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쉬고 싶었던 토요일.
그러나 아들이 오매불망 꿈꾸어왔었고, 모든 기계공학도들의 로망인 현대차 남양연구소에 당당히 입성하여 첫번째 맞는 가족행사였기에 마지못해 참석하기로 했다.
아들의 여친을 집으로 오라해서 함께 출발했다. 3시가 행사 시작이었기 때문에 늦어도 1시에는 출발해야 할 것으로 예상을 하고 1시까지 오라 했는데 아들녀석이 잘 못 전달하여 여친이 늦게 도착하여 2시경에 출발 할 수 있었다. 2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 했었는데, 외곽순환고속도로, 서해안 고속도로를 거치면서 예상외로 1시간 30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정문으로 향했다. 모든 연구소들이 그렇지만 저장매체를 맏기고, 휴대폰 카메라를 스티커로 막는등 철통보안으로 악명높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정문을 어깨에 카메라를 둘러매고도 어떠한 검색없이 프리패스 했다. 오늘은 가족천국임을 몸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정문을 들어서자 꼬리가 보이지 않는 통근버스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배차 간격없이 손님이 차면 바로 출발했다. 어림잡아 100여대 이상의 버스들이 동원된 듯 했다.
버스가 연구소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앞서가는 버스행렬과 마찮가지로 끝이 보이지 않는 뒤로 늘어선 버스 행렬. 거대한 용들의 행렬로 느껴졌다.
삼성전자 기흥연구소, 수원공장, 엘지전자 평택, 창원공장, 옛날 현대전자 이천공장등 국내 대기업의 연구소나 공장은 업무상 거의 다녀 보았기에 굳이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생각이었고, 내려서 구경도 하면서 걷고 싶었다. 그러나 버스가 한창을 달리는 동안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직감했다.
나중에 확인해 본 결과,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규모는 105만평, 안산신도시나 평촌신도시의 규모와 비슷한 어마 어마한 규모였다. 아세아 최대의 자동차 연구단지라 한다.
큰아들이 근무하는 연구동. 공교롭게도 버스의 종착지가 바로 이 연구동 앞이었고, 연구동 안에 들어가 서 화장실도 가고 연구동 안을 볼 수 있었다. 이 지구는 자동차 기술연구 및 디자인 연구원들이 밀집되어 있는 연구단지라 한다.
아무래도 30~40대가 주축인 직원들의 가족들이 어린이들이 주축일 것이라는 것이 곳곳에 마련된 어린이 놀이시설들이 잘 말해주고 있었다.
어디선가 요란한 굉음이 들리면서 사람들이 몰려 가고 있었다.
일명 '카쇼' 였다.
동호회원들이 자동차 각종 묘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RV차량이 두바퀴로 달리고 있다.
언젠가 대통령실 경호처에 방문 했을 때 경호원들이 차량훈련을 하던 모습을 지켜봤었고, 당시의 충격적인 장면들을 이곳에서 또 볼 수 있었다.
가족들에게 멋진 쇼를 선사한 동호회 회원들이 쇼를 마치고 참관하던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 때 재미있는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었다.
동호회의 한 직원이 여친에게 프로포즈를 준비하고 있었다.
울타리를 건너온 직원은 여친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키스를 하고 있었다.
얼른 고개를 돌려 큰놈을 찾으니 멀리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았다면, 틀림 없이 자기도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칭얼 거렸을 텐데, 다행이었다. ㅎㅎ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다른 행사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또 줄을 서고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만 했다. 줄을 서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너무 커서 조금은 번거로웠다.
다시 이동한 장소는 C 지구. 이곳은 시험차 제작. 충돌 시험장. 기술역사관. 상용시험 연구동이 위치해 있다고 한다. 개그맨 박준형이 진행하는 경기방송의 '해피타임'녹화겸 가족초청공연이 준비되고 있었다.
먹거리 장소.
아들과 여친이 막걸리,맥주를 사기위해 줄을 서고 있다.
진미오징어, 순대, 닭고치등의 먹거리들이 무조건 1,000원이었다. 아마도 수익금은 좋은 곳에 사용할 모양이었다.
오늘의 공식초청명칭은 '2012 노사합동 R&D 가족 초청행사' 였다.
내 취향을 닮은 아들은 아빠와 뜻을 같이 해 사람들이 몰려 나오기 전에 일찍 이곳을 빠져나가자고 의견일치를 보았는데, 집사람과 아들 연친이 아마도 쇼 공연을 일부 보고싶다고 아들을 설득한 듯 하여 하는 수 없이 공연장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신인 걸그룹이 식전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어서 신인 걸그룹 '가비앤제이'의 축하 공연무대가 이어졌다.
ㅎㅎ 어떨결에 집사람과 함께 야광 팔찌를 차고 어느새 현대차 가족이 되었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MC가 개그맨 박준형으로 교체되면서 본격적인 경기방송 녹화방송 겸 가족초청행사 본 공연이 시작되었다.
남양연구소의 소장인 부회장과 노조 위원장의 축하인사. 가족초처행사에 노조대표가 부회장과 나란히 인사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서 현대차 강성노조의 위상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박완규의 멋진 공연이 이어졌다.
이어서 NS윤지의 깜찍한 공연이 이어졌다.
100 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436 mm 에 디지탈 배율까지 동원한 초 망원렌즈의 포스가 여지없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포미닛이 등장했지만, 사람들이 일거에 몰릴 것이 우려되어 공연이 끝나기 30여분전에 자리를 떠서 버스를 타고 다시 정문 주차장으로 빠져 나왔다.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들들을 둔 아파트 이웃들과 오가며 마주치면 모두 하나같이 자식 걱정에 시름이 깊다. 어렵게 중견 중소기업에 입사를 했는데, 일이 힘들고, 회사가 힘들어 임금이 체불되고, 박봉에 비젼이 없어 들어간 지 몇달만에 사표를 쓰고 다시 재취업 공부를 한다는 등...
그 분들에게 혹여나 누가 될까봐 우리 아들애기는 극도로 아낀다. 계속 물어보면 그냥 그만 저만한 대기업에 간신히 취직했노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나도 마찮가지로 풍전등화의 살얼음을 걷고 있는 이 난국에, 명실공히 국내 최고기업이라 칭하는 현대차에 취업해서. 또한 대학 1학년 때부터 인생 최고의 목표였던 현대차 남양연구소에 당당하게 입성하여 아빠의 가슴을 억누르던 커다란 짐을 덜어준 큰 아들이 너무나 대견스럽고, 고마운 감정이 쉽사리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번 회사의 배려로 아들의 회사를 견학하고 따뜻한 나눔의 장이 마련되어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곳으로 알고 있었던 현대차가 아들의 장래를 좌우하게 되면서 어느새 내 남은 인생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음을 가슴속 절절하게 절감한다.
첫댓글 좋은 추억, 여행을 하신것 같습니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아들놈 때문에 현대차 가족이 되었군요.
역시 자식자랑중? ㅎㅎ 축하드립니다
NS윤지 본 자랑이구만요~
자식자랑 맞습니다. 자랑거리도 지지리도 없습니다. ㅎㅎ
NS윤지를 본 자랑이 아니라 망원렌즈 카메라 자랑입니다. 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쨋든 자랑 할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