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48. 미역국
일주일 전부터 밀라에게 노래하듯 일러두었다. "이번 토요일 아침엔 반드시 미역국을 준비해라."
그 날이 내 생일이란 말은 안 했다. 생일이라고 하면 또 나름대로 마음 쓸까봐.
쇠고기 사골 뼈를 우려낸 국물도 미리 준비해서 한 번에 쓸 만큼씩 나누어 얼려 놓았다.
토요일 아침엔 그 국물에 미역국을 끓여 달라고 입이 닳도록 부탁을 해 놓았다.
외국이지만 그래도 생일 날은 미역국이라도 먹어야 될 것 같은 기분에서다.
그런데 사흘 전 아침에 느닷없이 사골국물에 미역국을 끓여 내 놓는다. "밀라, 토요일 날 아침에 먹자고 했는데 웬 미역국이야?"
"알았어요. 지금 먹고 그날 또 먹어요." 밀라의 대답에 나는 군소리 않고 먹었다. 모처럼 먹으니 참 맛있다.
얼마간 안 먹다가 그날 먹었더라면 어쩜 더 맛있을 지도 모르는데 아쉽긴 하다.
그런데 이틀 전 저녁에 또 미역국이다.
"얘, 미역국은 토요일 아침에 준비 하랬잖니?" 내가 좀 짜증이 난다.
"이건 새로 끓인 게 아니예요. 엊그제 먹고 남은 거 마저 먹어야 돼요."
'그렇구나. 젠장, 맨날 미역국 먹고 생일 날 아침엔 미역국 물리겠다.' 나는 한국말로 궁시렁거린다.
"밀라, 내일 아침엔 돼지고기 볶음도 해. 그리고 맛있는 것 좀 더 준비해. 점심엔 친구들이랑 외식 할거고 저녁은 국수 먹을래."
전 날 그렇게 부탁도 해 놓았다.
생일 날 아침이다. 일찍 일어나 화장도 했다.
"Mom, breakfast." 밀라가 소리치기에 아래층으로 밥을 먹으러 내려간다.
"밀라, 미역국 어딨어?" " 된장국 만들었어요.: "미역국 하랬잖아." "어제 막었잖아요." "........."
슬그머니 부아가 치민다. 보다 못해 남편이 한마디 한다.
"밀라, 오늘은 맘 생일이야. 한국에선 생일에 미역국을 먹어야 해. 그래서 토요일 아침에 미역국 준비하라고 한 거야. 낮에는 외식이고."
밀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 Mom, 저녁에 미역국 할게요."
"그만 둬. 저녁엔 국수먹는댔지? 내가 얼마나 여러 번 말했는데 너는 내 말을 듣니?"
성질이 팽하고 나서 마구 지껄였는데 알아듣기나 한 건지....에구! 우리 말은 어디 두고 남의 말로만 지껄이고 살자니 제대로 통하는게 있어야지.
암튼 미역국 먹자고 내내 벼르던 게 정작 생일 아침엔 미역국 하나 못 얻어 먹었다. 내 손으로 준비할 걸...
첫댓글 중이 제머리 못깍는 대요.
Mam 생신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