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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토)
나는 이스탄불에서 내가 정해던 원칙에 맞게 돈을 잘 지출했다.
-무스타파 바클라바 2상자 51리라, 53리라
-사파 바클라바 3개 2.5리라x3=7.5리라
-아이스크림 22개 2리라x22-4=40리라
-볼펜 1개 3리라
-두건 50리라
-파우치 3개 1.5리라x2+2리라x1=5리라
-엽서 3개 1리라x3=3리라
-악마의 눈 걸이 2개 15리라x2=30리라
-찬희쌤 작별 선물(악마의 눈 장삭품) 15리라
-호근이 생일 선물(악마의 눈 열쇠고리) 2리라(원래 3리라인데 흥정해서 1리라 깎음)
-남은 돈은 공항에서 모두 선생님들께 기증함.
이렇게 해서 총 270.9리라를 모두 사용했다.
1.100리라는 그동안 내가 그토록 먹고 싶어했던 딜라이트를 사는 데에 사용한다.
->무스타파에서 104리라, 사파에서 7.5리라를 딜라이트를 먹는데에 지출했다.
목표달성!
2.40리라 이상은 아이들과 무언가 나눠먹는데에 사용한다.
->아이스크림 44리라어치를 함께 사먹었다.
목표달성!
3.이스탄불을 떠나기 전에 이 돈을 한 푼도 남김 없이 몽땅 사용한다.
->정말 몽땅 한푼도 남기지 않고 다 사용했다.
목표달성!
처음에 세웠던 원칙 3가지를 모두 지켰다.
이번 지출은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스스로를 창찬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었다면, 돈을 너무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썼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저축을 하면서, 그때 그때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도 틈틈이 돈을 사용해야겠다.
*그동안 내가 ‘딜라이트’라고 불렀던 빵(페스츄리?)의
정확한 명칭이 ‘바클라바’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
딜라이트는 젤리같은 것이고, 바클라바가 이제껏
내가 언급해왔던, 내게 황홀감을 가져다 주었던 그 빵이다.
나보다 한 수 앞이신 딜사모(딜라이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연구 팀장 민승쌤께서 알려주셨다.
이번 지출에서 또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바클라바에 돈을 더 쏟아붓지 못한 것이다.
진짜 질리도록(아무리 먹어도 질릴 것 같진 않지만) 몇 박스 사서 먹었어야 하는데.
더 못먹은 것이 너무 한스럽고, 후회된다. 대출을 해서라도 더 사먹을 껄 그랬다.
딜사모 회원인 지원 형님과 해인쌤과 바클라바를 함께 그리워하며,
먼저 다시 이스탄불에 가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 것까지 바클라바를 꼭 사오기로 약속했다.
(왜 바클라바를 한국에 들여오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스타파 브랜드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분명 대박을 칠텐데.
혹시 독자 분들 중 무역 관련해서 일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서둘러 무스타파를 우리나라로 들여오세요!
정말 성공합니다! 한발 늦으면 그때가서 엄청 후회해요!! 이건 완전 대박 아이템이라구요!!!)
7/1(일)
오늘은 우리가 2달간 머물렀던 터키를 떠나는 날이었다.
나는 특히 이스탄불을 떠난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거리도, 바다도, 음식도 모두 다 나와 너무 잘맞았기 때문이다.
나는 공항까지 가는 길의 거리와 풍경을 눈으로 스캔하며
이스탄불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그동안 배운 터키어>
메르하바(안녕하세요), 사울, 텍시큘레(감사합니다), 굴레귤레(헤어질때),
이임 쎈(좋다), 꼬렐린(한국인이다), 안내(엄마), 바바(아빠), 스완(양파),
아쉬(밥), 알피도순(잘먹어라-보나페티와 같은 뜻)
이스탄불 공항에서 공부중인 지원형님.
여유롭게 체스를 두고 계신 여행 고수들의 모습.
오늘은 공항에서 여권 검사를 할때, 몇번의 고비가 있었다.
검사관 아저씨들마다 사진 속 내가 지금의 나와 너무 다르게 생겼다며
나를 무서운 눈초리로 쏘아보는 것이었다.
내 머리가 많이 파격적으로 바뀌었으니 의심할 법도 하긴한데,
혹시 이러다 안보내주는 건 아닌가하고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왠지 내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위축됐다.
내 머리도 내 마음대로 못자르냐,
이 눈썰미라고는 코빼기도 없는 검사관 놈들아!
대머리로 밀면 아주 그냥 체포해가겠다!
7/2(월)-이집트에 도착하다
이집트 시간으로 새벽 2시 반쯤(이집트는 터키보다 1시간이 느리다) 이집트에 도착했다.
나는 이집트가 아프리카라 광장히 먼 곳에 있는 줄 알았는데,
터키에서는 비행기로 2시간 반밖에 안걸렸다.
우리는 버스가 우리를 데리러 올때까지 약 3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모두
이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서
마치 공항 의자가 자기 집 푹신한 침대인냥
정신없이
쿨쿨 잤다.
여행을 처음떠날 때 베이징 공항에서는 다들 안자고 밤을 샜었는데,
그새 우리는 이렇게 노숙에 익숙해졌다.
우리는 공항의 의자들을 모두 점령해버렸다.
오전 7시쯤 숙소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보니 정말 주변이 온통 모래 사막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이집트의 모습 그대로여서 놀랐다.
사실 만화책에서 봤던 것처럼
광활한 사막과 피라미드 한가운데에 숙소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도,
‘설마 진짜 그렇겠어?’하며 의구심을 품었었는데.
진짜 이렇게 창문밖을 내다보기만 해도 사막일 줄은 몰랐다.
우리가 머무는 숙소는 Seven Heaven Divers라는 곳인데,
다이빙 센터이자 숙박 시설이다.
작년에도, 그 전에도 하반하에서 계속 이용했던 숙소라고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도 써니쌤의 친구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나와 해인쌤과 지원형님은 3인실에 방배정을 받았다.
우리는 저녁으로 갑오징어 덮밥을 먹었다.
홍해에서 갓 나온 싱싱한 오징어로 만든 덮밥이어서
그런지 아주 쫄깃쫄깃하고 통통하니 맛있었다.
7/3(화)-이집트의 날씨와 벌레들
이집트는 정말 덥다.
내 머리에서 땀이 물줄기처럼 흘러내려올 정도니
이건 정말이지 이집트가 엄청나게 뜨겁다는 걸 의미한다.
왜냐하면 나는 찜질방에 들어갔을 때도 몸에 물기가 생기는 정도가 다였지,
한번도 땀이 이렇게 줄줄 흐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더운 시간은 오후 12시부터 3,4시까지인데,
이때는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정신이 혼미하다.
요즘은 전과 똑같이 생활을 하는데도,
몸이 너무 힘들고 금새 지친다.
이스탄불에 있을때는 밤 12시까지도 팔팔했는데,
이집트에 오고나서는 저녁 7시만 돼도 잠이 쏟아진다.
이집트의 더위가 나를 잡아먹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추운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나으니
나는 춥지 않은 날씨에 감사하며 더위를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집트에는 벌레가 정말 많다.
우리방은 개미 식구들과 함께 방을 쓰고 있다.
바닥에 개미들이 득실득실한데 어떻게 손써야할지를 몰라
그냥 공존하기로 했다.
이집트에는 모기 비스무리한 것들도 많고(사람을 물기는 하는데 자국이
모기 자국과 약간 다르다), 끈덕지게 달라붙는 파리들도 많고,
그 외에도 작고 귀여운 친구들이 참 많다.
몸이 근질근질하다면 그 친구들이 내게 찾아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사진은 지원형님 입속에 파리가 들어간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앞의 파란 공책에 놓여있는 작은 것이 지원형님 입에서 꺼낸 파리의 시체다.
이렇게 우리는 벌레들과 사이좋게 함께 지내고 있다.
7/4(수)-이집트의 바다
아침에 바다수영을 나갔다.
나는 물속에서 산호랑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물고기들 같이 귀여운 물고기들이
입을 뻐끔뻐끔하며 헤엄쳐 갔고, 멸씨떼들이 반짝이며 줄지어 이동했다.
파란 바다와 그 속의 알록달록한 바다생물들은,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바다세계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이런 바다는 다큐 속에만 존재한다고 믿었었는데,
그 세계를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됐다.
그 세계는 정말 ‘신세계’였다.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왠지 희망찼다.
이쪽 세계에서 버림 받아도,
나를 받아줄 저쪽 세계가 또하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조금 이해가 됐다.
우리는 발 아래의 생물들을 건들이지 않기 위해
최대한 가라앉지 않고 수면 위에서 수영을 했다.
생물들은 조금만 건들여도 다치거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써니쌤께서 주의를 주셨다.
가늘고 여리여리한 멸치떼들과 바다 물고기들을 보니,
정말 조금만 툭 쳐도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나 오염 물질을 바다에 배출하면 바다 생태계에 이상이 생긴다고
항상 배웠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작고 귀여운 물고길들과 이미 눈을 마주쳐 버려서
앞으로는 샴푸를 쓸때도 마음에 걸릴 것 같다.
7/5(목)-이집트의 화장실
우리방 화장실에서 나오는 물은 약간 짭조름하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계속 물로 입을 헹구다 보니 알게 됐다.
아무래도 바다에서 곧장 흘러들어오는 신선한 물이라 그런 것 같다.
소금물로 일부러 입을 헹구기도 하는데, 아주 잘된 일이다.
이집트에 있는 동안은 입속을 더 잘 소독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화장실 샤워기에서는 뜨거운 물이 안나오는데,
날씨가 더우니 시원하게 샤워를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오래 씻으면 추워서 최대한 서둘러 빠르게 샤워를 하게 되니
물도 절약되고, 샤워시간도 단축된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변기는 물을 내리는 방식이 매우 특이하다.
변기 수조통에 있는 마개를 닫고 직접 물을 그 안에 채워넣은 후
다시 마개를 빼서 물이 변기로 흘러 내려가게 해야한다.
보통 다른 변기들은 플러쉬 밸브만 누르면 자동적으로 이 작업이 완료된 후
다시 수조통에 물이 채워지는데, 여기는 모두 수동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덕분에 변기의 작동 원리도 알게 되고 평소엔 해보지 못했던
특별한 체험을 해보게 됐다.
이집트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반적인 화장실을 만나게 되면
정말 감사해하며 화장실을 아끼고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다.
7/6(금)-이집트에서 스쿠버다이빙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우리는 두꺼운 수트와 장화같은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BCD(조끼)에 산소통을 끼워 등에 멨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작은 산소통을 사용했는데,
그래도 무게가 8,9키로는 됐다.
나는 10키로 베낭을 멨던 것을 떠올리며,
자신감을 갖고 이 산소통을 번쩍 들어올려 멨다.
물론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베낭을 메고 많이 걸어봐서
그런지 산소통의 무게가 익숙했다.
바다까지 걸어가서 우리는 마스크를 끼고,
산소통과 연결된 레귤레이터를 입에 물고
물속에 들어갔다. 코로 숨을 안쉬고,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하는게 힘들었지만, 숨을 들이쉴때 산소통에서
공기가 입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좋았다.
우리는 물속에서 선생님의 지시사항에 따라
오늘 우리가 완수해야 하는 미션들을 하나씩 수행했다.
물속에서 상승하고 하강하기, 마스크에 물이 찼을때 물 빼기,
산소통에 공기가 부족할 때 버디의 엘터네이트 레큘레이터로
바꿔서 호흡하기 등이 그 미션이었다.
나는 물속에 오래있으니 머리가 너무 아프고 무서워서
얼른 물밖으로 나가고 싶었는데,
다른 아이들이 물속에서 너무 잘 버텨서
혼자만 위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나는 물속에서 정말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며 눈물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중간에 더 깊은 바다로 이동했을 때는
이퀄라이징이 잘 안돼서 귀가 너무 아팠다.
순간 나는 이러다 귀가 터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공포에 질렸다. 나는 물속에서 허우적대며 긴급 싸인을 보냈고,
결국 나는 선생님의 구조를 받아 물밖으로 나오게 됐다.
써니쌤께서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하기 전에,
스쿠버다이빙은 잘할 것 같던 아이들이 못하기도 하고,
의외로 못할 것 같던 아이들이 잘하기도 한다고 해서,
나는 혹시나 못할 것 같은 내가 의외로 이쪽에 재능이 있어서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었었다.
그런데 역시나 아니었다.
재능은 개뿔.
물속에서도 나는 육지에서와 똑같은 약골이었다.
나는 오늘 내가 정말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래도 이제껏 모든 스포츠들이 처음 시작할 때는
항상 이렇게 어렵고 힘겨웠으니까.
이쪽에 재능은 없어도
최소한 오늘보다는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힌다.
내가 윈드서핑을 마치며 윈드서핑을
처음 시작했던 날을 추억처럼 회상했던 것 같이,
스쿠버다이빙도 잘 해내서, 오늘의 이 고통과 어려움이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얘기 할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이집트에서 무스타파씨를 만났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같지가 않았다.
안그래도 이스탄불을 떠나온 후,
계속 무스타파의 딜라이트를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름이 딱 무스타파인 아저씨를 만난 것이었다.
이 아저씨는 세븐 헤븐 다이빙 센터에서 일하는
써니쌤의 친구 핫싼의 동생이란다.
이집트에 머물면서 이 아저씨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싶다.
첫댓글 버클라바를 네가 들여오면 어떻겠니?
청소년 사업가로 신문에도 나고 장사도 대박 날거야.
모두들 호흡하는 공기가 달콤한 것 같네. 입속에 기꺼이 날아들어가는 곤충 이라니 ㅡㅋ ㅋ
저마다 한마리의 벌이 되어 미세한 꽃가루를 모으듯 하루의 순간순간 즐거움 기쁨 놀라움 보람 고통 우울 슬픔 평화 같은 다양한 감정을 묻히고 조심스레 챙겨서 집으로 날아가겠지. 하루하루 매일이 그날의 추수감사로 꽉꽉 차서 ㅡㅋ
많은 꽃의 향기와 가루의 감촉을 음미하고 즐기며 잠자리에 들기를ㅡ.
은재 보고서 세편 모두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알찬 보고서 내용도 좋았고 은재의 깊고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서 자랑스럽다. 준형맘
아, 그리고 출발 때 사진부터 네 보고서에 구성원들 사진이 다양한데, 그게 꼭 ㅡ<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같다는 거. <이은재가 사랑한 얼굴들> 이랄까. 공동체의식이라는 게 뭐 별거인가, 우러나오는 관심과 부담없이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는 거라고 볼 때 카메라로 시선 나누기도 참 좋은 나누기인 듯.
<바르다..> 그거 무척 아름답고 짠하고 상쾌한 영화거든? 돌아오면 찾아보기 바래...정말 아름다운 영화야.
은재를 볼때 늘 느끼는 건데, 건강만 주어진다면 가장 완벽한 사람중에 한사람으로 성장할 것 같구나. 처음 스키장에서 봤을때와 지금의 모습은 정말 180도 다른 모습으로 변해서 보기가 좋구나.
눈으로 보는거와 몸으로 느끼는 건 많이 다르죠. 경험은 참 소중하죠.
은재랑 준휘엄마랑 동업할까용^^홍홍홍
잼있게 정말 잘 읽었습니다.
고통을 승화시킨 은재의 보고서에 늘 감동하는
독자랍니당.
-사랑스런 준휘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