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큰스님 배출의 성지인가.
지난 18일 도내 최초 도산 스님(전 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장)이 제25대 태고종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143표 중 68표(48%)를 득표, 전국의 태고종도들에게 앞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서는 제주교구 종무원장 출신인 수열 스님과 도산 스님이 잇따라 출마하면서 태고종단 내에서 제주불교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도산 스님은 “도내 태고종단 스님들이 성품과 학식을 갖춘 분들이 많아 저 역시 제주출신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며 “이는 제주지역 스님들이 늘 수행정진하시기 때문에 타 지방 스님들에게 존경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제주불교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14일 (사)대한불교법화종 제11대 종정예하에 제주교구 보각 스님(수산 대원정사 회주)이 추대됐다.
추대위원으로부터 제주교구 보각 스님과 마산교구 수봉 스님이 추천받아, 무기명 비밀투표에 의해 일조 스님이 추대됐다. 이날 종정추대위원회는 이날 서울 총무원 회의실서 회의를 봉행하고, 이후 추대식에서 제주교구 보각 스님을 제11대 종정으로 추대했다.
일조 스님은 추대사에서 “법화종 전통을 계승․발전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게 되었다”며 “이번 기회로 모두가 하나 되어 변함없는 종단운영과 포교에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화종은 수년을 끌어 온 대한불교 법화종 총무원 사태가 임시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전환국면을 맞게 된다. 오는 8월 5일 신임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법화종은 이번 선거에 제주교구 종무원장 관효 스님이 출마함에 따라 관효 스님이 신임 총무원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제주출신으로 빼놓을 수 없는 큰스님이 일붕선교종을 창종한 일붕 서경보 스님이다. 서귀포시 도순동 출신인 서경보 스님은 경주 불국사 주지, 조계종 원로의원 등 조계종의 요직을 두루 맡은 데 이어 1988년 대한불교 일붕선교종을 창종해 종정에 올랐고, 1992년 세계법왕청 총회에서 초대법왕에 취임했다.
도산 스님 태고종 총무원장 당선에 이어 관효 스님 법화종 총무원장 ‘유력’
법화종 보각 스님 종정예하 추대…조계종 내에서도 제주출신 큰스님 ‘으뜸’
무진장 스님(조계종 원로의원․대종사․조계사 회주)은 제주시 화북동 거로마을이 고향으로 조계종 2대와 4대 포교원장을 역임했다. 스님은 불자라면 누구나 법문을 들어봤을 만큼 설법과 포교에서는 손꼽히는 스승으로 근검절약을 강조했던 은사 동산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일체의 주지 직을 사양하고 포교에만 전념해 왔다. 그러나 최근 지병으로 누워계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국내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지식인 경북 문경 봉암사 수좌(首座) 적명 스님은 조선시대 200년의 명맥불교를 다시 중흥한 안봉려관 스님과 함께 제주불교를 이끌었던 김석윤 스님의 속가 손자이다. 제주시 정실마을 월정사를 창건한 김석윤 스님의 피를 이어받은 적명 스님은 한때 월정사에서 생활을 하는 한편 오현고를 졸업 후 바로 출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은 지난 50여 년 동안 오로지 전국 선원과 토굴에서 참선수행 한 스님으로 한국스님들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수좌로 첫 손에 꼽는 본분납자다. 천성산 토굴생활 12년, 30대에 지리산 토굴에서 공부에 진전이 없으면 불에 타 죽을 각오로 나무들을 쌓아놓았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스님은 좀처럼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지 않는다. 선방에서 공부에 매진하며 일반 대중에게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도 1943년 안덕면 화순리에서 태어난 혜인 스님(약천사 회주)은 감동 깊은 법문 전하는 ‘조계종의 부루나존자’ 통한다. 특히 해인사 장경각에서 하루5천배, 200일 백만배는 신화처럼 여겨진다.
또한 수행을 위해 손가락을 태우는 소지공양(燒指供養)과 2년 7개월간 잠을 자지 않고 참선 수행하는 장좌불와(長坐不臥) 등 혜국 스님(남국선원장․석종사 금봉선원장)도 수좌(首座)들에게 ‘사표(師表)’로 꼽힌다. 스님은 전국선원수좌회 대표를 지냈고, 수행지침서 간화선의 편찬위원장이기도 했다.
도내 한 스님은 “척박한 땅임에도 불구, 한라산의 영험한 기운을 받아 불국토의 면모가 이어져 제주불자들이 불심 깊기 때문에 큰 스님들이 많이 배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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