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 금년도 주말걷기 안내하는 날을 7월 23일로 정하고 나서
이날을 어떻게 잘 회원분들에게 편안한 길을 안내하고 진행을 잘 해야
할텐데 하는 생각과 봉사하는 기쁨이 늘 가슴에 가득차 있었습니다.
기다림이 너무 길어서 일까, 그런데 하필 오늘 아침 새벽부터 국지성폭우가
마구 쏟아집니다. 도저히 오늘 걷기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걱정이 먼저
앞서고, 그동안 답사하고 기다린 날이 몇 날인데 여기서 멈추다니 그럴순 없지
이렇게 두 마음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갈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장님께 전화하여 어찌 하오리까 여쭈어 보았더니 나를 다독여 줍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국지성 호우이고, 일기예보에 오후에는 비가
멈춘다고 하니, 오히려 우리들이 걷기에는 더 좋을 겁니다. 이따 만나요."
회장님의 말씀에 결론은 이미 내려졌고 걱정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늘 걷기가 비가 내리지 않는 가운데 잘 진행되기를 바라는
일념으로 4호선 대공원역 2번 출구에 도착하여 벤취에 자리잡았습니다.
빗속에 몇 분이나 오실려나 한 스무분 정도는 오시겠지 하는 생각으로
회원님들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모이는
시간 3시 30분이 가까워지니까 한 분 두 분 정다운 얼굴들이 보입니다.
더욱 반가운 것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이순애 회원도 나왔습니다.
이순애 회원은 성북동에서 문화재 해설과 재능기부 봉사활동 책임자(이사장)
일을 맡게 되어 좀처럼 틈을 낼수 없어서 못 나왔으나 다음 다음 주에는
한사모 주말걷기 안내를 해야 할 차례이어서 아니 나올 수 없었다고 하네요.
앞으로 잘 나오겠다고 다짐을 하셨으니 빠지지 말고 계속 나오시기 기대합니다.
하여간 한사모 회원님들은 못 말리는 사람들인가 봅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39명의 회원님들이 대공원역에 모였습니다.
일주일만에 만난 모임이지만 회원들 간의 훈훈한 분위기속에서
서로 정겨웁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만나서 서로가 반갑고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해 주는 이것이 바로 한사모의 정인가 봅니다.
우리 '할미꽃하모니카앙상블'의 리듬악기 담당 책임자이신
임병춘 회원님께서 저를 대신하여 한사모 깃발을 높이 들었습니다.
한사모 깃발은 우리 한사모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자랑스러운 깃발이니까
기수보다 앞장 서 걷는 사람은 벌금을 내야 한다고 일러주셨습니다.
자, 이제 제485회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주말걷기를 출발합니다.
비는 오지 않고 구름만 잔뜩 낀 날씨이어서 걷기에는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만약 햇볕이 쨍쨍 비췄다면 어쩔뻔 했을까요?
그런데 한사모의 상징인 자랑스러운 한사모 깃발을 앞세운
우리 한사모 회원님들이 여러 줄로 마구 흩어져 자유롭게 걷습니다.
오늘은 관람객도 별로 없으니 넓찍한 공간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것도
흠 될것도 없고, 누가 보는 사람도 없는 데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안된다구요? 규율부장도 없는데 누가 뭐라 하겠어요."
글쎄, 안내자가 뭐라 할 수도 없고 알아서 질서를 지켜야 하겠지요.
오늘은 후미를 박해평 회원님이 맡아 수고해 주십니다.
아마도 남자 운영위원님들이 오늘 걷기에 참석치 못했나 봅니다.
계단이 나왔으니 단체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우스갯소리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표정이 모두 근엄하십니다.
단체사진을 촬영한 후, 동물원 쪽으로 걸어 올라갔습니다.
오전의 물폭탄 기습 폭우로 관람객이 거의 없고 대공원이 한가합니다.
스카이리프트는 간혹 데이트하는 젊은이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빈 차로 왔다갔다 합니다.
문뜩 이럴때 한사모 회원들이 리프트나 코끼리열차를 타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시도해 보았으면 ...
기린나라로 입장하는 아이들도 없어요.
미리내 다리를 건너 동물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산림욕장을 걷기 위해서는
동물원으로 입장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세분을 제외하고는 경로우대를 받고
동물원으로 들어온 다음,
150여미터를 꽃길을 지나 산림욕장길로 접어듭니다.
수련이 가득 찬 연못 데크 위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이 별도로 멋진 포즈를 선보입니다.
군인들 처럼 딱딱한 남학생들의 포즈를
자연스럽게 바꾸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이제 산림욕장의 나들길로 넘어갑니다.
비도 그치고 우려했던 폭염속을 걷지 않아도 되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이렇게 넓은 대지 위에 나무 숲으로만 조성된 잘 다듬어진
푸르른 숲길을 우리 한사모 회원들만이 함께 걸을수 있다는 것도
무척이나 좋았고, 행복감마저 느껴집니다.
무료한 숲길의 연속일까 봐 미리 준비해온 다양한 곡들을 들으면서
거닐 수 있다는것도 조금은 맘의 위안이 되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음악전공자로서 그 길의 곡선과 나무 숲의 어우러짐에 따라
곡을 선정해서 걷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걸으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걸으며 노래도 들었습니다.
날씨가 비가온 뒤여서 그런지 외부인들은 전혀보이지를 않아서
한사모 회원들만이 걸을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쉼의 시간을 같기 위해서 쉼터에 다다랐습니다.
서로 간의 정담도 나누고 항상 이웃을 섬기고 따뜻함을 나누려는
여러 회원님들이 계시기에 저희들은 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저도 늘 베픔만 받아오다, 오늘만이라도 정성껏
여러 회원님들을 더 잘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비 오는 데 주말걷기를 하느냐고 물어보던 '화서표 인절미'는
보이지 않았으나 더 멋진 '창석표 칵테일'이 모처럼 마련되었으며,
아직은 경로우대 못받는 맘이 예쁜 윤현희 회원님은 사진찍기도
바쁠텐데, 체리를 준비해 나누어 주는 모습이 아름다울 뿐입니다.
나를 내세우지도 않고 자랑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 몰래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한사모의 보배라고 생각합니다.
휴식을 하며 김용만 고문님의 흘러간 노래 가요 강의를 드었습니다.
노래도 함께 부르며 가요사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우리가 유행가라고 부르는 한국 대중가요는 1927년 '낙화유수'라는
무성영화가 상영되던 단성사에서 김서정이 작사, 작곡한 주제가
'낙화유수(강남달)'를 이정숙이 부른 것을 그 시발로 본다고 하였습니다.
김용만 고문님의 해박한 가요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노래를 부르니 강남달이 또다른 느낌으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김 고문님,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자주 가요사를 들려 주세요.
하모니카 반주에 맞추어 한사모 주제가도 불렀답니다.
발걸음도 가볍게 다람쥐 광장을 지나
수련으로 수면을 꽉 채운 연못도 바라보며
쪽문을 통해 동물원 옆을 빠져 나옵니다.
뒤쳐진 사람들을 기다려주는 미덕도 보여줍니다.
한참을 걸어서 드디어 저녁식사가 기다리는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메뉴는 여름에 특히 즐겨드신다는 십전대보탕과
함께 끓여주신다는 오리백숙을 택해봤습니다.
보양식은 어제가 중복임을 알고있는
우리들에겐 더욱 의미있는 식탁일 겁니다.
식사를 들기전에 막걸리 한잔을 들고서
외치는 건배사는 청바지로 했습니다.
"청바지"를 선창했고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후식은 맛있고 시원한 수박을 준비하였습니다.
맛있게 드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주(7월30일) 제486회 주말걷기 안내를 맡으신
진풍길 고문님께 우리의 한사모 깃발을 인계하였습니다.
다음 주에는 4호선 '동작역' 1번 출구(지상)에서 만나
반포천변과 몽마르뜨공원길을 걷는다고 하였습니다.
[편집자 추기] 걷는 거리는 9km 정도이나 더운 여름철
폭염에 유의하시고 무리해서 걷지는 않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경환 회장님께서 더운 여름철 특히 건강에 유의해 주시기를
당부하시면서 건강을 회복 중에 계신 한사모 회원님들을 일일히 열거하고,
(함수곤 대표님, 심상석 고문님, 정형진 고문님, 김태종 전회장님,
주재남 고문님, 장정자 회원님, 나병숙 회원님, 김성래 회원님, 남묘숙 회원님 등)
시간이 나시는 대로 전화도 해주시고 기도해 주시기를 당부하였습니다.
[편집자 추기] 김영자 레아 운영위원님의 큰 아드님께서는 어려운
심장이식수술을 마치고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회복 중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빠른 쾌유를 빌며 많은 기도있으시기 바랍니다.
음악반주 녹음자료를 도와주신 김정희 회원님,
사전답사를 함께해 주신 최경숙 회원님,
앞뒤로 뛰어다니며 사진촬영을 담당하신 윤현희 사진위원님과
한사모 깃발을 들고 선두를 맡아 수고해 주신 임병춘회원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