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 이야기
사실 내 장인께서는 초등학교 은사님이신데, 훗날 중등 수학 교사로 정년 퇴임하셨으나 그 시절엔 평생 유일하게 내 어린 뺨을 때리신 옆반 선생님이셨다네. 계집애들 고무줄 놀이에 그것좀 끊었다고 모질게 매맞던 내가 말년 휴가 나갔을 때 찾아 뵌 것이 거스를 수 없는 인연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으니, 분명 어딘가에 싱거운 노인이 있어 붉은 밧줄로 우리를 매었나 싶은데, 도무지 알 수가 있어야지. 충청북도 괴산에 그 무슨 다방에 양가 식구들 나가서 명색이 선을 보니, 그 자리에서 일 주일 후로 약혼 날짜를 정하며 너희들도 얘기를 하라 하시는데 할 말이 있나, 처가에서 약혼식을 치르니 다시 또 일 주일 뒤에 결혼식 날짜를 잡거늘 어찌 하랴, 깨어보니 사랑채 신혼방이었는데, 새벽부터 동네 아주머니들 이미 마당에 분주하고, 어찌어찌 그래서 남매를 낳았다나 어쨌다나,
사진틀 정리하다 옛 사진 다시 보니
눈은 고요하고 한세상도 어느새 고요하였다.
(2024.02.22)
첫댓글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인연이었네.
동춘이 할머니께서 우리 작은 누님을 수양딸로 삼아
내 어릴 때 양쪽 집인이 각별하게 지내냈지요.
장인이신 낙철 형님께서도
나를 많이 챙겨 주셨는데-
이제 모두 가시고 낙화유수의 세월입니다.
아, 그랬군요. 옛날엔 수양 문화가 참 정겹고 아름다운 풍습이었는데.....정말 다 가시니, 세월이 정녕 무상합니다.
고향 한번 오시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