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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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작가 42인 중 모윤숙(모란이 필 때까지)-주요한(불놀이)-최남선(해에게서 소년에게)-김동인(배따라기)-이광수(무정)-정비석(자유부인) 그리고 노천명(사슴)을 기억합니다. 국문 학도였던 필자는 믿기지도, 믿고 싶지도 않았던 나의 우상들이 친일파이었던 것을 확인하고 "이제 어쩔 것인가?" 몇 날 며칠 애가를 부른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훌쩍 지나 이념과 이데올기를 초월한 한국문학이 새롭게 정리되길 기대하며 나의 우상 노천명을 물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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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Teeth) 하시니까 훨씬 나으십니까? 사실 나도 통화를 두려워하는 세대인가 봐요. 통화도 그냥 하면 되는 건데 마음의 준비가 자꾸 필요하네(예주)" "아부지가 미안해. 네게 부담 주려는 건 아닌데... 전화 안 해도 괜찮아요(나)" "아녀유. 내가 미안하지 약속해 놓고 그냥 아빠 말고도 전화를 잘 안 해요. 내가 심지어 남자 친구랑도 전화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걸 설명해 보려고 했어요. 요즘 내가 말을 못 해서(예주)" 소통 부재는 자존감 바닥이란 소리인데 우리 공주가 어쩌다가... (나)" "ㅎ ㅎ 다시 힘내 보는 중(예주)" "ㅋ ㅋ ㅋ 괜찮아 좀 쉬는 거야(에스더)" "힘내져라 힘내져라 힘내져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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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은 날씨만 푹해도 살 것 같다는 말을 어른들이 하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날씨예요. 전기세가 140만 원이 나왔는데도 동파가 걱정돼 난로를 켜놓고 잤는데 이젠 난로를 꺼도 될 것 같아요. '총균세'에서 제너드 다이아몬드가 '환경설'을 주장했고 위험 리스크가 많을수록 종족 보존의 확률이 높다는 것까진 동의했는데 여전히 돈 없음-실연-사업 실패-이혼-실직-존재감 없음-죽음 등등의 터널을 통과하는 건 이 나이에도 죽을 맛입니다. 무안 항공기 참사 179 명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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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난 내면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아픔의 끝'까지 들어가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 책이라는 걸 아시나요? 언제부턴가 내 꿈은 대충 동여매어 어딘가에 적당히 던져둔 채로 살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나는 지난 시간을 충분히 소화시키지(교통정리) 못하고 꾸역꾸역 버텨냈고 흘려보내 버렸어요. 그렇게 나를 내가 소외시키니, 타인의 존재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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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속을 애도하며 통과하고 나니 비로소 생애 가장 충만했던 순간들을 진정으로 찾게 된다는 걸 늦게라도 알아서 다행입니다. 예주가 학부 이수를 다 해 놓고도 웬일인지 기가 팍 죽어 있어서 아비가 속이 상합니다. 예주도 고독의 시간을 넘어서는데 ' 애도'의 단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애도가 끝내면 슬픔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슬픔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적당한 여백을 두고(선택적 담쌓기) 경험하는 사랑과 그리움, 시간을 견디는 법이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귀족입니다. 관이 향기로운 삶을 살 것입니다.
2025.1.14.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