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단기사회사업 광활 수료사 (2016.8.17.)
강민지
무르익어가는 4학년 1학기. 한창 책모임에 빠져 있을 때 광활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활동 설명회를 특강으로 착각하고 따라갔습니다.
거기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민지쌤 철암으로 가요.”
평소 좋아하던 선생님께서 광활을 추천해주십니다. 나가는 길에 김동찬 선생님께 인사드렸습니다.
“선생님, 철암에서 뵙겠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큰 결심이었는지, 얼마나 소중한 말인지 이제야 깨닫습니다.
광활은 저에게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저에게 진로를 고민하게 해주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경험을 하게 해 주고, 바로 한발자국 앞의 계획을 세우게 해 주었습니다.
자연을 누렸고, 많은 기록을 남겼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광활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저에게는 다른 길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했겠지요.
그렇게 마지막 방학을 흘려보냈겠지요.
광활을 더 일찍 알았으면 어땠을까요?
“지식이 많아 보이는 게 더 풍성할거예요.”
광활을 늦게 알아 후회된다는 말에 학교 교수님이 해 주신 말입니다.
지금이 제가 광활을 만나기에 최적의 순간입니다.
고민도 많이 있었습니다.
‘시간 낭비 하는 건 아닐까.’, ‘다른 공부는 언제 할까.’, ‘너무 기간이 길어서 고민인데.’, ‘나랑은 안 맞는 활동인 것 같은데.’
이 고민을 면접했던 6월 5일 이후로도 계속 했습니다.
고민이 깊다보니 여기 저기 저절로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교회 언니, 어머니, 친구, 좋아하는 선생님,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가라는 조언을 들었지요.
마치 당연히 제가 여기에 가야하는 것처럼 이끌려 오게 되었습니다.
치열한 고민을 했기에 활동에 더 힘쓸 수 있었습니다.
아무 일도 안 하는 날에는 무엇이든 배우려고 책을 읽거나 동료를 따라다녔습니다.
다른 할 일이 많아 아이들이 만나기 어려웠을 때에도 열일 제쳐두고 아이들과 놀러 나갔습니다.
소중한 시간이기에 소중한 일, 소중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삼국유사 책 여행 아이들과 많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기차에서 게임하기, 여행 다니며 간식 나눠먹기, 한밤중의 마피아 게임, 경주 시내 자전거로 누비기.
아이들과 여행했으니 쌓을 수 있는 추억입니다.
여행 다녀와서 김동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선생님, 아이들이 이유 없이 예뻐 보여요.”
“민지가 사랑에 빠졌나보다.”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경주를 다녀온 이후 철암 살이가 진짜 일상이 되었습니다.
넓은 배추밭에 끼여 있는 아침안개, 밤하늘의 별들을 보는 게 당연해졌습니다.
금광골 물놀이,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재 넘어 산책하기, 동네 어른께 인사하기.
철암 살이 시작할 때는 어색하기만 했던 일들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워질 때 즈음 철암 살이가 끝나갑니다.
점점 이곳이 익숙해질 때 즈음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아쉬움 보다 고마움이 더 큽니다.
잘 맞아주시고, 이웃 인정 베풀어 주신 동네 어른들
항상 웃는 얼굴로 선생님 맞아주던 도서관 아이들
밤이 깊도록 함께 글 쓰고, 힘든 일 좋은 일 서슴없이 나누고, 여행 다니며 마음을 나눈 동료들
언제나 한 발 앞에서 저희를 이끌어주신, 뭐든 배우고 싶은 김동찬 선생님
오며 가며 맛있는 거 사주시고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많은 선배들과 선생님들
저희 희망이었습니다. 은혜를 많이 입었습니다.
밀물이 들어오고 썰물이 빠져나가듯 광활팀이 들어왔다 나가는 일이 자연스럽기를 바랍니다.
잘 흘러가던 철암마을 이야기가 계속 맑게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2016.8.16. 수료식 전 날 밤.
첫댓글 광활을 가기 전 서울설명회에서 처음 만난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8월 말이 다가오고 있네.
아이들과 사랑에 빠진 민지.
사랑에 빠져서 벌써 그리워요.
민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