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설마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파문이 마침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신용 경색이 심화되면서 돈줄이 말라가는 기미가 뚜렷하다. 투자자들은 헤지 펀드는 물론 뮤추얼 펀드, 심지어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돈을 빼내 국채로 몰려들고 있다. 기업어음(CP)마저 제대로 소화되지 않자 기업들의 비명 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시작된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은 이제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됐다. 또 단지 서브프라임 부실이 아닌 신용시장 전체로 비화됐다. 그런 만큼 파문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게 분명하다. 파문의 장기화는 잘나가던 경제에도 타격을 준다는 걸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100년 만의 최대 금융 위기’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을 정도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관심은이를 어떻게 타개하느냐다. 역시 돈줄을 관리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각국 중앙은행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이런 기대에 걸맞게 단기 유동성을 잇달아 시장에 공급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그렇지만 근인을 치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부에서는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을 거론한다. 1998년 롱텀캐피털 파산 사태와 2001년 9뜑테러 등 굵직한 위기가 생길 때마다 곧바로 기준금리 인하라는 카드를 꺼내 든 그의 순발력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에 대해 ‘기준금리를 내리라’는 압력이기도 하다.
이에대해 버냉키 의장은 경제학자다운 고집을 일단 유지(8월 15일 현재)하고 있다. 그렇지만 파장이 장기화되고 커질수록 그에 대한 압력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관건은 역시 경제다. 경제가 서브프라임 파문에 휘청거릴 경우 버냉키 의장도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눈덩이처럼커지는 서브프라임 파문
지난 2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이 처음 터졌을 때만 해도 단순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만의 문제인 듯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미국 전체 모기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전체 금융자산의 1% 미만에 불과하다. 아무리 많이 잡아도 500억~1000억 달러의 손실을 감수하면 파장은 마무리될 줄 알았다. 버냉키 의장이 “서브프라임 파문의 경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외쳐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웬걸. 양파도 이런 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문은 커져 마침내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으로 비화되는 형국이다. 흐름은 이렇다. 처음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이 ‘요주의 대상’이었다. 모기지 회사들은 대출을 취급한 뒤 이를 증권화해 파는 방법으로 곧바로 현금화한다. 이를 자산으로 또 다른 대출을 할 수 있어서다.
이에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그 자체로 또는 다른 담보 자산이나 대출과 섞여 새로운 채권으로 거듭났다. 대출담보부증권(CLO)이나 자산담보부증권(ABS 또는 CDO)이 그것이다. 파문이 계속되면서 CLO와 CDO도 기피 대상이 됐고, 비슷한 위험성을 가진 채권도 덩달아 인기를 잃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CLO나 CDO를 통해 신용 창출을 하면서 피해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예컨대서브프라임 부실이 1000억 달러라고 치자. 한군데 모여 있으면 이만한 손실을 감내하면 된다. 그런데 CDO 등에 평균 10%씩만 편입됐다고 가정해도 1조 달러가 문제가 된다. 더욱이 어느 CDO에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섞여 있는지 불분명해 CDO 전체가 기피 대상이 돼 문제가 되는 금액은 더 커졌다.
이것만도문제인데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채권마저 기피되는 형국이 초래됐다. 대표적인 것이 안전 자산으로 손꼽히는 기업어음(CP). 코벤트리 등 캐나다의 17개 기업은 지난 14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려 했으나 인수자가 나서지 않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은행들에 긴급 구조를 요청했다. 담보로 제공된 자산에 행여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이 들어 있지 않은지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ABCP는기업들이 단기 운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것으로 만기는 90일짜리가 일반적이다. 신용도가 뛰어난 기업만 발행하는 만큼 채권시장에선 가장 안전하고 현금화가 용이한 투자 대상으로 꼽혀 왔다. CD(양도성예금증서)와 함께 단기 자금시장인 머니마켓시장의 주된 상품이기도 하다. 이런 CP마저 외면당하는 조짐이 나타났듯이 미 국채를 제외한 모든 채권은 불똥이 튀었다고 보면 된다. ‘하늘 아래 안전 자산은 없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진짜안전자산은 어디에 있나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투자자들은 다급해졌다. 자신들이 투자한 펀드가 행여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을 편입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감으로 앞 다퉈 환매를 요청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직격탄을맞은 것은 헤지 펀드.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주로 투자해 온 베어스턴스의 2개 헤지 펀드는 일찌감치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자산 가치가 거의 ‘제로’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호주의 3개 헤지 펀드도 환매 요청을 견디다 못해 환매 중단을 선언해 버렸다.
불안감이하늘로 향하게 된 결정적 요인을 제공한 것은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가 운용 중인 헤지 펀드인 ‘글로벌 에쿼티 오퍼튜니티즈 펀드’가 8월 들어 10일 동안에만 28%의 손실률을 기록했다며 30억 달러를 긴급 투입했다. ‘골드만삭스 너마저’라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투자 심리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더욱이 골드만삭스의 또 다른 헤지 펀드인 ‘글로벌 알파펀드’와 ‘노스 아메리칸 에쿼티 오퍼튜니티즈 펀드’가 올 들어 각각 27%와 25%의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안정적인자산 운용을 추구하는 뮤추얼 펀드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전체 모기지 부실로 확대되면서 부동산과 정크본드를 편입한 뮤추얼 펀드를 중심으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단기 안전 자산에만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도 경계 대상에 올랐다. MMF처럼 주로 ABCP 등에 투자하는 ‘센티넬 매니지먼트 그룹’이 유동성 부족으로 환매 중단을 승인해 달라고 감독 당국에 요청하고 나선 것. CP 시장의 불안이 MMF 투자자에게 옮아 붙어 결국은 환매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사정이이렇다 보니 주식과 채권 및 펀드에 들어 있던 돈이 ‘진짜 안전 자산’인 미 국채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국채 값은 껑충 뛰었다(국채 수익률 하락). 더욱 큰 문제는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늘 아래 믿을 게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고 이런 심리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우호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월가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꼽히는 손성원 LA한미은행장은 “과거 경험상 시장 참가자들의 신뢰 상실이 나타날 경우 파문은 장기화된다”고 말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불안감이 신용 경색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늘아래 ‘마에스트로’는 하나뿐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은 리스크에 신경을 쏟기 시작했다. 그동안 기업이나 사모 펀드들은 싼 금리로 자금을 차입해 기업이나 자사주를 인수해 왔다. 인수:합병(MA)은 엄청난 이득을 안겨 줬고 이와 비례해 리스크도 잊어버렸다. 그러나 파문이 확산되면서 시장은 오로지 리스크만 생각하는 정반대로 변했다. 펀드 투자자들은 앞 다퉈어 환매에 나섰고 투자은행들은 기업이나 사모 펀드의 자금 지원 요청에 ‘나 몰라라’는 자세로 얼굴을 바꿔 버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빙산의 일각일 뿐, 문제의 본질은 차입에 의한 잘못된 투자 관행이 후유증을 낳고 있다는 분석에 잔뜩 움츠러든 결과다.
그래서주목하는 게 버냉키 의장이다. 아니 기준금리 인하 여부다. 금리 인하는 단기 유동성 투입과는 다르다. 단기 유동성은 곧바로 회수된다는 의미를 안고 있다. 반면 금리 인하는 시장에 공급된 유동성을 상당 기간 자유롭게 풀어준다는 의미다. 시장 참가자들이 목 빠지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버냉키 의장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마에스트로(거장)’인 그린스펀 전 의장과 비교해 가며 압박해 보지만 경제학자 출신다운 뚝심이 그에겐 넘쳐 난다. 마치 ‘진정한 마에스트로는 나다’는 걸 과시하듯이 말이다.
누가진정한 마에스트로인지는 조만간 판명난다. 신용 경색이 확산되느냐, 아니면 수그러드느냐와 경제가 본격적으로 타격을 받느냐 여부가 희비를 가릴 전망이다. 하늘 아래 마에스트로는 한 명이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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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춘:한국경제 특파원 hayung@hankyung.com
대형 금융회사 및 펀드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
회사 국적 날짜 조치 내용
BNP파리바(은행)프랑스 8월 9일 3개 펀드 환매 정지 서브프라임 파문으로 손실 규모 측정 못해 환매 일시 정지
AIG(보험)미국 8월 9일 수익 타격 모기지회사 포함한 소비자금융 수익 71% 급감
KfW(은행)독일 8월 3일 자회사 관련 손실 자회사인 IKB에 13.7억 달러 긴급 지원
오도시에(증권)프랑스 8월 2일 3개 펀드 손실 10억 유로 운용 중인 3개 펀드 타격
맥쿼리(은행)호주 8월 1일 헤지 펀드 손실 25%가량 손실, 추가 손실 예상
소우드(펀드)미국 7월 31일 헤지 펀드 손실 7월에만 50% 이상 손실로 사실상 정리 절차 돌입
코레르츠(은행)독일 7월 30일 헤지 펀드 손실 미 서브프라임 마켓 투자금의 손실 대비 8000만 유로 적립
IKB(은행)독일 7월 30일 수익 타격손실 과다로 CEO 퇴진
엡솔루트(펀드)호주 7월 26일 헤지 펀드 손실 2개 펀드 환매 일시 정지
Y2K파이낸스(펀드)영국 7월 23일 헤지 펀드 손실 6월에만 7.3% 손실
베이시스캐피탈(펀드)호주 7월 20일 헤지 펀드 손실 손실로 인해 인출 금지
AXA(보험)프랑스 7월 18일 펀드 손실 10억 달러 채권 펀드 6월에만 40% 손실
유나이티드캐피탈(펀드)미국 7월 3일 헤지 펀드 손실 환매 금지
베어스턴스(투자은행)미국 6월 12일 헤지 펀드 손실 2개 펀드 대규모 손실로 청산 절차 돌입
첫댓글 검색해 보니 2007년8월1일 이던데,, 그때 이런 정보를 새겨 들었드라면,, 난 몇천만원의 손실을 안보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