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별명이 갈비씨였습니다. 성인이 되고 49kg이었던 적도
있지요. 그러나 나이가 들어 이제는 비만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체중일
때나 과체중일 때나 공통적인 것이 있었습니다. 약골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늘 허약했습니다. 오죽하면 누군가 종합병원집 사위가 되어야겠다고 놀리기까지 하였으니까요. 그런데도 저는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고 수십 년이 흘렀습니다. 평생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려 헬스클럽을 드나들었지만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었습니다.
중년이 되고서는 살을 빼기 위해 헬스클럽을 드나들었고 가끔은 성공하였지만 대체로 그저 그랬습니다. 작년부터는
피트니스 대회의 하나인 쿨가이 대회에 출전하겠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성과는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머슬 마니아 대회 고문을 맡아 다시 바디 프로필 사진 찍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저의 목표는 그때그때 건강, 다이어트, 쿨가이
대회 출전, 바디프로필 사진찍기 순으로 바뀌었습니다. 운동에
대한 철학이 확고부동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찾은 논리는 이러하였습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 본질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세월이 가도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 본질적인 것입니다. 직업, 돈, 친구 심지어 가족마저도 철저하게 내 기준으로 보면 비본질적인 것 아닐까요.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지 않는 것, 어디를 가도 언제라도 나에게 속한 것, 그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몸과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체와 정신
말입니다. 그것 이외에는 나머지는 사실 중요하다고 하지만 본질은 아니지요."
"사실 <체중감량>은 모든
사람의 목표이지만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인식을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체중감량이 아니라 <몸이라는 본질에 대한 집중>으로 인식 체계를 전환하였습니다. 이 전환은 다른 것과의 비교나
타협을 불허하는 것을 말합니다. <몸이라는 본질에 대한 집중>과
다른 비본질적인 일이 겹치면 <몸이라는 본질에 대한 집중>을
우선시하겠다는 각오이자 선언입니다."
쿨가이 대회 참가를 선언하며 쓴 2016년 4월 4일 자 월요편지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최근 생각이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습니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면서부터 손이 자유로워졌고 두뇌 용량이 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마
직립보행 초기에는 육체적으로 힘이 있는 인간이 성과(수렵이나 채집)를
많이 내고 다른 인간을 지배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츰 두뇌가 뛰어난 인간이 성과(덫이나 함정)를 많이 내고 다른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초기 인간들은 <힘이 있는 육체>를 만드는 일보다는 <뛰어난 두뇌>를 만드는 일이 더 생산성이 높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였습니다. 문명
초기에는 여전히 육체의 힘에 집중한 문명(스파르타)도 있었지만
점차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인간에 의해 정복당하고 결국 현재의 세상은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교육제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초중고 교육에서 힘이 있는 육체를 만드는 체육은
뛰어난 두뇌를 만드는 국영수에 밀려 그 존재를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제가 그 교육
시스템의 전형적인 수혜자입니다. 만약 약골인 제가 힘이 있는 육체가 존경받는 사회에 살았더라면 루저가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영국의 철학자 존로크는 체(體) 덕(德) 지(知) 순으로 아이들을 교육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지만 지금 우리가 만든
세상은 지덕체 세상입니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간이 <힘이 있는 육체>에 대한
중요성을 <뛰어난 두뇌>에 비해 하위에 두기 시작한
때부터 문명의 방향은 바뀌어 버렸습니다. 야생의 세상에서 보면 힘이 있는 사자는 집단을 이루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가족들과만 같이 다니지요. 그러나 사자의 먹잇감인 톰슨가젤은
집단이라는 힘을 만들어 자신들을 보호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육체적
힘(파워)>이 없다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뛰어난 두뇌>를 이용하여 이를 보완할 사회, 국가, 제국 등 다른 파워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권력, 돈, 명예 등도
그런 것입니다. <육체적 파워>가 진짜 힘이라면 <비육체적 파워>는 가짜 힘입니다.
여기까지의 논리에 동의하시나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요즘
머슬 마니아 선수들과 이런저런 자리를 같이할 때가 있습니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입니다. 몸이 정말 예술적으로 좋은 친구들이지요. 그런데 그들이 입고 다니는 옷을 보면 그저 평범한 옷들입니다. 남자
선수는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 여자 선수는 비싸 보이지 않는 동대문 패션입니다.
제 논리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그들은 머슬 마니아 챔피언이라는 <육체적 파워>를 가지고 있기에 굳이 명품 패션인 에르메스나
샤넬 같은 <비육체적 파워>가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저를 비롯한 배불뚝이 아저씨나 몸매가 망가진 여성들은 명품 패션이라는 비육체적 파워에 집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육체적 파워를 가지는 데는 비용이 듭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한평생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육체적인 파워를 가지는 데 집중하였더라면 비육체적인 파워를 가지기 위해 그 수많은 세월 고생하며 일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모두 육체적 힘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뛰어난 두뇌를 키우는데 못지않게 육체적 힘을 기르는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문명은 다른 방향을 발전하였을 것입니다. 아마도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남는 시간에 삶을
더 풍부하게 향유하는 쪽으로 발전하였을 것입니다.
이처럼 <육체적인 힘>은 단순한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요소입니다.
저는 제 남은 인생을 이 이론에 근거하여 설계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을 머리를 계발시키는 데 사용해 왔습니다. 독서, 강의 듣기, 세미나 참석, 외국어
공부 등등입니다. 반면 육체를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두 번 헬스클럽을 가는 것, 주말에 한두 번 골프를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건강을 위한 것이나 다이어트를 위한 것이었지 체력 강화를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즉 힘을 기르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동안 가급적 매일 피트니스 센터를 찾고 그 목표도 다이어트나 체지방 감소에서 나아가 육체적인 힘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 번도 못하는 턱걸이를 10번쯤
하는 날을 꿈꾸는 것입니다. 힘을 기르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모임에서 하남 스타필드 내에 있는 스포츠몬스터라는 곳을 방문하였습니다. 성인을
위한 스포츠 동산이었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스포츠가 다 있었습니다. 저는 구름다리가 몇 개 연결된 유격훈련 코스에 도전하였습니다. 다행히
그간 체중도 빼고 근력도 키워 놓아 거뜬하게 통과하였습니다. 다음은 암벽등반입니다. 예전에 도전하였다가 실패한 적이 있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중급 코스와 고급 코스를 연달아 등정에 성공하였습니다. 오십 대 후반에도 노력하면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제 스스로 입증한 것입니다.
<육체적인 힘>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주제이자 도전해야 할 주제입니다. 대학 후배가 6개월 만에 체중을
90.4kg에서 68.1kg으로 줄이고 체지방률을
29.6%에서 4.5%로 낮추고 그 경험을 책으로 집필하여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상원 대표입니다. 그의 책 제목이 저의 생각과 너무나 같았습니다.
<머리보다 몸이다>가 책 제목입니다. 제가
요즘 고민하는 주제도 이미 말씀드린 대로 머리보다 몸입니다. 그는 책 부제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몸을 바꾸려고 했는데, 인생이 바뀌었다." 저도 인생을 바꾸려고 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을 바꾸고 싶으신가요. 머리보다 몸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7.6.26. 조근호 드림
첫댓글 잘보았습니다.
감사하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