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전연패 사이버전과 첩보전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2022년 2월 24일이었어요
하지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톰 버트 보안 담당 부사장은
침공일을 하루 전날인 23일로 봐야 한다고 했지요
침공 10시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 등
300여 곳에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개시했는데,
이것을 사실상 개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의 말이 아니라도 현대 전쟁은 사이버전으로 시작한다고
보는 군사 전문가가 많아요
그런 점에서 최근 우리 정부 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심상치 않지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국방부와 합참 등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이어졌어요
군은 내부 전산망에 영향이 없었다고 했지만,
사건 초기 공격 주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망가진 사이트를 복구하지도 못했지요
공격 4일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국방부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사이버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의 디도스 공격에 대비하라고 권고했지만,
막상 일이 터지자 속수무책으로 당했어요
결국 러시아 측이 북한군 1만명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기 직전
우리 국방부를 공격한 것으로 분석됐지요
우리나라는 이미 사이버 교전국이지요
지난 20년간 미국, 영국, 인도, 독일 다음으로 사이버 공격을
많이 당하는 나라였어요
국정원에 따르면 해외에서 하루 평균 160만건의 사이버 공격이
들어온다고 하지요
정부 기관과 민간에 대한 사이버 방어는 국정원과 경찰 등이 수행하지만,
군과 국방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막는 부대는 사이버작전사령부이지요
사이버사(司)는 우리나라 군대 중 실전을 벌이는
몇 안 되는 부대라 할수 있어요
육군 소장이 사령관이고, 밑에 현역 군인과 민간 해커가 함께 근무하지요
우리 국방부가 디도스 공격을 받을 때 이를 막아야 할 사이버사 장교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내연녀를 토막 살인해 검거됐어요
경찰이 13일 신상을 공개한 범인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중령 진급 예정자로, 사이버사 1작전단 작전과장이라고 하지요
적들이 국방부 공격을 계획하는 동안 그는 내연녀 살인과
범행 은폐 작전을 짰어요
범죄에 쓰인 차량 번호판을 위조하고, 증거를 없애려고
시신을 토막 내 돌에 매달아 북한강에 유기했지요
사이버사가 적의 공격을 막아낼 준비 태세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어요
사이버전과 함께 매일 실전을 벌이는 또 다른 분야가 첩보전이지요
그런데 여기서도 최근 치명적 패배를 당했어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하고 활동 중인
우리 ‘블랙 요원’의 명단을 중국 측에 넘긴 사건이 드러났지요
정보의 세계에서 최악의 일이 터진 것이지요
이 군무원은 억대의 돈을 받고 7년간 정보를 넘겼다고 하지요
정보사 조직 편성, 우리 정보부대의 작전 방법 및 계획도 넘어갔어요
신분이 들통난 우리 요원들은 급거 귀국했지요
붕괴한 첩보망을 다시 구축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도 몰라요
국군에서 방첩사(옛 기무사)가 적의 간첩을 잡는 ‘수비수’ 역할을 한다면,
정보사는 적을 포섭해 정보를 수집하는 ‘공격수’ 역할이지요
최전방 공격수가 알고 보니 적의 편이었어요
냉정하게 말하면 대한민국은 지금 사이버전과 첩보전에서
연전연패 중이지요
보이지 않는 이 두 전장에서의 승패는 실제 지상전을 포함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그 결과를 크게 좌우할수 있어요
결국 우리 국민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는 말이지요
이에 대한 점검과 대비는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이나
이재명 대표 재판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볼수 있어요
하루빨리 전열을 정비해 사이버·첩보전에서 일반에 공개할 수 없는,
남모를 승리를 많이 거두길 바랄 뿐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지난 6일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 A(38)씨에 대한 현장 검증이 진행됐어요
사진은 A씨가 호송차에서 내려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