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묵상 (220521)
아홉 달만에 태어난 아기가 의사의 부주의로 뇌성 마비가 되었습니다. 의사가 아기 머리를 잘못 건드려 뇌가 손상되었고, 그 때문에 뇌성 마비가 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로 자신의 인생이 시작부터 망가져 버린 것입니다. 아기는 열 살이 넘어서야 겨우 숟가락질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난한 집안에, 아버지는 결핵을 앓고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절망 속에서 아이는 하느님을, 부모님을 죽도록 원망하였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우연히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그 만남에서 얻은 새로운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며 글을 쓰기 시작하였고, 그의 글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많은 이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라는 시로 유명한 송명희 시인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작품 가운데 ‘그 이름’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송명희 시인은 이 시에서, ‘예수’라는 이름에 엄청난 비밀과 사랑이 숨어 있으며, 자신의 마음속에 새겨진 그 이름이야말로 진정한 기쁨이자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노래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로 당신 이름 때문에 세상이 우리를 미워하고 박해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실제로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서 수많은 이들이 그 이름 때문에 고통당하고 모진 고문과 박해 속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렇게 숨져 간 이들 대부분이 자신의 죽음을 영광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름’이 이들을 세상에 속하지만 세상을 초월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입니다.
송명희 시인이 노래하였듯, ‘예수’라는 그 이름이 우리의 삶에도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자 기쁨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그 이름의 의미와 사랑을 마음에 새기며 세상이 아닌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갑시다.
(박문수 막시미노 신부 광주가톨릭대 교수)
* 동아일보|오피니언 젊은 암 생존자의 슬픔[삶의 재발견
김범석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입력 2022-12-09 03:00
오늘도 소견서를 썼다. “상기 환자 고환암으로 수술 및 항암치료를 하였고 현재는 무병상태(no evidence of disease)로 추적관찰 중입니다.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아무 문제가 없고 건강한 일반인과 같습니다.” 벌써 몇 번째 소견서인지 모르겠다.
그도 그랬다. 그는 명문 S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학위도 받았다. 학점도 좋았고 실력도 좋았기에 이 정도 스펙이면 선배들처럼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취직하기 위해 입사 원서를 냈고 무난히 서류전형에 통과해서 대기업 면접을 보았다. 초반의 면접 분위기는 좋았다고 했다. 어려운 질문에도 막힘없이 술술 대답을 했다.
문제는 이력서였다. 이력서를 검토하던 면접관이 1년간 경력이 끊긴 부분이 있어 이 1년간은 무엇을 했냐고 물어봤다. 고환암을 앓았고 항암치료를 받느라 1년간 쉬었다고 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고 했다. 그 뒤로 어색한 공기가 흐르며 질문이 뚝 끊겼고, 면접관끼리 수군거리더니 면접은 흐지부지 끝났다. 그는 불합격했다. 내가 면접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실력이 없어서 불합격했는지, 아니면 정말 건강이 문제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저 내가 아는 것은 그가 불합격했다는 사실뿐이었다.
물론 회사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암에 걸리면 직업과 무관한 암이어도 회사를 상대로 소송 거는 일을 종종 보았다. 회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암에 걸렸다는 소송이다. 이런 소송을 몇 번 겪으면 회사로서는 건강에 하자가 있는 사람을 아예 뽑지 않는 쪽으로 선회할 것이다. 요즘 같이 취직 안 되는 세상에서 암 생존자 말고도 일하겠다는 사람은 차고도 넘칠 것이다.
하지만 젊은이에게 잘 발생하는 고환암, 혈액암, 육종과 같은 암들은 직무수행과 무관하다. 한때 암 환자였다는 이유로 취직에 차별을 받을 이유가 없다. 혹시라도 회사의 인사담당 직원이 이 칼럼을 본다면, 젊은 암 생존자는 어린 나이에 암이라는 큰 어려움을 극복했기에 정신력이 강하고 오히려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더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20대 젊은 암 생존자들이 큰 욕심을 부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출세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의 힘으로 밥벌이를 하고 남들처럼만 살아보고자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장벽은 너무나 높고 사회적 낙인은 이들에게만 유독 가혹하다.
부디 이들에게 낙인만큼은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들의 밥벌이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하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암은 본디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온다. 우리 역시 언젠가는 암 환자가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그러니 우리 모두 젊은 암 생존자에 대한 색안경만큼은 거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 그녀가 즐거운 이유 (따뜻한 편지 2298)
어떤 구두 가게에서 늘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일하는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손님이 구경만 하고 나가더라도 낙담하지 않고 행복한 표정으로 일했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다른 직원들이 물어봤는데 그녀는 자신이 관찰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어느 날 자신이 판매한 기록을 살펴보니 구두를 구매하지 않고 그냥 나가는 손님이 많을수록 구두를 팔 확률이 높은 걸 발견했습니다.
평균을 내보니 열 명의 손님이 그냥 나가면 열한 번째 손님은 구두를 구매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손님들이 올 때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손님이 구두를 구매해 줄 열 명의 손님 중에 한 명이 될 수도 있겠구나!"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품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과 현실에 대한 낙담입니다.
행복의 비밀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럼, 세상 무엇보다 빛나는 멋진 인생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오늘의 명언
그곳을 빠져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곳을 거쳐 가는 것이다.
– 로버트 프로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