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원고 지호영 수필.hwp
<수필>
바다는 그리움의 고향
지호영
오래전의 일이다. 군에서 전역 후에 나는 머나 먼 타관에서 한 동안 방황했다.
우연한 기회에 영동에서 생전 처음 파도치는 푸른 바다를 만난다.
무한한 감동과 아련한 해조음은 내 가슴에 그리움으로 운명처럼 찾아들었다. 그러므로 바다는 나의 영원한 노스탤지어가 되었다.
바다는 희망의 발원지다. 무변대해 앞에 나서면 가슴은 희망으로 설렌다
여명의 해는 방금 창조된 듯 수평선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그 기상과 장엄함은 젊음이 용솟음치는 희망의 선물이다. 밀려오는 은빛 파도와 끊임없이 들려오는 해조음은 희망의 샘을 끌어 올린다. 갈매기 떼 무리지어 축복하듯이 그어놓은 포물선 아래 만선으로 들어오는 배와 많은 배의 출항을 기다리는 항구는 서기가 피어오르지 않는가.? 끝이 없는 바다는 해와 달과 은하수와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가슴에 품는다. 흐르는 바다는 영원하다는 희망의 노래도 들려준다.
바다는 그리움의 고향이다. 푸른 물이 끊임없이 파도치는 해변에서 바라보면 고요히 일었다가 사라지는 흰 물살은 낭만이요 그리움이다. 그곳엔 그리운 사함이 올 것만 같은 환상이 있고 그리움의 시를 쓰고 있다. 파도를 밀어낸 잔잔한 바다엔 그리움이 신기루처럼 나를 하염없이 머무르게 한다.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바람 부는 언덕엔 등대 하나 외롭게 서 있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떠나는 배들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며 밤새워 영혼의 빛을 밝히고 있지 않는가,?
바다는 추억으로 일렁인다. 물비늘 반짝이는 잔잔한 바다에는 사랑의 환희와 엘레지도 있고 비장함과 위로가 담겨있는 심포니도 있다. 항구에는 아름다운 추상이 서성이고 지나간 추억과 앞으로 만들어질 추억이 그 곳에 있다. 애틋한 사랑과 이별의 슬픔도 항구에서 물안개처럼 피어난다.
나는 중고등학교 교사 임용고시를 거쳐, 영동의 최남단 바다가 보이는 작은 도시에 있는 모 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나는 그 때에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꿈과 바다의 향수로 인해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교육현장이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성직으로 보고 사도(師道)에 매진하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여름방학에 들어간 어느 날, 내가 담임을 맡은 이학년 일부 학생들과 소풍을 겸해서 바다에 나갔다. 다섯 명중 남자는 세 명 여자는 두 명이다. 남자 아이들은 낚시를 하기로 하고 고기가 잘 잡힐 수 있는 위치를 선정하기위해 이른바 황금어장을 찾아 나섰다.
나와 여자 아이들은 잠시 바닷가에서 조개와 고등을 잡았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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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논한 끝에, 그곳에서 멀리 보이는 작은 바위섬까지 수영으로 왕복하기로 하고
모든 채비를 끝냈다.
나는 내륙의 소양강에서만 하던 수영이라 막상 바다에 들어가려고 하니 좀 긴장은 되었으나 태연한척했다. 강은 깊어야 이 미터 정도지만 바다는 해수욕장이 아닌 곳이라면 바닷가라도 조금만 들어가면 십여 미터 이상의 깊이다. 동해는 사천 미터의 깊은 곳도 있다고 한다. 파도가 이는 검푸른 물속을 보니 마음속엔 두려움이 앞선다. 바다에선 상어나 문어, 물뱀 등 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무식한자가 용감하다는 말도 있다. 도전해 보는 거야, 임전무퇴다,! 출발 전 에는 바위섬이 가까이 보였는데 출발하고 보니 아주 멀게만 보인다. 나는 그들을 따라 가기에 급급했는데 그들은 물살을 가르며 거침없이 나가더니, 시간이 좀 흐른 후에 바위섬에 올랐는지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군분투,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나의 전진을 가로 막아서 무척 힘이 들었다. 많이 늦은 후에야 도달했지만 그들에게서 환영의 박수를 받았다. 나도 “너희는 프로다”라고 추켜세우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아이들이 그렇게 수영을 잘 할 줄은 미처 몰랐다.
바다의 수영은 염도로 인해 부력의 이점은 있지만 파도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하니, 강물과는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 때까지는 수영을 어느 정도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날에야 착각이었음을 알고 우물 안 개구리(井中之蛙)가 생각났다. 촌놈이 따로 없군, 내가 바로......
바위섬에서 느끼는 감성은 또 달랐다. 그리움이 더 짙어진 듯 설렘은 시간을 잊어버리게 했다. 이 너른 바다에 한 평정도의 작은 바위섬이 있다니, 이는 낭만의 섬이다. 바위에서 쉬는 동안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나에게 어떤 돌발사고가 나더라도 이들이 있는 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지, 안심이 되는 한편 그 반대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가상해보니 불안하가도 했다. 사고 발생 시 나는 그들을 구조할 능력이 없지 않은가? 자문자답 하면서 “불치하문 (不恥下問)" 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자기보다 아래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나는 그들로부터 바다에서 수영하는 요령을 배우고 조언을 들었다. 오늘은 ”너희가 선생님이다” 하니 그들은 하하 웃어대며 재미있어 했다. 수영의 학습효과가 있었는지 돌아올 때는 한결 힘이 덜 드는 것 같았다. 더구나 그들이 페이스를 조정하며 함께 수영하니 컨디션도 좋아지고 해변에 돌아와서는 모두 즐거워했다.
예상보다 남자 아이들은 고기를 많이 잡아 만족한 분위기다. 나는 그들을 “너희는 낚시의 달인이다”라고 칭찬해 주었더니 감동을 받은 듯 했다. 그들은 자맥질도 찰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아이들이 오늘은 소풍을 통해 서로의 우정이 두터워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기쁜 일이다. 어려서부터 해변에서 자라서 그런지, 바다에서 의 활동은 자유자재라고 하니 그들이 대견할 뿐이다.
바다와 하나가 되어 많은 것을 깨우치고 배운, 사제동행의 보람찬 여정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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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영
2003 시조문학 / 올해의 좋은 작품상 / 저서 시조집 '청산에 살리라' /
국제한국동백시인협회 이사/ (한국문인: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