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김광섭*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보실 피어
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봄은 사랑의 계절
모든 근심이 풀리면서
멀리 간 것이 돌아온다
서운하게 갈라진 것도
돌아온다
모든 처음이 돌아온다
나무는 나무로
꽃은 꽃으로
사람은 사람에게로
산은 산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
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
꽃은 짧은 가을 해에
어디쯤 갔다가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는 봄해를 따라
몇 천리나 와서
오늘의 어느 주변에서
찬란한 꽃밭을
이루는가
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
봄빛을 따라나와
산골짜기에서
겨울 산 뼈를 씻으며
졸졸 흐르는
시냇가로 간다
*05-77.함북 경성
31.문예월간 동인 등단
'성북동 비둘기', '저녁에'...
*그의 작품에는 식민지 시대의 지성인들이 겪는 고뇌와 민족 의식이 짙게 두드러져 있음.
중동교 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반일 감정을 주입했다는 이유로 사상범으로 몰려 3년 8개월을 서대문 형무소에서 지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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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그리다~
봄
미켈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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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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