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앤디 맛집나들이] 이태원 태국식당 ‘방콕’
한국인 입맛 맞춰 강한 향 줄여
동남아 음식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요즘, 서울 이태원 소방서 뒷편에
맛있는 태국 식당이 한곳 생겼다. 그 나라 수도 이름을 붙인
방콕(02-749-8826). 골목길 썰렁한 빌딩 3층에 자리해 있지만,
내부만큼은 호두색 가구에 태국 전통 장식품들이 단정하게 놓여있어
이국적이다.
태국 본토의 맛을 요리해내는 이 집의 주역은 태국 현지인과 결혼해 오랜
세월을 방콕에서 산 사장과 3명의 현지인 주방장. 메뉴는 서울의 다른
태국 식당들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고수 같은 강한 향신료를 싫어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전체적으로 향을 절제한 것이 특징이다. 요리도 커다란
보울에 듬뿍 담겨나와 두세 개만 시키면 너댓 명이 다양한 요리를 함께
나눠먹을 수 있다.
태국 음식의 대명사, ?얌꿍(Tom Yam Kung·1만2000원)은 이 집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이다. 새콤한 첫맛으로 시작해 칼칼한 매운 맛으로 끝을
맺는 묽은 수프. 국도 찌개도 아닌 것이 처음부터 맛들이긴 힘들지만
태국 요리의 진미는 ?양꿍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도전해볼
만하다.
홍합이 들어 간 팬케이크(Hoi Tod·1만4000원)는 뜨겁게 달군 쇠판에
얹혀나온다. 싱거운 해물 파전의 느낌이랄까. 매콤달콤한 칠리 소스에
찍어 먹는데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에게 인기다. 커리는 밥과 더불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들어간 재료에 따라 향과 색깔도 갖가지. 가지와
닭고기를 넣어 만든 그린 커리(Gaeng Khiow Wan Gai·1만2000원)는
묽기는 해도 향이 강하지 않아 태국 음식 초보자들에게 권할 만하다.
코코넛 크림의 부드러움과 혀끝이 알싸한 매운 맛이 섞여 ‘밥도둑’으로
안성맞춤이다.
(강지영·앤디 새먼·부부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