다. 샌디라는 폭풍이 거대한 도시를 어둠에 잠기도록 만들었다. 가스가 끊기고 사재기하는 걸 보았다. 재난의 현장에 작가로 있었던 게 큰 의미가 있었다. 이번에 『도시와 나』 에 함께 글을 실은 서진이라는 작가는 거의 늘 외국에 있다. 여행을 참 잘하는 사람이다. 작가는 낯선 곳을 고향처럼 느껴야 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게 힘든 사람이라 좀 부럽다.


각자가 고른 장소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 선택한 것인지 궁금하다.

함정임사실 출판사에서 내 작품 앞에 브장송을 대표적인 장소로 꼽은 걸 보고 좀 놀랐다. 이 소설은 니스행 열차에서 만난 두 남녀가 여자의 사연이 얽힌 빨간 수첩 속 숙소리스트를 함께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장소가 등장하고, 브장송은 그 중 한곳이다. 사실은 8개의 호텔, 8개의 도시가 나온다. 앞서 윤고은 작가가 말한 것처럼 나도 숙소를 검색하는 걸 좋아한다. 20년 넘게 호텔을 검색하고 찾아다녔는데 그러다보니 3~6개월 전에 늘 미리 예약한다. 소설 속 호텔들은 모두 내가 묵어본 것이다. 다만, 동행하는 남자가 없었을 뿐이다.

윤고은이번 소설은 세비야가 무대다. 소설 속에서 보면 주인공이 그곳에서 열흘을 헤매는데 사실은 단 하루 묵었다. 돌아오기 하루 전에 도착해 잠만 잔셈이다. 기차역 근처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그렇게 큰 감흥이 없었다. 덥다는 생각만 자주 했을 뿐이다. 인상적인 것은 큰 도시인데 씨에스타 시간에 고요해진다는 점 정도였다. 그리고 오히려 아주 작은 것들. 스타벅스 화장실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데도 너무 더럽다거나 하는 큰 의미가 없는 거였다. 그런데 돌아와서 이야기를 쓰려할 때는 이상하게 세비야가 떠올랐다. 여행지로 인상 깊은 곳과 이야기를 쓰고 싶은 곳이 꼭 일치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제 글도 썼으니 다음에는 오래 다녀올까 한다.


외국에서는 트래블 소설이라 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여로형 소설이라 부르기도 하는 소설이 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여행과 소설의 관계가 궁금하다.

백영옥내 소설은 뉴욕의 서블렛과 관련된 것이다. 서블렛은 한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생겨난 제도다. 단기로 집을 비울 때, 비싼 집세를 감당하기 위해 집을 임대하는 제도다. 개인적으로 호텔을 좋아하지 않아 서블렛을 이용하곤 한다. 그런 경험이 소설에 녹아들었는지도 모른다. 호텔 특유의 냄새도 불편하다. 그래서 늘 향초를 가직 다니면서 공기를 균일하게 만든다. 조금 예민한 편이다. 호텔에 가면 이질감이 들고 내가 휘청대는 것 같다. 보통 여행지에서는 글을 쓰지 못한다. 다녀와서 쓰기 시작하는데 여행을 할 때는 사진과 메모를 열심히 남긴다.

윤고은어떤 소설을 쓰려고 특별히 취재를 한 적은 아직 없다. 여행은 하나의 놀이다. 글을 쓰다 보니 여행의 경험이 활용된 것이다. 첫 번째 여행에는 노트북을 가져가고, 두 번째 여행에는 퇴고를 하려고 교정지를 들고 갔다. 하지만 전혀 하지 못하고 그대로 왔다. 그 뒤로는 메모만 많이 남긴다.

함정임인생이 여행이다. 모든 현대소설은 여로소설의 형식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박사논문에서 여행소설이 아니라 여행서사라고 명명한 바 있다. 88년도 올림픽 이후, 한국은 세계화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배낭족 1세대가 생겨난 시기다. 그렇게 80년대 중반과 90년대 한국 작가들은 국가와 기관들의 기획으로 바깥으로 나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경험을 글로 남긴다. 90년대 까지 여행소설 기행소설 등이 많았다. 보통 이국적인 것을 체험하는 것, 새로운 걸 보고 쉬러 떠나는 것을 여행이라고 한다면 소설은 조금 다른 층위에 있다. 소설은 여행지에서 있었던 좋은 경험을 파괴하고 재구성한다. 내 경우는 여행이 이미 생활이 되어 있어서 여행 중에서 꾸준히 연재를 한다. 이미 여행이 일상이고 삶이다.




공간도 시간만큼 중요하다

준비된 순서를 마치자 곧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작품에 대한 질문부터 작가들이 떠나는 여행에 대한 질문까지 다양한 궁금증이 있었다. 여행을 소재로 한 에세이는 많지만 『도시와 나』 처럼 소설로 풀어낸 경우가 드물기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듯 했다.

윤고은 작가의 「콜롬버스의 뼈」 는 처음 읽었을 때, 화자가 남성인 줄 알았다. 24시간밖에 머물지 않은 세비야를 어떻게 그렇게 그려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생동감 넘치는 공간 묘사를 보면 그 상상력이 놀랍다.

윤고은화자가 남성으로 보였던 건 건조한 느낌이 남성적으로 다가가서 그런 듯하다. 차를 타거나 길을 걸을 때면 사물이나 사람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길을 걷다가 주택과 창문을 올려다보면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집과 골목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부분이 세비야라는 공간과 함께 섞이면서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작가들은 어떤 경우를 가장 좋아하는가?

백영옥작가마다 다 다르겠지만 아마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할 것 같다. 작가 서진은 하와이에 여행을 가서 얻은 숙소에서 하숙을 친 적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불안과 공포가 극복이 잘 되지 않아서 힘들지만 말이다. 다음 생에는 꼭 힘센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가만히 보면 작가는 자기 안의 타자, 바깥의 타자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법을 잘 아는 사람 같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며 불편하면 또 그 불편함을 안은 채, 잘 지내는 것 같다.

함정임처음으로 여행을 꿈꿨던 게 스무 살 때다.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옆에 세트 해변 사진이 있었다. 복사본이었는데, 그 사진 속 바다와 언덕을 보며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여행을 떠난 곳이 세트 해변이다. 잔뜩 마른 여자애가 카메라에 큰 배낭을 메고 길을 떠났다. 그리고 그렇게 20년을 다닌 것 같다. 거의 혼자 여행을 다니는데 가끔 동반자가 같이 가자고 떼를 쓰면, 함께 가기도 한다. 여행은 역시 혼자 가는 게 진수다. 여러 가지 유혹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 유혹 안에서 오는 긴장들을 잘 조절하는 것이 흥미롭다.

윤고은겁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여행을 온전히 혼자 다닌 적은 없다. 비행기도 무서워해서 늘 추락할 것 같은 공포에 시달린다. 그럴 때면 옆 사람을 꼭 잡아야 하는데 혼자가면 그걸 못하니까 힘들다. 함께 떠나서 각자 구경하고 다시 만나 함께 다니는 식으로 여행을 한다.


이야기와 배경을 어떻게 정했는지 궁금하다.

함정임창작자로서도 연구자로서도 공간성이라는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통 공간성을 소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공간도 시간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인물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지로 이야기는 이루어진다. 개인적으로 파리라는 공간을 죽도록 연구한 발터 벤야민의 추종자이기도 하다. 이번 소설의 경우, 공간의 이동, 풍광의 변화 등을 고려하며 쓴 작품이다.

백영옥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 생각 없이 썼다고 할 수도 있다. 그보다는 어떤 사물과 사람이 관계 맺는 방식에 큰 관심을 두었다. 이 소설은 꼭 뉴욕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어도 괜찮다. 어떤 면에서 장소는 일종의 장신구 같다. 사실 그보다는 길, 사람, 사물 등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이 중요하다. 그래서 브루클린이라는 도시 자체보다 그 집의 모습, 사물이 놓여있는 방을 공간이라 인식하고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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