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도착하자 곧바로 아내에게 알렸다.
아멘!
마음고생을 한 마디로 ...
인천공항에서 발권할 때
예전처럼 적어도 한주 정도 더 늦게 아니면 오픈으로 할까
잠시 갈등
그러나 아니다.
부스터샷 이후 한 달 반을 무기력증으로 일도 그만두고
집에서 쉬었다.
조금씩 다시 원기를 되찾아가면서
집 둘레를
가능한 인적이 드문 뒷산으로 광교산 언저리로
조금씩 걷는 양도 늘리면서
몸을 살렸다.
그래봤자 7학년의 몸
살만큼 살았지!
몸덩어리 구석 구석 삐걱거리는 신호는 오고
더 나아질 수 없는 몸
암울한 우울증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때
비양기 타면 안 되는 시절임에도 선듯 나섰다.
내 인생의 마지막 버킷리스트
중남미 여행을 준비하기 위하여
한편으로 어떻게든 기력을 회복해야지
극약처방으로 해외 나들이에 나선 셈이다.
다시 몸을 추스르고
주변 산업단지를 대충 돌아보고
몇 안 되는 먹거리집들
사람들이 많다.
밀폐된 공간을 피해야지
허기사
식욕 잃은 지도 오래
대신 편의점에서 몇 가지 먹거리와 와인도 챙겼다.
술 안 마신 지 두 달여 되었는데
이 멀리 와서 마음대로 다닐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하니 와인 한잔으로 달래야겠다.
여행은 BMW가 제 맛이건만
버스 전철 제끼고 나니 움직일 수 조차 없다.
삐리릭
이번엔 새애기
손녀들 사진을 깨톡으로 보내왔다.
큰 애는 이제 초등학교 들어간다고
둘째는 유아원을 마친 기념으로
역시 내 새끼는 이쁘고 대견스럽고...
다시 엔돌핀이 몸에서 솟구친다.
힘 내자!!!
코로나 검사소에 가는 것도 불안하여
검사원 출장을 요청했더니
편케 일층 로비에서 검사를 받고
지금부터는 기다리는 일
검사결과가 심각히 중요하다.
귀국 여부가 달렸고 잘못되면 상상하기도 싫다.
다시 방에서 티비와 온갖 상념에 젖었다.
막상 현실에 마주치니 작아만 진다.
예전의 내가 아니다.
아차하면 이곳 넘의 나라에서 큰 일 치러야 한다.
다음 날 검사결과 모두 음성(감염안됨)이라는 통지를 받고서야
귀국 비양기 타는 데 이제 문제없겠지?
그러면
조금이라도 보고 가야지~~~
“구시가지, 대성당, 철 박물관, 산타루치아 공원” 정도는 돌아봐야지!
용기를 내서 우버택시를 불렀다.
시내로 가는 길
20여키로인데 두 차례나 추돌사고로 길이 혼잡했다.
이곳 사람들 성격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시내와 공항으로 이어지는 외길
도로 바닥 사정도 좀 그렇다.
시내로 들어서는 초입에서 제철소의 굴뚝같은 복잡한 고철덩어리가 보인다.
저게 철 박물관이구나!
이렇게 철 박물관 관람을 택시 안에서 마치고???
하천 너머로 병풍같은 산이 에워싼 도시
그 산자락에 집들이 총총이 들어찬 작은 도시로다.
이렇게 몬테레이 도시도 구경한 것으로 치고
맥시코 3대 도시라는데...
그러나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길가는 전부 산업단지로
그 규모나 면적이 어마어마하다.
몬테레이 공과대학이 유명한 이유를 알게 해준다.
대성당 입구에서 내렸다.
불현듯 여주 도전리 공소를 찾았을 때
동네 여인 한 분이 성모상 앞에서 잠시 기도를 드리고
길을 나섰다.
어릴 적엔
동네 앞 고목에 기원을 드리고 길 나서던 잔상도 이어지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
나도 잠시 기도를 드렸다.
감사합니다. 귀국길도 보살펴주소서~~~
기도를 하지 않던 나도 불안하니 별수 없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몬테레이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https://arquidiocesismty.org/)
길 건너엔 시청
규모가 작아 보인다.
주변 골목같은 길과 집들
서부영화에서 본 듯한 건물들
하천 너머로 사람 사는 풍경도 잠시
그리곤
더 이상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길가 의자에서 노숙하는 분들도 보이고
도시가 깨끗하지 않았다.
아쉬움에 산자락으로 가는 다리 입구에서 한참을 바라보다
여기서 멈추자!
이런 로밍이 안 된다.
뭔 이유일까?
우베앱이 나 몰라 그러니
택시를 탈 수 밖에...
우버로는 250페소였는데
400페소 달란다.
스페인어 일 년 넘게 공부했지만
자꾸 영어만 튀어나오고
요금 흥정할 상황도 아니니
그래도 스페인어 숫자만큼은 ㅎ ㅎ ㅎ
택시로 오고 가면서
짧은 대화를 나눴지만
역시 인간끼리인지라
소통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이 참에 한 해 정도 더 공부하면
남미여행에 지장은 없겠다.
숙소로 돌아와서도 못내 아쉽고
허전함에 다시 주변 산업단지를 돌아봤다.
내가 걷는 이 블록은 하나의 산업단지인데
규모나 면적, 도로 등 제대로다.
다만 근로자가 별로 보이질 않고
허긴 지금 공장들은 다 자동화되어서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드니 ...
많이 아쉽지만
중남미 맥시코에 첫 발 디딘 것에 마음 달래고
많이 친절한 이곳 사람들의 마음 쓰임에 위안하면서
남은 와인 마저 넘긴다.
어쩌면 숙소에 외국인은 나 혼자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너무 급히 준비 없이 나온 탓에
충전용 플러그를 일본이나 미국처럼 돼지코를 가지고 나왔어야 했는데...
공항으로 가서 사면 된다고
셔틀버스 기사가 태워준다고 하지만
사람 접촉에 이미 겁먹은 나
그것도 사양하고 배달요청을 했는데
끝내 받지 못했다.
로비의 컴퓨터 단자에서 충전하니
겨우 핸드폰만 사용할 수 있고
노트북 사용을 할 수 없으니 티비만 줄창나게 보고 말았다.
이 놈의 코로나!
덕분에 맥시코 기회도 얻었지만
모든 기쁨을 앗아 가누나~~~~~~
일부러는 찾아오긴 힘든 도시
다시 찾지 못할 도시인데
숙소 식당에서도 이른 새벽에
사람 없을 때
홀로 먹고
사람 없는 곳만 싸다니고
어쩌다 이리 쫄보가 되었을고~~~
첫댓글 설레이는 마음으로 사진을봅니다
응원합니다
사실 그곳의 계절은 가장 좋을 때~멕시코 씨티에서 피라미드 보셨으면 좋았을텐데요~
저도 그곳 몬테에 1년 넘게 있었답니다. 안전 귀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