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동시집 《찰칵 인사》(도토리숲) / 그림 조성
책소개
찰칵, 찰칵, 오늘은 또 어떤 풍경이
여러분 마음에 담겼을까요?
우리 어린이들이 가족, 이웃, 마을구성원, 세상 사람들이 주고받는 사랑으로
밝고 경쾌하게 자라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쓴 동시를 모은 책
동시집 『찰칵 인사』는 아이들의 일상 속 상상, 가족들의 결핍, 아픔과 장애를 위로하는 사랑, 사계절의 특징과 사물에 대한 관찰, 이웃과 마을 너머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이야기들이 모두 4부로 나누어 동시 50편을 실었습니다. 한국안데르센 동시상, 5·18문학상, 구상문학 창작지원을 받았고, 한국아동문학발전연구소 이사와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동시와 동화를 쓰는 김영 동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입니다.
『찰칵 인사』는 가족, 이웃, 마을구성원, 세상 사람들이 주고받는 사랑으로 밝고 경쾌하게 자라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쓴 동시를 모은 책입니다. 어린이들이 나만의 생활 집단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세계 속에서 생각의 범위를 확산시켰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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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목포의 작은 섬 ‘달리도’에서 태어났다. 2004년 시 「겨울 열매」로 [심상] 신인상에 당선되고, 2005년 동시 「외할아버지」 외 5편으로 제3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대상, 2015년 중편동화 「유별난 목공집」으로 5.18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김장생문학상, 한국 안데르센동시부문 수상, 구상문학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떡볶이 미사일』, 『바다로 간 우산』, 『걱정해결사』 동시집과, 『가장먼저 사제 김대건』 인물이야기, 『유별난 목공 집』, 『딸기밭』 동화책을 냈다. 봉산 숲의 사계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 읽은 동화 주인공들처럼 해피엔딩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책을 소중하게 여기는 착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도서관과 문화센터에서 어린이, 청소년, 시니어 글쓰기와 독서 역사 토론 논술 지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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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일찍 퇴근한 날 아빠가 차려 주던 저녁 식탁
비빔국수와 카레는 최고의 메뉴
얼굴을 맞대고 손가락 브이를 세우면
웃는 내 모습이 좋다며 찰칵 찍던 아빠
당진 회사로 내려가 주말에야 만나는 아빠가
노란 카레가 듬뿍 쌓인 급식 사진을 보내면
빨간 비빔국수가 듬뿍 담긴 급식 판을 보내는 나
예전에 없던 급식 시간에 생각나는 아빠
급식 메뉴 알림장
형광펜 색칠 보고 웃던 아빠는
급식 메뉴 용지에
비빔국수 카레에 별표를 하신다
매콤한 비빔국수/조금 매운 카레/급식 친구가 된/ 두 개의 이야기꾼이다
- 12쪽 〈급식 친구〉 전문
아빠가 회사 일로 당진에 가게 되었지요. 가끔 직접 요리해서 맛난 저녁을 차려 주던 아빠가 없는 동안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 많은 아빠도 점심 급식 사진을 정성스럽게 찍어서 보냅니다. 나도 급식을 받을 때마다 아빠에게 보낼 사진, 그리고 덧붙여서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해 놓습니다. 오늘은, 아빠가 좋아하는 비빔국수가 나왔지 뭐야. 내일 메뉴는 카레. 아빠가 맛있게 해 주던 비빔국수 카레만큼은 아니지만, 남기지 않고 다 먹었어. 사진으로 보는 아빠 회사 카레도 엄청 맛있어 보여요. 이렇게 자꾸 생각하면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면 덜 힘들어요.
집에 도착하면 휴대폰을 서랍 안에 넣어 두고
컴퓨터 텔레비전도 전원 부팅하지 말고
전자 세상과 연결 끊기
별 볼 일 없는 궁금한 카톡 사연들 잠시 잊어버리기
기계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내공 다지는 명상 시간 보내기
톡에 묻어가는 댓글 쓰는 시간에
새 학년 필독서 차분하게 읽어보기
엉망 복잡하게 어질러 놓은 책상 정리하기
창밖으로 보이는 먼 산 관찰하기
남들 다하는 것 잠시 멀리두기
- 22쪽 〈디지털 다이어트〉 전문
점점 참을성이 사라지는 세상에 던져진 아이들 일상이 걱정스럽습니다. 자극적인데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영상들이 아이들의 일상을 차지합니다. 휴대전화기에 중독되어 길을 걸을 때도, 자전거를 타고 지날 때도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작은 노력을 해 보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계지만 지배받는 정도의 생활을 하기에는 아직 어린아이들이 안타깝습니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 줄였으면 합니다. 이왕이면 책을 읽고 내 방을 정리하고 자연과도 눈 맞춤하는 멋진 시간에 투자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동시입니다.
시골 외가 마당 장독대 앞
반쯤 녹슬어 버려진 못난이 펌프
살짝 돌려 보면
불편하고 마른소리
삐거덕 삐거덕
물줄기를 콸콸 쏘아 올리는
시원한 물 한 바가지/팔 아프도록 펌프질하다 보면
작은 발이 시소처럼 오르락내리락
삐걱삐걱 애쓰는 소리 안쓰럽지만
리듬 타며 몸까지 용수철 되어
한없이 퐁퐁 솟아오르면
옷이 흠뻑 젖어도 좋아
마음도 덩달아 튕겨 오르던 여름
- 24쪽 〈펌프에 매달려〉 전문
지구가 몸살을 앓는 표징들은 온난화로 지구인들에게 돌려줍니다. 역대 최고급 온도를 갈아치우면서 이번 여름도 견딜 수 없는 온도로 남았습니다. 더위에 참을성을 잃은 우리는 에어컨을 자주 켜고, 온도를 낮추고 더위에 맞서는 기후 악당들이 더 많아진 세상이 되었습니다. 불편하고 마른 소리 삐거덕, 물줄기를 쏘아 올리던 시골 할머니 댁이 그립습니다. 더웠던 여름날 자연과 함께 튕겨 오르던 여름처럼, 시원한 풍경을 떠올리며 침착하게 더위를 물리쳤으면 합니다.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등허리가 굽도록
호미질 농사꾼이었던 할머니는
반찬이 되지 못한 꽃밭을 정성으로 가꾸었다
이른 아침
해당화 장미 맨드라미 수국 채송화 분꽃들과
꽃밭 인사를 나누고
늦은 저녁
장독대 꽃밭에서 달이 떠오를 때까지
꽃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들 등을 긁어주면서
잔잔하게 들려주셨던 전래동화 속 주인공들도 꽃들
지금도 할머니 꽃밭엔 꿀벌이 가득할거다
내 키보다 훨씬 자란 장미꽃이 활짝 피었을 테니…
- 54쪽 〈할머니 꽃밭〉 전문
할머니는 농사꾼이지만 집안 곳곳에 꽃들을 심었습니다. 돌담 높이보다 큰 꽃으로 자라난 장미, 접시꽃, 해당화를 대문 밖에서 눈 맞추고 가던 마을 사람들은 미소로 할머니 꽃밭에 엄지척을 보냅니다. 농작물을 키우던 할머니의 손은 꽃밭에 더 정성을 보입니다. 덕분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꽃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함박눈 속에 빨갛게 피어오른 해당화, 노란 키를 돋보이던 해바라기, 땅꼬마처럼 흙을 예쁘게 만들던 채송화, 가시를 세우고 당당하던 새빨간 장미꽃, 수탉 볏처럼 부드럽지만 강한 맨드라미, 까만 씨앗을 품고도 초록 잎을 오래 간직하던 분꽃…
여름 아침 꽃밭 그늘에 앉아 개미들을 눈여겨보던 어린 나는 시인이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힘든 농촌 생활을 하면서 꽃밭에 키운 것들은 희망입니다.
들판을 씽씽 달리다
바다가 보이면 느리게 걷는
작은 기차
기차 속 얼굴들이 와르르
유리창에 찰싹 붙는다
어서 가 보자
뒤에서 밀어대는 큰 파도들
앞서가는 작은 물결들을 안고
하얀 거품 물살로 너울너울
쏴아아 ~~ 경쾌한 리듬 맞춰
유리창에 기댄 손들이
바다에게~ 인사를 한다
파도에게 잘 보이려
유리창에 더 가까이
가슴을 활짝 펴고
파도에게 건네는 말
찰칵!, 찰칵!
- 64쪽 〈찰칵 인사〉 전문
멀미를 참아가며 망망대해를 지나 독도를 보았을 때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멀리서 보이는 독도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눈물과 함께 꺼낸, 핸드폰 카메라. 찰칵!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독도는 내 가슴에 담겼어요. 찰방찰방 넘실대던 독도의 짙푸른 파도와 괭이갈매기도, 함께 한 벗들과 어깨동무하고 흔들던 태극기도 찰칵 인사를 받았지요.
사진이 우리에게 주는 기록의 힘을 상상해 봅니다. 지나고 나서 보는 장면들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전해주는 웃음도, 눈물도, 멋진 풍경도 모두 생동감을 주는 사랑이라 생각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찰칵, 인사를 건네지요.
산속 숲 향기 분교장
만날 지각을 하는
이 학년 장원이는
뻐꾸기 소리 찾아갔다가 늦고
앵두 따 먹느라 늦고
주머니 속에 도토리를 불룩 채워 오느라 늦고
산수유를 물통에 듬뿍 담아 오고
솔방울을 신발주머니에 넣어 오기도 하고
온몸에 흰 눈을 뒤집어쓰고 오기도 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지각하는 핑계가 달라요
오늘은 어떤 변명을 할까
상상하며
지금도 장원이를 기다리는 우리들
- 104쪽 〈지각대장 장원〉 전문
섬마을에 하나뿐인 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아침 일찍 서둘러 부지런히 걸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제일 먼 바닷가 선창에 사는 친구 장원이는 지각 대장입니다. 곧장 학교로 와도 늦을 거리인데 호기심이 많아서 더 늦습니다. 학교 오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살펴보느라 발걸음이 더딥니다. 교실에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는 장원이가 언제 오나 출입문이 열리기를 고개를 빼고 기다립니다. 선생님은 오늘도 늦는 장원이에게 이유를 묻습니다. 핑계를 듣는 재미가 있거든요. 그보다는 재미있는 장원이가 다치지 않고 얼른 와서 우리와 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지요.
깊이를 알 수 없는 지하 방공호 속에
납작 엎드려 있어요
모르는 아이와 얇은 담요 한 장 덮고
눈을 꼭 감고 있어요
(중략)
새빨간 피를 흘리며 사람들이 달아나요
우리들은 겁에 질려 소리치며 울다가
금세 소리를 감추고 눈물만 흘려요
어제까지 놀던 집 앞 놀이터엔
깃발이 세워지고 군인들 천막 텐트가
놀이기구처럼 펼쳐졌어요
텐트 밖엔 기다란 총과 두툼한 수류탄들이
곧 나눠 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쌓여 있어요
(중략)
엄마 아빠를 잃은 우리는 눈물이 얼룩진 얼굴로
알록달록 개구리 군복을 입은 군인을 바라봐요
엄마를 잡고 뛰던 내 손은
모르는 아이와 덮은 담요 속에서 떨고 있어요
게임에서 악당들을 혼내 주던
천하무적 용사 아빠는 돌아올 수 있을까요?
- 88쪽 〈지금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문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도시 건물이 파괴되는 현장을 뉴스에서 보았어요. 무너진 건물 지하실에서 담요 한 장 덮고 잠을 청하는 아이 사진도 보았어요. 두려움에 떠는 어린이들의 눈물을 기억해요. 러시아의 영토 되찾기라는 명목으로 시작된 전쟁은 언제 끝날까요? 또한, 중동 나라들도 국지전을 벌이고 있어요. 세계 평화보다는 전쟁의 위협이 늘어나는 이유는 어른들의 경쟁과 욕심에서 출발하지요. 서로 사랑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록 내 상황이 아닐지라도 이기적인 무관심을 버리고 슬픔에 처한 세계 일상에 관심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동시입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소재로 한 동시들
《찰칵 인사》는 어린이들의 일상생활, 상상, 가족, 사계절, 자연, 마을공동체, 세계를 소재로 한 동시 50편을 내놓으면서 어린이들이 오직 나뿐만 아니라 이웃, 마을, 세계로 향하는 넓고 멀리 보는 힘이 생겼으면 바람도 담겨 있는 동시집입니다.
세계적인 통계에서 우울하고 부정적인 순위에서 상위를 달리는 우리나라 현실은 무척 걱정됩니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들, 사랑받는 행복한 추억들이, 찰칵, 찰칵, 가슴에 남아 있는 기분 좋은 풍경들을 그려 봅니다. 혼자가 아닌 서로 어울려 밝고 행복하게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오늘도 힘내자는 응원을 보냅니다.
작가의 말
가슴에 남아 있는 몇 가지 풍경들을 떠올려봅니다. 함박눈 쌓인 아침에 우리 이름을 불러주며 마당을 빗질하던 아버지, 돌담 높이보다 큰 꽃으로 키우던 엄마의 손, 여름 아침 꽃밭 그늘에 앉아 개미들을 눈여겨보던 어린 나, 시조를 일찍 외우고 혼자 집에 가던 논두렁에서 만난 개구리, 장대비 내리는 낮, 비 그친 하늘에 걸쳐진 쌍무지개, 노을 지는 언덕에서 보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통통배…
찰칵, 오늘은 또 어떤 풍경이 여러분 마음에 담겼을까요?
- 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