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할매" "노망"…경찰 "이용수 할머니 2차 가해 신고 때 적극 수사"
"친일 할매" "대구스럽다" "노망" 2차 가해 '도' 넘어
경찰 수사 '의지'…명예훼손·사이버 모욕죄 적용 대상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박종홍 기자 | 2020-06-03 07:05
경찰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겨냥해 온라인 중심으로 확산하는 2차 가해 현상에 대해 "관련 신고를 접수하면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할머니 2차 가해 관련 수사 계획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현행 규정상 신고나 고소·고발 없이 2차 가해자를 특정해 수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도 "피해자(이용수 할머니) 신고·고소를 접수하면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찰이 이 할머니 2차 가해 논란에 대해 수사 의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고·고소 접수 시'라는 전제를 했으나 경찰이 이처럼 수사 가능성을 시사할만큼 이 할머니를 겨냥한 2차 가해는 도를 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털사이트 댓글을 보면 기부금 유용을 비롯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련 각종 의혹을 폭로한 이 할머니를 향해 근거 없는 비난과 모욕을 퍼붓는 경우가 쉽게 발견된다.
"이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다" "노망들었다"는 노인 혐오부터, "대구 할매" "대구스럽다"는 지역 혐오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본인(이 할머니)이 국회의원을 못하니 자기보다 훨씬 젊은 친구(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를 괴롭힌다" "노욕" "친일 할매" "일본인과 영혼 결혼식한 분" 같은 인신공격성 글도 잇따르고 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의 30년이 없었다면 이용수 할머니는 어느 골목길에서 폐지나 주워 생활하면서 엄동설한 쪽방 한편에서 한 많은 인생을 접었을 것"이라는 글도 올렸다. '위안부' 피해 단체 활동가는 이 같은 글을 두고 "이 할머니가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작성한 허위사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앞장 서서 '위안부' 피해를 증언해 온 활동가다. 그는 지난 2007년 미국 하원 공개 청문회장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폭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런 일화는 그를 소재로 만든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도 담겨 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진상 규명과 여성 인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6년 '애산 인권상'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치권에서도 "이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미래통합당 여성의원들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용수 할머니를 두고 온·오프라인으로 퍼지고 있는 반인륜적인 2차 가해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윤미향 의원이 소속된 민주당 내에서도 "이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 만큼은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이 할머니 2차 가해 피의자에는 명예훼손 또는 사이버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다. 명예훼손 혐의가 입증되면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이버 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형법 311조가 적용돼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형사 처벌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2차 가해로 피해자가 겪어야 할 고통"이라며 "2차 가해 피해자는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릴 정도로 심리적인 충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공 교수는 "특히 이 할머니에게 이뤄지는 2차 가해는 단순히 할머니 한 분에게 고통을 주는 범위를 넘어 모든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간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로 발전할 수 있다"며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2차 가해 자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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