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패밀리의 취향을 담은 집으로 고치다, Modern & Elegant Space
블랙, 블루, 그린 등 공간마다 힘 있는 컬러를 들인 뒤 거주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를 더한 용인의 63평 아파트. 스티븐스 승마 클럽 박윤경 대표가 언니를 위해 고친 집은 승마를 사랑하는 가족의 취향이 묻어나는 공간이었다.
다이닝룸으로 사용되는 메인 거실의 모습.
Elegant Living Room
보통의 63평 아파트는 넓은 거실에 TV와 소파를 배치하기 마련. 하지만 손님 초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집주인을 위해 박윤경 대표는 다이닝룸이 집의 메인이 되는 구조를 제안했다. 대신 평소에는 서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양 옆에 전면 책장을 시공했고, 갤러리 창까지 달아 전체적으로 클래식한 느낌이 가미된 공간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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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룸을 다이닝룸으로 바꾸면서 떠올렸던 것은 레스토랑처럼 우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창가에 접이식 갤러리 창을 시공하고, 샹들리에를 달아 클래식한 분위기로 연출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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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테이블은 박윤경 대표의 아이디어로 디자인한 것이다. 말을 좋아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 말발굽 모양의 다리를 디자인하고 직접 제작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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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벽에 시공된 책장 모서리에는 만년필 전시 코너가 자리하고 있었다. 만년필을 수집하고 있는 정철헌 교수의 공간으로, 마치 갤러리처럼 불을 켜서 만년필을 비추는 섬세함도 눈길을 끌었다.
Moderern Black Kitchen
주방은 호텔처럼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여기에 살림을 하는 주부로서 예민한 촉수를 가미한 것이 포인트. 예컨대, 그저 멋진 블랙 아크릴로만 느껴지는 벽을 눌러보면 숨은 수납장이 나타나고, 아일랜드 밑부터 싱크대 밑까지 마치 영화 속 주방처럼 주방 도구를 착착 수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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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좋아하는 박하경 대표의 수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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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으로 통하는 복도 한 면은 모두 말 일러스트를 이용한 뮤럴 벽지로 시공했다. 무커뮤니케이션에서 직접 일러스트를 그려 벽지를 제작했고, 화사한 올리브그린 컬러의 띠를 둘러 포인트를 주었다.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섬세히 반영한 공간을 만들다
"국가대표 승마 선수였던 친오빠 박소운 원장 덕분에 우리 가족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승마를 접했습니다. 요즘도 저희 스티븐스 승마 클럽에 5남매가 모여 취미생활을 즐기곤 하죠.
특히 큰언니인 박하경 대표는 지난 7~8년 동안 주말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승마장을 찾을 정도로 말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현관으로 들어서자 거실로 통하는 벽면이 말을 스케치한 벽지인 것에서부터 집주인의 취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안방으로 통하는 중문을 열면 멋진 말 벽지를 전면에 시공한 벽이 시선을 잡아끈다. 이 집의 주인장 박하경 대표는 태양광 및 IT 제품에 관련된 무역 에이전시 회사를 운영하는 이로, 박윤경 대표처럼 남동생 덕분에 대학 시절부터 자연스레 승마를 접해왔다.
그러다 지난 2006년 가족 주주 회사로 스티븐스 클럽을 시작한 뒤로는 본격적으로 승마에 빠져들었는데, 그게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더란다.
"말의 컨디션이 별로면 고삐를 잡아끌거나 박차를 가하게 될 때가 있어요. 내 의도와 상관없이 말을 괴롭히게 되는 거죠. 또 어떤 순간에는 내가 떨면 말도 불안해하는 게 느껴져요. 결국 승마를 통해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리더십을 배우곤 하죠."
이렇듯 승마 그 자체를 사랑하는 이다 보니 그녀의 집 디자인에 이와 관련된 콘셉트가 메인으로 등장한 것은 당연한 일일 터. 게다가 집 안 곳곳에서 거주자를 위한 배려가 눈에 띄었는데, 이는 박하경 대표와 그녀의 남편인 단국대 토목공학과 정철헌 교수의 성향을 섬세하게 꿰뚫은 것이어서 재미가 있었다.
바로 동생 박윤경 대표가 언니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공간을 직접 디자인했고, 시공까지 진두지휘했기 때문!(박윤경 씨와 남편인 게스코리아 제임스 박 대표가 사는 집 또한 지난해 레몬트리에 소개된 바 있다.)
손님 초대가 많은 부부를 위해 거실에 열댓 명은 거뜬히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을 배치하고, 영화 마니아인 형부를 위해서는 친구들과 와인도 한잔 기울일 수 있는 미디어룸을 디자인하는 등 동생은 언니네가 평생 살 집을 생각하며 공간을 계획했다 한다. 더불어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살면서 수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하니, 이 자매의 패밀리 라이프까지 본받을 만하다.
Hotel Style Bed Room
이 집의 안방은 웬만한 호텔의 스위트룸을 능가하는 공간이다. 탁 트인 공간에 침대와 오픈형 욕실, 세면대는 물론 편리한 기능이 있는 드레싱룸까지 완벽하게 담았기 때문. 중문을 닫고 있어도 불편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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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유학 중인 아들의 방에도 어김없이 말 이미지의 액자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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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헤드 뒤쪽에 매일 입는 옷을 걸 수 있도록 행어를 설치하기도 했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똑소리 나는 주부였기에 가능했던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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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장과 천장을 히노끼 편백나무로 시공해 욕실에서는 기분 좋은 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공간에 나무 패널로 포인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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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밖으로 나오면 오픈형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다.
Man's Play Room
방 두 개를 터서 만든 플레이룸. 영화를 좋아하는 정철헌 교수를 위한 공간으로 미디어룸 시스템을 갖추었고, 뒤편으로는 와인바도 만들었다. 이 공간이 생긴 뒤로 주말에도 빠짐없이 학교로 향하던 남편이 집에 머물고 싶어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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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바 코너에는 간단한 칵테일을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은 물론, 술병을 디스플레이하는 장식장까지 완벽하게 갖추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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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제인 박소운 원장 덕분에 자매의 승마 사랑이 시작되었는데, 그는 한국 승마의 1세대이자 1986년 아시안게임 종합마술 은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초로 프랑스 말을 수입하기도 했던 아버지는 유언으로 '아들이 승마의 길을 계속 갈 수 있게 가족이 도와달라'고 했고, 박윤경 대표를 비롯 형제들이 힘을 합쳐 지금의 스티븐스 승마 클럽을 만들게 되었다 한다.
이 벽면에는 바로 어린 시절부터 요즘까지 승마와 함께한 가족의 역사가 뭉클하게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