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뭘 배웠소?
작가 류시화 이야기다.
그가 인도 바라나시의 한 여인숙에서
1주일간 머물렀는데, 구경하고 돌아올 때면
늙은 여인숙 주인이 물었다.
“오늘은 뭘 배웠소?”
그는 이렇게 지저분한 동네에서
뭘 배울 게 있나 싶어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오늘은 인도가 무척 지저분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주인은 신기해하며 심부름하는 아이까지 불러서
“이 손님이 오늘 인도가 무척 지저분하다는 것을
배웠다는구나”라며 웃었다.
그 다음날도 주인은 똑같은 질문을 했다.
“오늘은 뭘 배웠소?”
작가는 주인의 물음에 성의없이 둘러댔다.
“오늘은 인도에 거지가 무척 많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 다음 날에는 참다못해 이렇게 대답하였다.
“오늘은 인도에 쓸데없는 걸 묻는 사람이
참 많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 다음 날은 하도 어이없어 대꾸도 하지 않고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주인은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저 손님이 침묵하는 법을 배웠다는구나.”
그렇게 일주일을 바라나시에 있는 동안,
매일 저녁 그 이상한 여인숙 주인에게서
같은 질문을 들었다.
이젠 “오늘은 뭘 배웠소?”라는 질문에
점점 세뇌가 되었다.
여인숙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묻게 되더란다.
“오늘은 내가 뭘 배웠지?”
돌아보니 그 여인숙 주인은
좋은 스승이었다고 하였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