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사적으로 밀어붙이는 대표적 민영화 대상이 인천국제공항과 수돗물 등 수자원 사업이다. 재미있는 건 이 둘을 둘러싼 배경과 제기되는 의혹이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점이다.
인천공항 외국기업에 지분매각, 경영참여도 허용?
인천공항은 비교적 빠른 기간 내 소기의 성과를 낸 공기업 중 하나다. 2001년 개항한 이후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여섯 차례나 ‘항공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최우수공항(Best Airport World- wide)에 선정됐고, 2010년에는 국제적 여행전문지 ‘글로벌트래블러’로부터 세계최고공항상을 수상했다.
앞으로 연간 1억명 승객과 700만톤의 화물을 처리하게 돼 세계 10대 공항의 위용을 갖추게 된다. 경영실적도 양호하다. 올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 평가대상 100곳 가운데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전체 입출국의 80%와 무역액의 25%를 담당하는 주요 국가기반시설이자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인천공항의 지분을 해외에 매각하려고 안달이다. 2008년 매각을 추진했다가 여론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한동안 잠잠하더니 한나라당이 다시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위한 민영화 관련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지분매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민영화’다. 정부의 추진 이유는 엉성하게 꿰맞춰져 있다. 주가를 평가절하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맥킨지와 삼일회계법인의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매각가격을 산정했다. 대략 3조5천억원. 그간 인천공항 건설 공사비(9조8천억원)에 들어간 정부 돈은 약 2조6천억원. 이 돈을 회수하기 위해 지분 49%을 팔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처음에는 세외수입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부자 감세로 줄어든 세수를 벌충하기 위해 ‘황금알을 낳은 거위’를 팔려고 하느냐는 비난여론이 일자, 얼른 말을 바꿔 인천공항 3단계 공사비로 쓰겠다고 둘러댔다. 핑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인천공항 측이 부담한 공사비는 전체의 약 70%(약 6조3천억원). 그간 경영이 크게 호전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3단계 공사비는 공항 측의 자체 부담으로 충당이 가능하다.
꼭 외국기업에 팔겠단다. 이를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는 증거가 있다. 2008년 국회 국토해양위 국감장에 출석한 이채욱 인천공항 사장에게 야당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지분 15%를 ‘전략적 매각’ 대상으로 둔 이유가 뭐냐고 질타하자 ‘15%를 공향운영전문기업에 넘기겠다는 게 전략적 매각이며 그런 전문기업이 국내에는 없다’고 대답했다. 어떻게 하든 외국기업에 지분을 넘기기 위한 수작이 ‘전략적 매각’이란 얘기다.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아예 외국인 지분을 30%까지 허용하는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인천공항과 이 대통령 주변 인맥을 둘러싼 의혹
2008년 당시에도 언론과 여론은 ‘맥쿼리그룹’을 주목했다. 도로, 공항 등 SOC 민자투자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호주계 금융그룹이 인천공항을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 때문만이 아니었다. ‘맥쿼리’를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 주변 인맥 때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인 송경순씨가 당시 맥쿼리 금융그룹 계열인 맥쿼리 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의 감독이사였고,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씨가 맥쿼리IMM자산운용과 이 회사를 인수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대표였다. 또 송경순씨의 동창인 현오석 현 KDI원장은 당시 공공기관경영실적 평가단장을 맡고 있었으며,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위원으로 송경순씨와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인천공항 이채욱 사장의 큰 사위는 2007년까지 맥쿼리그룹에 근무했다.
운영상태가 매우 양호한 ‘세계 최우수 공항’인 인천공항이 2008년 공공기관평가에서 하위로 밀려났다. 공항매각을 염두해 둔 ‘맥커리그룹 권력인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만 하지 않은가.
포기하겠다던 수돗물 ‘위탁운영’ 재추진, 사실상 ‘민영화’
수돗물 민영화에도 인천공항 사례와 비슷한 구도의 의혹이 있다. ‘멕쿼리’ 대신 ‘코로롱 그룹’이 자리하고 있을 뿐 의혹의 성격은 유사하다. 2008년 봄 정부는 사실상 ‘수돗물 민영화’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다. 행정안전부장관은 각 시도에 공문을 보내 ‘지방상수도 전문기관 위탁 추진’을 위한 지자체 설명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추진계획을 지체 없이 하부에 전달할 것을 지시하는 등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내보였다.
수돗물 민영화를 위한 회의 개최와 관련 사항을 지자체에 지시한 행안부 문건 |
여당은 ‘물산업지원법’ 제정을 위한 절차에 착수한다. 이 법안에는 ‘상하수도 사업을 위한 법인 설립’과 ‘외국인과 외국법인을 포함하는 지방자치단체 외의 자와 공동출자하여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었다. 수돗물이 국내외 민간기업의 영리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겠다는 얘기였다.
여론은 ‘결사반대’. 필수재이며 공공재인 물이 민영화되면 재벌기업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기 직전까지 늘 곁에 있어야 하는 게 물 아닌가. 물 민영화는 살아있는 국민 100%가 고객이 되는 ‘노다지 사업’이다.
수도요금 폭등(남미 90~200%, 남아공 600%, 프랑스 150%, 영국 106%) 등을 이유로 ‘민영화’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여당은 ‘민영화’가 아닌 ‘위탁운영’을 추진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꼼수였다. “소유를 민간에 넘기는 게 아니므로 민영화가 아니다”라며 법안 이름도 ‘물산업지원법’에서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에 관한 법률’로 바꿔 입법화를 추진했다.
‘민영화’나 다를 게 뭐냐는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이상득 배후설’과 코오롱 그룹 관련설이 회자된다. 정부여당은 잽싸게 꼬리를 내리며 “수도 사업에 대한 민영화는 절대 없고, 민간에게 지분매각을 조건으로 하는 민간위탁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돗물 민영화가 추진되면 수혜 기업이 바로 코오롱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소문만이 아니라 사실일 수도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마침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물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2015년까지 매출 2원 이상의 세계 10대 물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코오롱워터스’를 전면에 내세운다. 정부의 수자원 민영화와 짜맞춘 듯 똑 떨어지는 행보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든 인터넷포털에서 ‘코오롱워터스’가 검색되지 않는다. ‘코오롱그룹’ 홈페이지에도 ‘코오롱워터스’ 혹은 ‘코오롱워터’라는 회사명칭을 찾아 볼 수 없다. 이상득 의원이 ‘코오롱워터스’의 사장이었다는 ‘설’도 확인이 불가능했다. 뭘 숨기고 있는 걸까.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과거 코오롱 사장이었다는 것과, 코오롱그룹이 현정권과 가깝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 의원은 코오롱 고문으로 꼬박 월급까지 받아 왔고, 이웅열 회장은 정진석 정무수석, 박근혜 의원의 동생인 박지만씨와도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코오롱 부회장 출신으로 이명박 시장 시절 세종문화회관장을 지낸 김주성씨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발탁될 만큼 코오롱 그룹은 정권과 사이가 돈독하다.
포기하겠다던 ‘수돗물 민영화’가 다시 추진되는 모양이다. 정부가 ‘녹색성장’을 빌미로 물기업을 육성하겠다고 큰 소리쳤다. 이를 위해 현재 164개 시군단위로 운영되는 지방상수도를 2020년까지 39개 광역권으로 통합하고, 외부에 운영을 위탁하겠다고 밝혔다.
특별, 광역 등 지자체와 수자원공사, 환경공단 등 공기업에 위탁해 전문기관을 육성하겠다면서 민간기업 참여 가능성을 슬그머니 열어 놓았다. 환경부는 ‘민간기업은 공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상하수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에 발표된 정부의 ‘물산업 육성전략’은 결국 수돗물을 비롯한 수자원의 민영화를 의미한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이 대통령이 직접 ‘민영화 추진’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발언을 한다. 지난 3월 22일, 국제물협회(IWA) 회장과 관계자들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한국인 1인당 평균 물 소비량이 유럽보다 많다고 하는데 아마 물 값이 싸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인천공항과 수돗물 민영화. 왜 정부는 못해서 안달일까? 강한 집착을 보인다는 건 필시 무슨 곡절이 있다는 얘기다. 인천공항과 수돗물 민영화를 노리는 기업들 모두 이 대통령과 이런 저런 관련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래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혜? 국제로비? 비자금? 모든 의혹 정부가 원인제공
대체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 인천공항과 수돗물 사업은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외국기업이든 국내 재벌이든 사업권을 손에 넣기만 하면 끊임없이 돈맥을 캘 수 있는 ‘노다지’를 확보하는 셈이다.
민영화 집착의 이유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수도, 전기, 공항 등 공적 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국제적 금융재벌이 여럿이다. 큰돈이 되기 때문이다. 주택공사 등의 민영화 요구 뒤에는 거대한 국제 부동산금융이 있고, 의료보험 민영화에는 AIG같은 외국계 보험기업이 있다. 이들의 로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주요 공기업을 사들이기 위한 로비가 성사되면, 거액의 사례와 함께 꿈같은 ‘돈잔치’가 벌어진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혜와 로비’ 의혹의 빌미를 만드는 건 정부다. 잘 나가는 공항을 팔려고 하고, 국민의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수돗물 구태여 민영화하겠다니 의혹이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외국기업에게 공항지분 30%을 주고 경영참여까지 보장하려는 의도가 대체 뭔가. 반대급부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집착하는 건가. 국민이 싫다는 수돗물 민영화를 ‘꼼수’까지 부리면서 밀어붙이는 의도가 뭘까. 정권의 손에 무엇이 쥐어지기에 이러는 것인가.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