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神仙)의 진실.
의령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일을 마치고 망우당(忘憂堂) 충익(忠翼) 곽재우 장군의 생가를 찾았다. 평소에 늘 존경했던 분이라 그냥 지나쳐오기는 서운했기 때문이다. 생가를 둘러보고 있는데 해설사 분이 다가왔다. 밝은 미소를 지며 곽재우 장군님의 생애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하셨다. 29회에 걸쳐 관직을 제수받았으나 대부분 사직하거나 부임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정치적인 이유가 있지만 약초에 대한 글이니 여기에 언급하지는 않겠다.
장군의 노년에는 산에 들어가 솔잎만 드시다가 운명하셔서 신선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해설사는 마무리를 지었다. 필자는 해설사 분께 물었다.
"과연 신선이 되셨을까요?"
그러자 해설사 분도 웃으면서 대꾸했다.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다들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겠죠."
필자는 장군께서 드신 솔잎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솔잎을 3년 이상 드셨으니 2백 년(숙종 때)이 지나도 시신이 썩지 않은 것입니다."
필자의 말에 해설사 분도 놀라는 눈치였다.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고 그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군께서는 김덕령 장군이나 이순신 장군의 사례를 잘 알고 있었기에 벼슬도 거절했고 행여나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지 않을까하여 산으로 피신해서 솔잎으로 생식하시며 천수를 스스로 앞당겼던 것이다. 정치는 세상에서 가장 엽기적이고 두려운 것이라는 것을 장군께서는 잘 알고 계셨던 것이다.
요즘 황사와 더불어 송화가루가 날리고 있다. 송화가루를 채취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솔잎이나 솔방울도 채취할 것이다. 의서의 기록대로라면 소나무는 좋은 약재다. 그러나 최악의 독재(毒在)라는 것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필자가 여러 번 언급했어도 사람의 마음은 늘 불변한다. 아니 망각한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기록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진실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을 마주하면 가슴이 아픈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소나무의 기록이 그렇다. 아래는 의서의 기록이다.
-맛은 쓰고 달다. 본성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오장을 편하게 하고 열을 제거하며 풍비(風痺)와 사기(死肌)를 다스리고 모든 악창, 두비(頭痺), 백독(白禿), 개소(疥瘙)를 주치하고, 이농(耳濃)과 치아의 풍치로 인한 구멍을 다스리고 모든 창에 붙이면 피부가 생하고 통증이 그치고 충을 죽인다.
일명 송고 또는 송지라 한다.
6월에 스스로 흘러 나오는 것을 취하는 것이 굳은 것을 따거나 혹은 달여서 취한 것 보다 낫고 통명(通明)하여서 훈육향(勳陸香)과 같은 것이 좋다. (동의보감)
-소나무는 독이 없기 때문에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땐다.
연탄불로 밥을 하면 밥에 탄 냄새가 밴다. 대통 위에 송진을 뿌려 주는 것은 온도를 높이는 역할도 하지만 송진 기운이 소금으로 스며들어가게 하는 역할도 한다.
송진은 곧 장근골, 치어혈, 소염, 소종, 소창, 살충하며, 눈을 밝게 하여 주고, 썩은 살을 제거하는 동시에 새살이 나오게 하는 약리적 작용을 한다. 송진이 죽염에 합성되어 그 힘을 얻으면 모든 생물체에 아주 좋다. 피가 맑아지고 뼈가 견실하게 된다. (민의약 1989. 9)
-맛은 쓰며 달다. 본성은 따뜻하며 독이 없다.
풍비와 악풍나창(모진 풍병과 나병에 의한 창증)과 아울러 두창, 백독(백상균에 의하여 생기는 전염성 피부병)을 치료한다.
위장복열을 깨끗이 제거하며, 심폐를 윤택하게 하고, 진액을 생하게 하며 치아를 견고하게 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한다.
악풍으로 인하여 역절준통(관절의 동통), 풍비, 사기, 옹저(큰 종기 및 피육이 굳어지면서도 종기가 일어나지 않는 병증의 총칭), 악풍나창이 발생하는 것과 소개(옴), 두양(머리가 허는 병증), 백독을 치료한다.
전고로 만들어 제창누란(여러 창증이 새로 문드러진 데)에 붙이면 농이 배설되고 피부가 생하고 통증이 그치고 풍이 추출되고 살충된다.
위장 속에 잠복한 열을 제거하고 심폐를 윤택하게 하며 타액을 생성하고 갈증을 다스리고 이빨을 견고하게 하며 귀와 눈을 밝게 한다.
자보약에 넣어 혼합하여 복용하면 양기가 건장하여지고 음경을 충실하게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자손을 두게 하고 오래 복용하면 몸을 가볍게 하며 나이를 연장시켜 준다. (편주의학입문)
그러나 송진은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 제대로 알고 쓰면 약이오,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면 독이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송진 속에 갇힌 모기의 화석(호박)에서 수억 년전의 DNA를 추출해 복제하여 공룡을 부활시킨 공원이 소개된다. 그만큼 송진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수천년, 수만년, 수억년이 아니 영원히 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소나무가 썩으면 송진성분이 굳어 관솔이 된다. 이 관솔 역시 유구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즉 미생물들이 송진을 분해를 시키지 못한다는 증거가 된다. 솔잎을 생식하거나 송편을 빚을 때 솔잎을 넣고 쪄서 먹는 사람들이 많다. 또는 말려서 가루를 내거나 환을 지어 먹는 사람도 있고 술을 담가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몸에 좋다고 하니까 무작정 섭취하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송화가루나 껍질, 뿌리를 채취해서 먹는 사람도 있다.
송진은 위장의 산(효소)이 분해를 하지 못한다.
분해되지 않은 송진은 인체를 돌게 되고 소변이나 대변으로 다 나오지 못한다. 송진을 오래 먹으면 뇌졸증이나 뇌출혈, 치매, 고혈압,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송진의 성분이 풍치에 좋다는 것도 기실은 치아와 잇몸이 코팅이 되어 세균의 침투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솔방울을 끓인 물로 가글하라는 것이다.
송진은 미세량만을 써야한다. 예전에 부모님이 편찮으면 우리네 어버이들은 소량을 채취하여 썼다. 흐르는 물에 오래 담갔다가 쓰기도 하고 팔팔 끓여서 녹아서 늘어 붙은 송진을 걸러내어 썼다. 사실 흐르는 물에 오래 담가도 송진은 제거되지 않는다. 물과 기름은 따로 놀기 때문이다. 뜨거운 열을 가하면 송진은 녹기 때문에 끓여서 쓰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술로 녹이는 방법도 있지만 적어도 수년에서 수십 년은 묵혀야한다.
설탕물을 끓여서 그 물에 솔잎을 담가 따듯한 방에서 20일 이상 숙성을 시키면 송진성분이 위에 뜬다. 떠있는 송진을 제거하고 걸러서 그 설탕물을 물에 희석하여 역시 끓여서 마셔야한다. 그렇게 해야 송진의 다량섭취를 피할 수 있다. 송진을 장복하면 치매나 뇌졸증, 사지마비 등으로 사망한다.
바로 곽재우 장군님이 솔잎을 오래 먹어 2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시신이 되어 마치 산 사람과 같은 신선이 되신 것이다. 그때 당시의 상황으로 과학적인 상식이 부족했으니 장군께서는 신선이 된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선이 된 것이 아니라 송진이 방부제 역할을 하여 썩지 않은 것이다. 송진의 성분 때문에 부패가 되지 않아 미이라가 된 것이다.
송진은 직접적으로 섭취하거나 장복 또는 다량섭취는 피하는 것이 옳다. 무조건적인 믿음보다는 합리적 사고에 의한 지혜가 필요하다. 좋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닐 것이며 옳다 생각하는 것이 다 옳은 일은 아닐 것이다.
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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