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심란할 땐 꽃집을 찾는다. 꽃집에는 향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고, 여유가 있어 좋다.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은 바라만 봐도 삭막한 마음자락에 윤기가 절로 도는 듯하다. 내려오는 말 중에 ‘석녀는 꽃을 사랑할 줄 모른다.’고 했다.
뭐니 뭐니 해도 꽃 중엔 장미다. 장미는 스스로가 꽃 중에 왕인 걸로 여겨 가시를 달고 다닌다. 지체 높은 인간이 호위병을 앞뒤에 붙이고 다니는 것도 장미에게서 배운 것인지 모른다.
푸른 잎을 자랑하는 관엽수의 나무들도 관상욕(觀想慾)과 메마른 나의 가슴을 푸름으로 한껏 채워 주니 더 없이 좋다.
요즘은 왠지 날로 둔감해지는 듯하다. 전과 달리 삶 속에서 감동을 못 느끼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심장이 요동치는 일을 겪었다.
“선생님 안녕 하세요? 저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월이면 대학 진학을 하는 학생인데 선생님께 청주 시 1인 1책 펴내기 수업을 받아 책을 꼭 발간하고 싶습니다.” 라는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기분 좋았다. ‘청주 시 1인1책 펴내기’사업은 전(前) 청주시장이 펼친 문화 사업으로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청주 시 시민이라면 누구나 책을 발간할 수 있다. 청주 시로부터 30 만원의 출판 보조비를 받는다. 이는 전국 유일의 창작 지원 행정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가경동 주민센터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20일에 개강을 했기에 아직 틀이 잡히지 않았지만, 책을 꼭 내고 싶다던 학생을 수강생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스무 살 두 청년은 어른들 수강생 틈에 앉아 진지한 눈빛으로 나의 첫 수업을 들었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갑자기 우리의 문단이 젊어지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가 깊은 울림을 받은 것은 그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이었다. 또한 그들이 대견한 것은 문학에 대한 긍정적인 호기심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스마트 폰, SNS 등에 익숙할 뿐 논리적인 사고와 이의 표현이 서툴다. 그러기에 두 젊은이가 수강생 중에 보석처럼 빛이 난다. 그 두 학생은 문학에 대한 꿈을 키우기 위해 시급 5,000원을 받고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저축한 돈으로 청주시의 1인1책 보조비 30만 원에 보태어 올해 자신들의 저서를 발간 할 꿈에 부풀어 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그들이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 탓에 자신들의 힘으로 돈을 벌어 책을 발간하겠다고 한다.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그들의 모습을 대하자 나또한 힘이 불끈 솟는 기분이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문학에 대한 열망의 끈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는 두 젊은이에게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내어 주리라.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젊음의 기운으로, ‘푸른 문향’이 짙게 배인 작품이 창작되기를 기다리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