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보리달항아리
2023년 보리 김은진 작가노트
석양이 서산에 물들면,
저녁 준비로 분주한, 우리를 찾는 엄마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스친다
고향의 바닷가에도 석양이 물든다
어리디 어린 나는 분명, 날아가는 새를 지켜보았었다
나무에 앉은 새, 이제야 다시 보니
날 기다리시던 엄마의 그림자…….
바람 부는 바닷가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면,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
그리움과 온기에 안겨 녹아든다
바다 향기로 가득 찬 들녘, 보리 내음도 가득히 함께 놀던 그때
그리운 고향의 땅 위에 보리는 익어가고
석양이 지면 기다려왔던 구름에 달빛이 번져 오고
엄마가 차려 주신 따뜻한 밥
한 그릇 한 그릇 넘치는 사랑
그리움으로 기억나는 고향의 맛
가장 안전한 그곳,
엄마와 항아리 속처럼 편안한 그곳
고향의 땅 위에서, 보리는 석양 속에 익어 갔다
갯벌 향기로 가득 찬 그곳에서
엄마가 손수 끓여주신 밥과 함께 떠나던 인연
언제나 그리워하는 그곳의 향수
잊었던 품 안에서 잠자던 어린 소녀는
새소리에 쉬엄쉬엄 깨어나, 오늘 그린 석양에 빠져 본다
가슴 속에 담긴 추억 돌아보면 그리움으로 가슴이 터질 듯한데도,
애써 잠재우며 자장가를 불러 보지만
어느샌가 마음 한켠에서
다시 오늘처럼 살아난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챙겨서 보리밭 길을 걸어 학교에 오시던 모습
그때로 내 마음은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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