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고, 우린 폭력 같은 더위와, 그리고 폭격 같은 비와 싸워야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여름은 음악조차 듣기 싫은 계절일지도 모릅니다. 여름은 그만큼 극단적인 감정을 들게 하죠.
그럼에도 바라건대, 여기 소개하는 각 장르의 작품들만큼은 놓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더위를 날려주진 못하겠지만, 더위 탓에 황폐해진 감성만큼은 확실히 채워줄 수 있을 테니까요. – 강일권(이달의 앨범 선정위원단)
그래서 누군가에게 여름은 음악조차 듣기 싫은 계절일지도 모릅니다. 여름은 그만큼 극단적인 감정을 들게 하죠.
그럼에도 바라건대, 여기 소개하는 각 장르의 작품들만큼은 놓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더위를 날려주진 못하겠지만, 더위 탓에 황폐해진 감성만큼은 확실히 채워줄 수 있을 테니까요. – 강일권(이달의 앨범 선정위원단)
[국내] 힙합/알앤비
이달의 앨범: Leellamarz(릴러말즈) - [MARZ 2 AMBITION]
'쇼미더머니'는 힙합에 대한 왜곡으로 점철되었으며, 한국힙합 시장을 기형적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힙합 아티스트와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한국힙합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찬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나마 찾을 수 있는 긍정적인 점이라면, 실력 있는 신예가 더러 발굴된다는 것이다.
릴러말즈(Leellamarz)도 그런 이 중 하나였다. 특히, 왕성한 창작욕은 그를 더욱 조명하게 했다.
[MARZ 2 AMBITION]은 릴러말즈가 앰비션 뮤직에서 새롭게 둥지를 틀고 발표하는 앨범이자 벌써 세 번째 정규작이다.
(오토튠 입히기를 포함한) 랩-싱잉과 랩을 오가는 퍼포먼스, 그리고 트랩과 이모 랩을 아우른 프로덕션은 외적으로만 보자면, 미국힙합의 트렌드를 충실히 구현하는 여느 래퍼들의 결과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탄탄한 퍼포먼스의 수준과 프로덕션의 완성도가 앨범의 위치를 다르게 한다.
랩스타 빈지노와 도끼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곡에 피처링이 있지만, 고소한 톤과 찰지게 붙는 랩을 구사하는 릴러말즈는 센터를 놓치지 않는다.
특히, 퍼포먼스와 프로덕션의 스타일이 수시로 변함에도 산만하지 않고 몰입감을 유지하는 것 역시 본작의 강점이다.
팝과 이모 랩의 경계에 걸친 '야망'에서 세기말 분위기의 붐뱁 넘버 '1'을 지나 미니멀한 클라우드 랩 트랙 'W SIGNS UP'로 이어지는 구간은 이 같은 면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다.
과하지 않게 극적인 변화로부터 오는 감흥을 느낄 수 있다.
비록, 단선적인 한영혼용과 강렬한 지점을 찾기 어려운 가사는 아쉽지만, [MARZ 2 AMBITION]의 완성도는 릴러 말즈의 다작이 더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글: 강일권)
이달의 노래: A.TRAIN(에이트레인) – ‘자기암시 (feat. Uriah)’
만약 여전히 에이트레인(A.TRAIN)이란 이름이 생소한다면, 이 글부터 읽고 오시길 권한다( 2018년 1월 국내 편
이 잠깐의 되돌아봄은 분명히 가치 있을 것이다.
에이트레인은 2018년에 가장 돋보인 알앤비 신예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음울하고 침잠된 무드의 프로덕션 위로 본인에게 내재된 불안정을 고백한 그는 새 EP [PRAY ON MY INSECURITY]에서 다시 한번 불안, 혹은 불완전함을 파고든다.
다만, 이번엔 '위로' 또한, 주요 메시지로 삼았다. 이는 고통받는 타인과 자신, 양쪽 모두를 향한다.
'자기암시'는 이 같은 앨범에서 가장 귀를 잡아끈 곡이다.
에이트레인과 피처링한 유라이어(Uriah)는 곡에서 고통, 구원, 희망, 위로에 관한 단호하고 현실적인 정의를 노래했다.
시작을 알리는 기타 리프는 따스하고 비교적 밝지만, 무정하다고 느껴질만큼 (그래서 매력적인) 덤덤한 에이트레인의 보컬이 얹히는 순간, 음악은 쓸쓸함이 공존하는 무드로 바뀐다.
그렇다. 그의 말대로 고통은 한편으로 밀어두는 것이며, 구원은 스스로 떳떳해지는 것이다. (글: 강일권)
[국내] 댄스/일렉트로닉
이달의 앨범: 태윤 - [청춘 (靑春)]
시티 팝의 작은 열풍이 영향을 끼친 걸까. 여름날, 매미 소리를 들으며 시작하는 태윤의 두 번째 EP [청춘 (靑春)]은 신시사이저의 울림이 가득한 시티 팝으로 채워졌다.
트렌드가 충분히 반영된 모양샌데, 그렇다고 태윤이 유행에 좇아 만들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는 첫 EP [Love Bridge](2015)부터 건반을 주축으로 활용했으니까.
4년 전과 차이를 둔다면 간결하고 깔끔했던 편곡이 수채화 퍼지듯 공간을 꽉 채웠다는 것이다.
유행을 따랐다기보단, 그가 추구하는 방향과 트렌드가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만났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쏟아지는 시티 팝 속에서 우리가 쉽게 접하고 자주 듣고 싶은 트랙은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도시의 기운이 물씬 풍기고, 편안한 기운이 감지되는 이 스타일에서 과연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곡은 몇이나 있을까.
[청춘 (靑春)]은 이런 점에서 특별하다. 태윤이 잘했던 것. 좋은 선율을 만들었던 능력은 여기서 빛을 발휘한다.
겨우 다섯 곡이지만, 이번 EP에서 놓치고 싶은 멜로디는 없다.
특히 '여기에'부터 'Drive', 'Peak'까지 이어지는 멜로디 라인과 이를 뒤받쳐주는 신시사이저의 파형은 빠른 리듬이 아님에도 듣는 순간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마치 한여름, 잠시 그늘에서 쉬는 기분을 만들어준달까. 2019년 6월에 나온 수많은 국내 미니 앨범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글: 이종민)
이달의 노래: 전소미 – ‘BIRTHDAY’
아이오아이(I.O.I)의 '센터' 전소미의 데뷔 싱글은 어떤 음악일까.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은 아이오아이 팬덤을 넘어 대중음악판에서도 관심 있던 부분이다.
더욱이 전소미를 담당하는 이가 '블랙 레이블(The Black Label)'의 테디(Teddy)이기에 '선미' 이후 차세대 여자 댄스 솔로 가수의 구역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올라왔던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BIRTHDAY'는 '음악성'의 본질을 놓치지 않은 싱글이다.
프로듀서는 복잡한 상황을 의식한 듯, 건반과 기타를 모두 동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훅에선 이질적이면서도 독특한 음향 조합을 펼쳐내며 '곡의 가치'와 전소미란 스타의 '무게감'을 모두 지켜내려 한다.
아주 특별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상향 평준화된 아이돌 댄스 음악 속에서 다른 구석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더 나아가 이 곡은 여러 나라에서 주목받기 충분한 트랙이다.
이 말은 애석하게도 반대의 뜻도 지니는데, 'BIRTHDAY'의 구성 자체가 한국에서 사랑받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전소미는 노래의 소절을 맛깔스럽게 소화해내지만, 곡엔 높은 음도 없고, 집중할 만한 후렴도 없다.
따라 부르는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할 국내에선 굉장히 도전적으로 내놓은 싱글.
그래서 'BIRTHDAY'는 그녀의 브랜드 가치만큼의 성공을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고민의 흔적'은 충분히 반영되어 데뷔 싱글로서는 꽤 '당당'하고 '멋진' 사운드가 담겨있는 댄스곡임은 분명한 사실.
결과에 비해 반응이 아쉬우니, 이런 노래엔 좀 더 확실한 응원이 필요하다. (글: 이종민)
[국내] 락/메탈
이달의 앨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모래내판타지]
패배, 쇠락, 사라짐.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의 4집 [모래내판타지]를 설명하며 따라다니는 수사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홀로 밴드에 남게 된 조웅의 상황과 저 풀풀 날릴 듯 바스락거리는 음악이 비슷해서일까.
오랜 동지는 탈퇴했고, 새 드러머는 군에 입대했으며, 키보디스트는 개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데 과연 그것뿐일까. 앨범을 감싸고도는 저 이방인의 정서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모래내판타지'라는 익살 뒤에는 '중심'이 아닌 곳의 이야기를 털어놓고자 하는 사내의 진실함이 있다.
홍대와 상수의 이야기는 더 이상 자신의 몫이 아니었다.
그는 고향 서대문구로 발길을 옮겼고 모래내시장 한가운데에 스튜디오를 지어 신곡을 작업했다(몇 곡은 대만에서 작업).
구남의 음악에서 장르란 중요하지 않다. 물론 3집부터 특유의 멀미날 것 같은 꿀렁꿀렁 사운드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점엔 주목해야 하겠지만.
이제 조웅은 더 이상 초기 사운드에 미련을 갖고 있지 않다. 대개 질질 끄는 것은 좋지 않다. 미련, 추억, 집착 같은 것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자리를 채운 것은 텁텁하고 메마른 사운드다.
김나언의 목소리를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무드 송 '물불'부터 그러하다. 괴상한 코러스와 기승전결을 파괴하는 곡 구조가 잔인할 정도로 길게 맴돈다.
그루브는 춤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외롭다. 그런데 꽤 멋진 외로움.
'우리는 끝없이 흐른다'가 그나마 흥을 돋우는 곡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나마'라는 단어에 유의해야 한다.
계속 들어보니 별 음악이 다 들어 있다. 앤디 쇼프(Andy Shauf)의 멜랑콜리도, 맥 드마르코(Mac DeMarco)의 나른함도. 결국 그것을 구남만의 음악으로 풀어내고 말지만.
혼란기의 음악, 혹은 과도기의 음악. 선입견을 가지고 접할 필요는 없다. 만약 안정기의 음악이라면 더 좋았을까?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음악 역사는 증명한다. 적당히 비딱하고 적당히 나태한, 그리고 꼭 필요할 만큼 퇴폐적인 음악.
혼돈스러우면 어떤가. 나는 그런 구남의 음악을 사랑한다. (글: 이경준)
이달의 노래: 스트릿건즈 – ‘기타로 오토바이를 사자’
간략한 소개부터. 스트릿건즈는 로커빌리를 쓰고 연주하는 한국 밴드이다.
로커빌리란 1950년대 초반 미국에서 등장한 락의 하위장르로 백인의 음악인 컨트리와 흑인의 음악인 리듬 앤 블루스가 만난 음악을 가리킨다. 단출한 구성이지만 흥겹고 신나는 음악이다.
나름의 패션 스타일도 있다. 가죽점퍼, 웨스턴 셔츠와 데님 바지, 기름 발라 세운 머리.
쉽게 말해 1950년대 힙스터 패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기성세대로부터는 지탄받았지만, 당대의 젊음을 잘 반영했던 음악이었음엔 분명하다.
스트릿건즈는 음악과 패션 모두에서 로커빌리를 계승하려는 집단이다.
스트릿건즈의 전신, 락타이거즈 시절부터 이런 음악을 고집해왔으니 쌓인 역사가 적지 않다.
거기에 한국 특유의 '바이브'를 담아 자신들만의 음악을 완성한다.
[The Second Bullet]은 [The Ordinary People](2015)을 잇는 스트릿건즈의 정규 2집이다.
기실 좋은 음악이란 보편적 감성과 개별적 정서를 어떤 비율로,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더구나 로커빌리처럼 ‘지역성’이 강한 음악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스트릿건즈는 절묘하게 중심을 잡았다. 전통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오래된 무언가'와 모던 락 색채를 담아낸 '대명항' 등 수록곡들이 입증한다.
전반적으로 보아 편곡이나 녹음도 1집보다 매끄러워졌다. 사운드의 결이 살아나는 한편 더 귀에 잘 들어오는 음악이 되었다.
그중에서 오프닝 트랙 '기타로 오토바이를 사자'를 추천한다. 자전적인 서사는 공감을 형성한다.
가장 오소독스(orthodox)한 방식의 연주는 신뢰감을 준다.
산울림의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를 살짝 비튼 저 제목도 마음에 든다. 진중함과 위트를 모두 갖춘 락 트랙이다. (글: 이경준)
[국내] 재즈/크로스오버
이달의 앨범: Maria Kim(마리아 킴)- [FOTOGRAFIA]
탁월한 음악성으로 어린 나이에 재즈 천재라고 불리던 마리아 킴이 1집 [Those Sentimental Things]를 발표한 지도 4년이 지났다.
버클리 음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재즈를 공부하고 돌아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는데 2013년에 월간 재즈피플 선정 라이징 스타에 피아노, 보컬 두 부문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둔다.
이후 피아노 연주와 보컬을 모두 구사하는 자신의 장점을 한 컷 살린 음악으로 좋은 활동을 보여준다.
피아노 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녀의 자유로운 표현력은 재즈 팬에게 언제나 관심의 초점이 된다.
2015년 발표한 1집 이후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듀오 앨범 [I'm Old Fashioned], 남성 보컬리스트 허성과 함께 한 [I Want To Be Happy]를 2017년과 2018년에 연이어 발표한다.
피아노 자리를 아예 내어 주고 노래만 하거나 남성 파트너와 같이 노래하며 색다른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또 1년 만에 자신의 두 번째 리더 작 [Fotografia]를 선보이는데 여름을 맞아 신선한 보사노바만을 담아내고 있다.
보사노바(Bossanova)는 열정의 나라 브라질을 대표하는 음악이어서 뜨거운 여름에 자주 듣게 된다.
마리아 킴은 그동안 스탠더드를 중심으로 재즈 전통을 지키면서 그 안에 자신의 색을 담아냈는데 이번에는 그 주제를 보사노바로 택했다.
보사노바와 동의어가 되는 작곡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대표곡이 대거 수록되어 있다.
보사노바는 경쾌한 리듬으로 연주하고 노래해야 하는데 재즈 연주자는 그 안에 재즈의 자유로운 연주도 담아내야 한다.
1집부터 함께한 오랜 동료들이 편안하게 연주하고 있다.
김지석이 색소폰 대신 플루트를 연주한 'Ela E Carioca'는 자꾸 반복해서 듣게 되고, '오리'라는 재미난 제목의 마지막 곡 'O Pato'에서는 휘파람과 코러스가 듣고 있으면 저절로 유쾌해진다.
마리아 킴의 노래를 한참 듣던 지난 7일 보사노바의 장인 주앙 질베르토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가 듣는 보사노바의 원형을 제시한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인 그의 음악이 이렇게 마리아 킴에게 전해지는 모습에 음악의 위대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글: 김광현)
이달의 노래: The SKA JAZZ UNIT(더 스카 재즈 유닛) – ‘Jazz Goes Ska’
색다른 재즈 앨범이 나왔다. 재즈와 스카가 만나 한바탕 경쾌한 판을 벌이는 재즈 스카 유닛의 첫 앨범 [Jazz Goes Ska].
스카(Ska)는 1950년대 후반 자메이카에서 발생한 음악 장르로 자메이카의 민속 음악 멘토(Mento)와 카리브해 지역 음악인 칼립소(Calypso)를 바탕으로 흑인의 소울과 재즈가 적절히 섞인 음악이다.
이후 1970년대 밥 말리가 등장해 전 세계적인 선풍을 불러일으키는 레게(Reggae)로 이어지고, 1980년대는 강렬한 리듬이 가미된 스카펑크가 유행한다.
스카 밴드에서 연주되는 관악기의 화려한 연주는 스윙 빅밴드의 흥겨움을 넘어서면서 음악 페스티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가 된다.
국내에서는 결성된 지 13년 차인 킹스턴 루디스카가 스카 밴드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여기서 건반을 담당하는 피아니스트 임채선이 재즈적인 색채를 더 강조한 8인조 밴드 '재즈 스카 유닛'을 결성해 첫 앨범을 발표한다.
임채선은 한국을 이끌어 가는 젊은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송하철 쿼텟 등 여러 밴드에서 피아노와 건반을 연주하고 언급한 대로 킹스턴 루디스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3명의 관악 주자(박준규, 송하철, 성낙원)와 5명의 리듬 세션(임채선, 김유성, 김대민, 이예동, 정솔)이 함께 연주하고 있다.
앨범을 발표하기 전부터 공연하며 주목받았고 멤버 모두 각자 활동이 바쁜 혈기 넘치는 젊은 연주자들이다.
스카가 가진 리듬을 살리면서도 재즈의 즉흥연주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리더 임채선이 만든 전통 스카 스타일의 곡 'Be Nice'는 야외 페스티벌에서 많은 관객과 함께 뛰며 들으면 좋은 곡이다.
스카와 재즈의 만남을 목표한 밴드 답게 재즈 피아노의 거장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의 대표곡 'Ruby My Dear'도 색다르게 연주하고 있다. 스카 리듬은 조금 감추고 오르간 연주를 배경으로 이예동의 기타가 소울재즈를 들려준다.
‘Poinciana’는 쿠바 민요를 배경으로 1930년대 만들어진 곡으로 재즈에서는 피아니스트 아마드 자말의 연주로 유명한 곡인데 스카풍으로 멋지게 연주하고 있다.
올 여름 젊은 재즈 연주자들이 선보이는 스카 음악에 빠져보자. (글: 김광현)
[국내] 발라드/팝
이달의 앨범: Various Artists – [제2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지난해 한겨레-멜론-태림스코어가 공동 기획한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선정에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가 1위에 올랐다.
이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치 않는 절대적 명반으로서의 가치가 입증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유재하의 앨범이 1998년 서브 음악지 선정(7위)과 2007년 가슴네트워트-경향신문 선정(2위)을 거쳐 이번에는 (마침내 들국화 1집을 끌어내리고) 한국 대중음악 명반 1위로 역주행했다는 점은 실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는 밴드 음악 전성기에서 싱어송라이터 음악 중심으로 재편된 200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미친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유재하가 남긴 음악적 업적이 더욱 지대했음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또한 (올해로 31년 째 그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통해 배출된 싱어송라이터, 뮤지션들의 1990년대 이후 한국 대중음악 씬에서의 두드러진 활약상이 그러한 사실을 부연한다.
지난해 열린 제29회 대회부터는 만17세 이상 신인 싱어송라이터로 참가자격을 확대하면서 무려 750팀의 지원자가 참여하여 예년보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11팀의 본선 진출팀이 결정되었다.
첫 고등학생 수상자로 나란히 이름을 올린 공예빈의 '늦여름'과 송예림의 '밤이 길어서'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이 돋보이는 가사, 완성도 높은 음악적 서사로 단연 주목할만한 인상을 남긴다.
신한태와 레게소울이란 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한태의 '기다랗고 둥근 담배'와 보컬과 베이스, 퍼커션으로 구성된 퓨전 팝 트리오 더치트랩의 '연', 4인조 모던 락 밴드 킨츠크로이의 '오늘의 나'는 유재하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감성을 벗어난 저마다의 다양한 스타일과 개성을 살린 창작력이 돋보이는 곡들이다.
그 밖에 서늘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의 보컬이 인상적인 문근영의 '혼잣말'과 토리 에이모스(Tori Amos)를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서정미가 돋보이는 김민주의 '은' 등 본선에 오른 11팀의 걸출한 신인 뮤지션들의 음악은 여전히 유효한 유재하의 감성, 음악적 정신과 함께 한 한국 대중음악의 밝고 건강한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글: 이태훈)
제2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기타 기능Various Artists
컴필레이션
이달의 노래: 보수동쿨러 – ‘0308’
부산 출신의 4인조 인디 락 밴드 보수동쿨러의 데뷔 EP [yeah, I don't want it]는 신인 밴드에게 기대할 수 있는 신선함과 흥미진진함으로 가득한 앨범이다.
쟁글리 기타와 서프 락에 기반한 빈티지한 연주 스타일에서는 파라솔(Parasol)과 세이수미(Say Sue Me) 같은 밴드들과 정서적 동질감이 캐치되기도 하지만 우울한 분위기 속에 사뭇 명랑함을 전달하는 변칙적이고 자유분방한 전개와 작법은 보수동쿨러만의 특징적인 개성을 잘 보여준다.
요컨대 익숙한 방식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구현해낼줄 아는 탄탄한 연주력과 창작력, 나름의 노하우를 갖췄다는 점에서 이들의 음악은 주목할만한 인상을 남긴다.
청량한 쟁글리 기타 인트로와 난데없이 치고 들어오는 나레이션 보컬, 명랑한 코러스를 지나 블루스-사이키델릭 기타 솔로로 장엄한 대미를 장식하는 예측불허의 전개외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타이틀곡 '0308'은 그러한 이들만의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과 쿨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베스트 트랙이다. (글: 이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