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李炳浩. 84) 전 국정원장이 문재인 정권 때 이른바 적폐수사 광풍에 걸려 2년여
감옥 생활을 하고 나와서 작심하고 쓴 회고록 <좌파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시켰을까》
(기파랑, 366쪽, 1만8000원)는 최고급 수필집이다.
음지(陰地)의 전사(戰士)가 쓴 역사, 권력, 인간, 철학, 그리고 문학적 교양이 단단한
문장력으로 표현 되어 있다.
그는 자신을 "21세기 정치범"이라고 부르며 고통 속에서 이 책이 탄생했다고 적었다.`
◉"국정원을 조준한 것은, 그들의 정체와 비리와 무능을 가장 잘 아는 조직이기 때문"
◉"악역(惡役)자임했던 정보부는, 조국 근대화의 공과(功過)를 박정희와 나눠가져야"
◉4대 실수: 동백림 사건수사, 김대중 납치사건, 박동선 로비스캔들, 아웅산테러 막지 못한 것
◉"국정원처럼 박해받은 정보기관은 문명국가에선 없다"
<나에게 감옥이란 새로운 눈으로 내 삶을 되돌아본 진정한 발견의 광야였다. 은혜와 감사를
발견한 연단 (敎)의 시간이었다. 내 삶 속에서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 능력으로
이룩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은혜가 내 삶 속에서 역사하여 오늘날의 나 됨이 이루어진
것이다. 사형 집행 5분 전에 극적으로 사면된 바 있는 도스토옙스키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라고 썼다. 나는 이제 감히 이렇게 쓸 수 있다.
지난 6년간 의 내 고난은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한 소중한 연단의 시기를 보냈다고.>
저자는 책 제목을 통하여 이렇게 묻는다. "좌파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無 化)시켰을까."
그러고 이렇게 답한다. <왜 국정원을 조준했을까. 민주화 세력으로 위장한 운동권 세력의
사상 과 정체, 그리고 비리와 무능을 가장 잘 아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세계 정보기관 역사상
우리나라 국정원처럼 박해받은 정보기관은 없다. 자해적 폭거이고 명백한 반(反)국가 행위였다
해외담당 국장의 부인이 댓글 썼다고 기소, 벌금형까지 받게 했다.>
저자는 이들 운동권 세력이 "서구의 사회민주주의나 민주사회주의 또는 유로코뮤니즘의
가치와 전통을 유지하는 진정한 의미의 좌파 세력이 아니다"고 단정한다. 그들은 오로지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자신들을 추종하는 일반시민들을. 권력 쟁취를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며, 자신들 세력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상식을 외면하는
"북한을 추종하는 변형된 사이비(非)좌파 세력"일 뿐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던지는 거대한 질문은, 어떻게 한국의 엘리트 집단이란 검사·판사들이
이런 김일성 세력과 반역 세력의 주구(走狗)가 되어 자유민주주의 수호기관인 국정원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설 수 있었는가이다. 이병호 전 원장은 그들이 '법률 기능공'
역할을 하면서 국가정보기관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수사와 재판을 농단했다고 본다.
이런 법 기술자들은 영혼도 심장도 없는 식민지 관료형 엘리트로서 김정은 치하에서도
출세할 인간형일 것이다.
국정원장과 대통령을 묶어서 감옥에 보내는 과정에서 국정원장이 회계직원이란 엉터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 로스쿨 학생도 알 수 있는 이런 오판(判)을 만들어내는데 10여 명의
검사·판사들이 협력했다.
그들의 이름을 화강암에 새겨 영원히 기억해야 할 것이란 울분이 치솟는다. 국정원 수사
피해자들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민하다가 선택의 여지가 없자 "피눈물을
흘리면서 윤석열을 찍기로 했다"는데 이 정권은 이런 심정을 알고 있을까?
- 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좌파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시켰을까)를 읽고,
- 월간조선 ‘조갑제의 시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