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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주말에 기초 암벽 등반교육에 참가할 시간을 내어...미국인들만 있는 가운데에 혼자 낑겨서 1박 2일 동안 열심히
매달리고 왔습니다....
워낙 늦게 잠들어 버릇해서 일찍 자려해도 잠이 안와 새벽 1시가 넘도록 헤매다..자는둥 마는둥 토욜 새벽
네시에 일어나 차몰고 달려갔습니다.....ㅠㅠ;;;;
젊은 친구는 대니... 나이든 아줌씨는 안젤라... 이번 교육을 담당할 선생님들 입니다...
우리나라 등산학교와는 달리 전혀 권위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반쯤 누워서 탁자에 다리 올리고
듣는 학생도...ㅎㅎ) 진행 하고 있지만... 그런 모습의 학생들도 적극적인 질문과 진지한 토론을 한다는 것...
오늘의 실습생들은 젊은 친구들 4명 일행(고딩들인줄 알았는데 대딩 2학년 들이라네요...ㅎㅎ)과 3-40대로 보이는 커플...
얌전하고 말이 거의 없는 초보 아저씨와 역시 초보인 할머니 그리고 나... 모두 9명입니다....
주차장에서 짐정리하고 출발....
얼핏 봐서는 산의 생김새가 내가 밥벌이 하고 있는 김해의 신어산을 연상시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는...ㅎㅎ
밀워키나 시카고는 워낙에 산이 없는 미국 중북부 지역인지라... 자연 암벽이 과연 제대로 있을까 싶었는데요...
밀와키에서 130마일(차로 두시간 반 정도...) 떨어진 데블스 레이크라는 작은 호수(여기 기준으로...ㅎㅎ)를
둘러싼 나지막한 산...이라기 보다는 언덕의 남쪽 사면이 전부 다 10미터에서 30미터 정도 되는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형태도 각양각색이라 제법 난이도가 높은(5.12 이상되는 것들도 있음..) 수십개의 암벽등반
코스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정말 좋은 암벽등반 훈련장이라고나 할까요???
나이든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안젤라 아줌마가 맡고... 젊은 학생들은 대니가 맡게 되었는데요....
늙은 학생들은 자신의 장비들을 갖고 있고 어린 학생들은 대니가 가지고 온 장비를 가지고 배우게 되는데...
저는 장비도 없고 앞으로 구입할 캠이나 너트 같은 장비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어서 처음엔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대니나 안젤라는 모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의 취미를 살려 부업으로 가끔씩 이런 교육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틀 동안에 1인당 70불의 교육비라면 우리 모두가 지불한 돈이 고작 630불일텐데..장비값이나 나올라나 몰러...ㅋ~)
역시 대니는 장비 메이커들에 따라 어떻게 조금씩 다른 형태를 갖게 만들며..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아주 공평하고 객관적
으로 말하더군요...
여기서 자연암벽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은 앵커를 직접 세팅하는 것입니다...
이곳의 바위들은 북한산의 둥근 통바위들과는 달리 크랙이 많은 조각바위들이 대부분이라 캠이나 스토퍼를 사용
하기가 쉽다는 점도 있지만... 바위에 고정 볼트를 박아서 흠집을 내는 것 자체가 자연 훼손이란 인식이 강하기도 하고요...
이들은 설사 고정볼트로 된 앵커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전적으로 믿지 말고 자신이 직접 앵커를 세팅해서 자기 책임하에
자신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가르치더군요... 새겨 들을 말입니다...
앵커 세팅이 끝나면 내려가서 시작을 해야죠~~~ 여기서 부터는 노장팀과 합류.....
근데 안젤라 언냐가 나보구 너먼저 시작하라구...헉~~ 나 잘몬해...좀 나중에 할께...해도... 괜찮다~ 걱정마라~~ 흐흐...
뭐 할 수 없지... 몸도 안풀렸는데... 젠장... 옆에서 딴 친구가 카메라 주면 찍어준다길래 줬드만 안흔들린건 딸랑 두장...ㅋ~
젠장 홀드가 워딨는겨???... ㅋ~
여기 바위는 까칠한 표면을 가진 북한산의 화강암과는 전혀 다른데요... 뭐랄까...대리석에 가깝다고나 할까...
무척이나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데다 얇은 판의 형태로 조각나는 식이라.. 잘려나간 모서리가 엄청 날카로와서 무쟈게
아프구요..게다가 잡기 어려운 둔각으로 솟은 홀드들이 많아서 보기보다 진짜 힘들더군요...ㅜㅜ;;;;
편안히 누운 자세로 빌레이 보면서 지도해 주고 있는 안젤라 아줌마... 나중에 안 사실인데 나랑 동갑내기 더군요....ㅎㅎ
슬로바키아 태생으로 생물학 박사... 젊어서는 시베리아에서 주로 연구 생활을 했다네요... 무척이나 활달하고 낙천적인
성격... 그리고 계속해서 큰 소리로 칭찬부터 하면서 지도를 합니다.. 이건 이 사람 만 아니라 여기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요..
오~ 베리 굿..엑설런트... 조금만 더 생각해 봐라.. 힘내라 다됐다....이런 식이죠...
한국이라면 어떨까요??? ...아니 아니~~ 그게 아니구 왼손...아 참 그게 아니라니까.. 그것두 못해???~~~ 뭐 이런 식이죠....
한참을 헤매다 겨우 마치고 나서 안젤라 보구 정확히 잡을 곳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하니까... 그 대답이 참 감동적입니다...
바위에 매달리는 기본적인 자세와 동작요령은 홀드가 지정되어 있는 실내암장에서 충분히 익힐 수 있다...
자신의 신체조건과 능력에 맞게 창의적으로 퍼즐을 풀어나가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자연암벽의 묘미가 아닌가~
허허... 그렇구나... 바위 오르는 공식을 배워서 오르는 것은 진정한 등반이 아니었구나... 여태 그걸 모르고 있었으니...헐~
오전 일과가 끝나고 점심시간이라는데....
미국 애덜 진짜 살벌합니다... 쵸코바 같은 거 하나로 때우는 놈도 있고 갖구 온 샌드위치로 때우는 놈도 있고 한데...
중요한건 절대 너 좀 먹어봐라... 이런거 없어요... 아무때나 저 먹구 싶을때 먹으면서 옆사람 신경 전혀 안씁니다...
북한산에서 정답게 푸짐하게 함께 먹던 시절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지만...이건 그네들의 문화이니 어쩌겠어요~~ ㅎㅎ
나 역시 내가 손수 만들어간 샌드위치 조용히 혼자 꾸역꾸역 먹고...ㅋ~
오후엔 노년부 청년부 합쳐서 크랙등반코스.... 먼저 젊은 친구가 오르고.....
내가 올라가는데 사진 찍어준다길래 카메라 줬드만...해땜시 눈부셔서 잘 안보인다고 요따구로 찍어 놓을 수가....ㅜㅜ;;;
토요일 일정이 끝나자 냉정하게 헤어집니다... 이때 잠시... 술한잔 먹던 한국 분위기가 갑자기 생각나데요..ㅋ~
밀워키 어드벤처락 다니는 젊은 일행은 자신들이 잡아논 숙소로 가고... 가까운 매디슨에서 온 늙은이들은 집에 가는데..
나는 미국와서 구입한 1인용 텐트 테스트 한답시고 들고왔는데... 아 글씨... 주말인 관계로 데블스 레이크 주립공원에
캠프 사이트가 다 찼다네요...ㅜㅜ.. 갑자기 참여결정을 하느라 미처 예약을 못한 관계로....
온 천지에 텐트칠 공간 천지인 곳이지만...캠프그라운드 아닌 곳에 함부로 텐트치고 자다가 파크 레인저에게 걸리면
벌금이 500불입니당~~ 한국 같으면 어케 비벼 보겠지만 여긴 얄짤이 엄써요~~~
여기 저기 전화해 봐도 캠핑할 곳이 다 찼다는데...이를 우짜노 집에까지 운전하고 갔다 오기엔 내 몸이 너무 지쳤고
여기도 기름값이 장난 아니게 올라서 그럴 돈이면 어디 모텔이라도 잡아야 되나~~~ 근데 그럼 너무 한심하자나....
젤 나중에 혹시나 해서 직접 가본 공원입구 바로 옆에 있는 사설 캠핑장엔 아직 자리가 있다네요...휴~진작 여기부터 와볼걸..
공원 캠핑이 14불인데... 여긴 19불... 오우 괜찮아요~~
근데 내가 자리 잡은 바로 옆으로 한국 사람들 50여명이 가족동반 단체로 들어와서 시끌벅적 난리가 났습니다....
알고 보니 시카고 교민들인데요... 자기네들 알파인 클럽이랍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걸 알고 노친네들이 자꾸만
함께 어울려 쏘주좀 먹자는걸 냉정하게 거절해 버리고...(사실 소주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잠도 몬자고 피곤하게 하루를
박박 기고 나서 술퍼대고 나면 다음날 아침일찍 시작되는 일정을 버텨낼 자신이 이젠 없더군요...ㅜㅜ;;;;)
혼자 쓸쓸히 작은 맥주병 두개 까고...담날 먹을 도시락도 맹글고...(처량합니다~~~ㅋ)
삼양라면도 하나 끓여 묵고....ㅋ~
여기 사람들도 역시 첫날은 좀 서먹허드만...하루를 함께 얼굴맞대고 지내고 나니 한결 친해져서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기도 해요~~ㅎㅎ
둘째날은 호수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좋은 다른 코스로 이동을 해서 계속합니다....
전날은 새벽에 비도 내리고 전체적으로 좀 꿀꿀한 날씨였는데... 이날은 정말 청명하고 시원한데다...
바람마저 세차게 불어 상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ㅎㅎ
둘째날은 전날 배운 앵커 세팅을 실습하는게 상당 부분입니다... 진짜 철저하게 가르치고 진지하게 배우더군요...
내가 별로 재미없어 하는 걸 눈치챈 안젤라가... 헤이 영(여기선 내 이름을 걍 영이라고 하기로... 영일이란 이름이 얘네들이
발음하기가 어렵고...제가 원래 좀 영 하잖아요~~ ㅋㅋㅋ) 너는 등반이나 하자... 하길래 그래 그러자...젠장..
실습중이던 친구들이 바로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서...
근데........으아~ 여기가 보기완 달리 진짜 죽을 맛이더군여....ㅋ~~~
하여튼 이렇게 새롭고 재미난 경험을 하고 주말을 마쳤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찍은 데블스레이크의 별난 바위들과 풍경사진....
모두들 즐거운 여름 보내세요~~~~~~~
첫댓글 도사님의 자연암벽등반, 잼나네요^^ 취미도 참~~~~ㅎㅎㅎ 덕분에 구경은 잘 하고 갑니당~~~
멋지게 사시는군요, 부럽습니다. 바위가 너무 맨들 맨들해보여서 불안하기는 하네요, 허나 도사님이니 걱정은 안됩니다,ㅎㅎ 구경 잘하고 갑니다, 도사님~~~^&^
도사님 멋져부러~~ㅎㅎ건강히 잘 지내시길~~
으메 무섭다~~~사진만 봐도 현기증이........^*^
짱입니다요~ 돌아오시면 특강학교 오픈하셔야겠당...
와~~도사성님 암벽실력이 많이 느셧네요...인저 심신은 쨉뚜 안되겠어요.
열심히 몸 맹글기 하시네요.....부럽소
잘보고 갑니다...안전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