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6.
아침에 일어나니 조금은 서늘한 느낌이다.
어제 내린 비로 기온이 뚝 떨어지니 '오늘 산에서는 추울까?'
끓인 물을 보온병에 담고 배낭에 넣었다가
'오늘 포대능선을 오른다고 했는데...무거우면 곤란하겠지?'
망설이다가 도로 꺼내어놓고는 간신히 밥과 김치만을 챙긴다.
종로 3가에서 환승을 하려니 동묘행, 성북행, 창동행...
'할 수 없지...창동행을 타고 녹천에서 갈아 타자...'
녹천에서 내려 주위를 살피니 낯익은 얼굴이 저만치서...이 기현...
"어머나~! 오랫만이야~!" 서로 두팔 벌려 반가움으로 맞이한다. ㅎㅎㅎ
"순자가 왔구나~! 반가워~! 정자도 오랫만이구~!"
오늘의 일정을 듣고 출발...
"오늘 날씨 끝내주네! 구름 한 점 없고 바람은 시원하고~!"
나무를 흔들어주며 불어오는 바람에 "아아~시원하다~!"
학생들이 봉사를 나온건지 현장학습인지 무슨 서명을 하라나...
"독도사랑지킴이"에 서명을...나름대로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들...
한참을 오른 후에 장비점검..."아이구 더워라~ 조끼 벗어야지~!"
오르면서 바라보이는 사방이 눈이 부시다.
아주 선명하게 아파트로 뒤덮인 마을이 보이고
그 뒤로 산이 스카이라인도 선명하게 하늘과 맞닿아 있다.
정상만이 산이 아니라
오르는 순간부터 다 산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커다란 바위가 비스듬히 걸쳐있는 곳을 통과하기도...
"천둥번개에도 끄떡 없겠다~!"
갈림길에서 다시한번 포대를 오를 것인지 다음으로 미룰 것인지...
순자의 포도로 원기보충을 하면서 의논한 결과..."오르자~!"
막걸리를 파는 곳에서 한모금 목을 축이니 "시원하다! ㅎㅎㅎ"
산속에다 보관을 한다는데...이렇게 시원할 수가~!
목이 마르던 참에 한모금의 막걸리가 청량감을 배로 더해준다. ㅋㅋ
점심을 먹고 오를 것인지...오르고 나서 먹을 것인지...
의견이 난분분...ㅎㅎㅎ
점심을 먹고나서 오르면 너무 늦으니 오르고 나서 먹기로~!
본격적인 쇠줄타기...아아~이렇게 힘들고 무서울 수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감을 잡을 수 없었던 포대능선...
지혜보살이 "얘는 포대를 한번 태워야 해~!" 하던 말이 생각나고...
걱정을 하는 나에게 권 짱은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남친들이 앞과 중간, 뒤에서 우리 여친들을 이끌고, 보호하고, 잡아주고...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더듬거리는 내 짧은 다리여~! ㅎㅎㅎ
비좁은 바위사이를 지나려니 배낭은 득득 긁히고...
"차라리 나를 죽여라~~~" 순자의 애원 섞인(ㅋ) 말...
모처럼 나왔는데...완전 스파르타식 유격훈련이잖아?
"여럿이 가는데 섞이면 병든 다리도 끌려간다~! 힘내자!" 순자와 서로 격려를...
간신히 내려와서 건너편을 바라보니 이 기현과 이 정자가 올라가고 있는데...
'아이구야아~저기를 올라가야한단 말이지?' 바라만 보아도 질린다.
쇠줄을 잡고, 쇠기둥을 잡고...한 발 한발 디딜 곳을 찾으나
짧은 다리에 마땅하게 발을 놓을 곳을 찾지 못해 헤맨다.
"내 손 잡아~!" 앞에서 끌어주니 혼신의 힘을 다해 올라간다.
쇠기둥 사이가 넓어 쇠줄과 쇠기둥을 번갈아 잡으며
거의 대롱대롱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행여나 실수를 할까 조심하며
내딛는 발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오른다.
힘이 부치니 "잠시만~!" 숨을 고르고 나서 "의쌰~" 힘을 모아 오르고...
"그래...그렇게 발을 디디고 쇠줄과 쇠기둥을 번갈아 잡고..."
요리조리 발 놓을 곳을 찾으며 적당한 곳을 찾는 모습에
"그 동안에 요령이 많이 늘었네!" 권 짱의 칭찬 아닌 칭찬에 힘이 솟기도...
어떻게 지나왔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결국은 무사히 모두 포대능선을 타넘었다~!!!!!
이 모두 남친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기에
"정말 고마워~! 남친들 아니면 이곳을 오를 생각을 하겠어?"
점심을 먹을 자리를 찾아가는데 눈에 밟히느니 도토리다.
"도토리는 들판을 내다보고 열린다는데...올해는 농사도 풍년이라는데
이렇게 많이 열렸을까?"
걍 지나칠 수 없어 하나씩 줍다보니 어서 내려오라고 야단이고...
"알았어! 다리가 풀려서 그래...ㅋㅋㅋ"
밥상을 차려놓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평자의 녹두부침개, 정자의 손수 만든 빵과 찐고구마, 내 잡곡밥과 김치,
울림의 어부인이 정성들여 싸준 도시락,이 기현의 찐밤,
全회장의 복분자주와 배...몇이서 가져온 김밥...먹을 것이 넘쳐난다.
사람이 각각이듯 김치맛도 제각각...주거니 뺏거니 하면서 먹을 것 가지고
싱갱이 아닌 싱갱이도 하고...酒님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권 짱은
계속 먹을 것에 굶주린 듯 "배고파~" "술고파이겠지? ㅋㅋ"
"이참에 금주하지?" 절대로 안된단다. 마눌이랑 같은 말을 한다나? ㅎㅎ
점심 후에 잠시 도토리 줍는 시간을...얼추 말아웃은 줏었나보다.
눈에 밟히지만 이제 그만 내려 가야지...
산에서는 해가 금방 떨어지니 서둘러야 한다네.
대구에서 올라온 스탤론과 회룡역에서 달려온 홍 정무와 합류하여
근처의 황태집에서 즐거운 해후의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나른해진 몸을 쉬고 싶은데...내일이면 얼마나 뻐근할까?
지하철 안에서 쏟아지는 하품에 앉아 있기도 민망할 정도...
차라리 눈을 감고 앉아 있자...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배낭 정리는 나중이고 뜨끈한 물을 뒤집어쓴다.
젊다면 젊고...ㅋㅋ 늙었다면 늙은 우리 나이...ㅎㅎ
이 나이에 우리도 포대능선을 넘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지요? 하하하
사진으로 추억을 남겨 준 울림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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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 고 평자. 김 선자. 신 순자. 이 정자.
남학생 : 권 성근. 김 인영. 신 홍식. 이 기현. 전 연호.
이 만구. 홍 정무 (뒷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