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하고 푸른 세대, 계속 일하고 싶다
최광희 목사·신학박사
병원에 갈 때마다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간호사가 나를 향해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버님 호칭을 내 자부에게 들을 때는 괜찮지만 병원 직원이 그렇게 어른 대우를 해주면 노인으로 취급받는 느낌이다. 오래전 한 시인이 자기 손녀에게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고 ‘OO씨’라고 부르도록 가르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재미있는 할머니라고 생각하며 웃었는데 지금은 내가 그 심정이 되었다.
이미 환갑이 지났지만 나는 한 번도 내가 노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최근에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모임에 다녀왔다. 바로 송길원, 존리, 장범 등이 주도하는 “시니어파트너스(Senior Partners)”이다. 베이비부머 선두에 서 있는 송길원은 이미 지공거사(지하철 공짜로 타는 사람)가 되었음에도 본인은 결코 노인(老人)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행복가정 NGO 하이패밀리 대표로 있는 송길원은 ‘1956년에 65세였던 노인의 기준이 100세 시대에도 적합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인생의 4계절에 관한 새로운 세대구별법을 제안한다. 송길원이 제안하는 인생의 사계절 구분법은 다음과 같다. ➀인생의 봄은 40세까지인데 0세~7세는 ‘유년’, 8세~18세는 ‘청소년’, 19세~40세는 ‘청년’이다. ➁인생의 여름은 41세~55세인 ‘중년’이다. ➂인생의 가을은 56세~79세인데 이들은 아직 씩씩하고 푸른 ‘장청년(壯靑年)’이다. ④인생의 겨울은 80세부터인데 80~99세는 노년(老年)이 아니라,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할 ‘노년(路年)’이고 100세 이상은 인생을 완성하는 ‘완년(完年)’이다.
이런 말을 처음 들으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분이 말했듯이 모든 길은 처음에는 길이 아니었지만 다 함께 가면 길이 된다. 그런 면에서 송길원이 제안하는 새로운 세대 구분법도, 몸과 마음이 아직도 씩씩한 베이비붐 세대와 함께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 곧 새로운 기준이 되고 정설이 될 것이다.
금번에 서정숙 의원실이 주최하고 시니어파트너스(SP)가 주관한 “노년의 역할탐색 토론회”에서 등단한 연사들의 이야기는 주로 세대갈등 문제였다. 세대갈등은 정치적 측면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경제적 측면에서 발생하는데 국민연금과 의료비, 각종 복지혜택 등으로 노인 세대의 사회적 지출이 비노인 세대보다 많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령자들은 하는 일보다 혜택받는 것이 많아서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은 노인 세대가 아끼고(통화량, 통화음, 지하철 등), 줄이고(의료비 등), 나누는(재산과 재능기부) 것 등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자기 생활을 책임지는 경제력이다.
이에 대한 모범 사례로 미국 최대 비영리단체 AARP가 소개되었는데 우리나라에도 더 늦기 전에 KARP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 금번 토론회의 취지이다. 그런 준비를 위해 시니어파트너스(SP)는 2024년 2월 1일에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발대식을 한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이 시점에 시니어파트너스는 금융과 경제, 의료와 헬스케어, 죽음과 장례 분야만이 아니라 고령자를 위한 레저와 문화, 일자리 창출과 교육까지 비노인 세대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창출하고 나아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 중에는 국내 유명 닭고기 회사의 대표도 있었다. K 회장은 15세에 부모님을 한꺼번에 여의고 세 동생까지 책임져야 하는 소년 가장이 되었을 때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생의 난관을 극복하여 지금은 유명 닭고기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특히 이분은 700개가 넘는 유통점을 세워 가맹점주들까지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자본이 많지 못하고 전문 기술도 없는 사람에게도 어엿한 사업주가 되는 길을 제공하는 이런 분이야말로 세대갈등을 해결해주는 모범 사례일 것이다.
한편, 목사로서 나는 놀라운 원로목사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C 목사는 은퇴 후 다른 도시에 가서 살면서 주변 사람들을 열심히 전도했는데 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다가 10년 만에 수백 명이 모이는 교회로 발전하게 되었다. 80세에도 담임목회를 하면서 좋은 점은 시간이 남아서 빈둥거릴 일이 없는 것과 노인 빈곤 문제가 없다는 것이 그 원로목사, 아니 담임목사의 말이다.
이상의 이야기들은 고령자와 고령이 될 사람들에게 번뜩이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고 하여 젊은이의 짐이 될 일은 아니다. 누구나 K 회장이나 C 목사처럼 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을 책임지고,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혜택을 베푸는 고령자가 된다면 세대갈등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고령이 되더라도 씩씩하고 푸른 장청년(壯靑年)이 되고 계속해서 즐겁게 일할 수 있기를 원한다.
첫댓글 코람데오닷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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