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밟는 길
- 전주 낙엽 밟는 전주8길을 돌아보고_
행촌수필, 안골은빛 수필 문학회 이윤상
붉게 타는 내장산아, 고운빛깔 자랑마라/
전주 건지산의 장덕사 가는 길 단풍터널/
총천연색 단풍 숲이 내장보다 더 좋더라 /
바삭바삭 낙엽 밟는 오솔길, 낙원이더라.//
깊어가는 가을, 11월의 끝자락에, 가을의 고즈넉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주의 낙엽 밟는 길 순례에 나섰다. 전주 팔경을 중심으로 8개 코스를 샅샅이 돌아보았다. 첫 번째 코스는 도심 속의 자연 공원, 아파트 밀집 지역에 산소를 공급하는 시민의 휴식처요, 전주의 허파라는 건지산 내 편백 숲길과 능선을 돌아보았다. 소리문화의 전당 주차장 서편 우회도로를 건너 서부 건지산에 접어들면, 널따란 임도에 낙엽이 수북수북 쌓여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장군봉 방향으로 들어서니, 혼불 문학공원 끝자락까지 총천연색의 1km 단풍터널이 장관을 연출했다. 내장산 매표소에서 관광안내소까지 2.5km 단풍터널보다 싱싱한 애기단풍이 절경이었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 묘에서 역코스로 장덕사로 가는 길 주변의 단풍 숲은 내장산, 케이불카 계곡이나 지리산 심원계곡보다 싱싱하고 아름다웠다. 혼불 문학공원에서, 역코스로 장덕사~ 오송지까지 수북수북 낙엽 길 산책로가 0.7km나 이어졌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산자락의 적막을 깨고, 가을의 정취가 묻어났다. 전원의 분위기처럼 평화롭고 목가적(牧歌的)인 산책로였다. 수북수북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노라니, “달은 지고 까마귀는 우짖는데, 서리는 하늘에 가득 하구나”(月落 烏啼 霜 滿天)라는 옛 시인의 시구(詩句)가 떠오르기도 했다. 내장산 단풍은 다 사라지고 옷 벗은 나무들만 앙상한데, 건지산은 11월 끝자락에도 애기단풍이 절경이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실감났다. 진정한 동양의 진경산수화가 전주의 도심 속, 건지 산에 숨어있는 것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다음은 체련공원을 돌아서 조선왕조 시조공의 묘가 있는 조경단(肇慶壇) 돌담길을 바라보며 동부 건지산으로 올랐다. 대학병원 북쪽 생태공원 편백 숲은 시민들의 쾌적한 휴식공간이다. 숲길 산책로를 따라 동부 능선에 오르니, 애기단풍 숲이 펼쳐졌다. 서부능선에 뒤질세라, 산등성이 마다 오색 단풍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산책객들이 쉬어가는 정자도 있고, 정상이라고 해야 높은 언덕 같다. 정상을 지나서 우아동 뒤편 능선으로 내려오는 동물원 뒷담까지 낙엽 밟는 길이 계속 펼쳐졌다. 한옥마을 방문객들에게 건지산의 가을 끝자락 단풍 길을 셔틀버스로 선보이면, 탐방객들의 절찬도 받고, 전주에서 하루 더 쉬어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세 번째 코스는 덕진 연못, 현수교, 연지교, 공원 산책로였다. 낙엽을 밟으며, 취향정, 연지정에서 흥겨운 판소리도 감상해 볼만 하다. 인근 전북도립국악원에서는 연중 판소리 흥겨운 가락이 흘러나와 길손들의 발길을 붙잡기도 한다. 다음은 전주의 관문 CBS방송국이 있는 가족공원을 돌아보고, 길을 건너 도로공사 전주수목원으로 들어가는 길의 낙엽이 좋았다. 전주수목원원은 사철 수많은 꽃이 피고 지는 전주의 명물이다. 수목원 내부에 낙엽이 수북수북 쌓인 산책로를 걷다 보면 전주는 살맛나는 쾌적한 전원도시라는 느낌이 들어 행복감에 젖기도 한다.
다섯 번째는 신흥고등학교 입구에서 전주팔경의 하나인 천양정(穿楊亭:국궁 사장)에서 다가공원으로 오르는 길은 온통 낙엽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곳이다. 다가공원에 오르면 가람 이병기 선생 시비, 호국 충령비, 충혼탑이 세워져있고, 엠마오 병원 진입로 길은 낙엽 밟기의 명소다. 다음은 한옥마을 경기전 조경묘 뜰에는 수백 년 자란 노거수(老巨樹), 은행나무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경기전 경내를 돌아보면서, 태조 어진도 관람하고, 조선왕조실록 보존소 유적도 찾아볼 수 있다. 경기전을 돌아보고 나오면 바로 이어서 한옥마을 은행나무 골목을 지나서, 향교로 이어진다. 향교 마당에는 수백 년 된 노거수와 은행나무 낙엽이 이불처럼 마당을 뒤덮고 있다. 향교의 대성전 명륜당을 돌아보고 나오면 바로 한벽루 앞에 서게 된다. 한벽루 아래 계단으로 내려서면 생태박물관에 당도한다. 박물관 주변에도 낙엽이 많이 쌓여있지만, 길 건너 승암산 아래 산책로로 들어서면 치명자산 주차장 주변에서도 낙엽 밟는 길을 만난다. 한벽루 아래서 옛 철길을 마실길로 개발하여 은석골까지 가로수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어서 낙엽 밟는 길로 유명해 졌다.
제8코스는 노송동 군경묘지 길이다. 마당재를 넘어 아중리로 가는 길에도 낙엽이 쌓인다. 기린봉 아래 낙엽을 밟으며 아중리 저수지로 접어들면 아중저수지 수변공원이다. 수중 인도교 산책로는 중간 중간에 휴식 공연장도 있고, 무능마을 왜망실 동네 입구까지 수중(水中) 티크로드를 산책하니 외국에 온 기분이 든다. 기린봉은 기린토월(麒麟吐月)이라 하여 기린이 달을 토해 낸다는 전주팔경의 하나이다. 낙엽 밟는 길은 전주의 자랑거리이다. 아중리 동편 외곽도로 임실로 가는 대로변에 전라도음식이야기, 농부가라는 한식당이 입맛을 돋우어 준다. 전주방문객들에게 권할 만한 실비 맛집이 있다. - 11월 끝자락에 전주 낙엽 밟는 길 8코스를 돌아보고 쓰다. - (2014. 11. 25.)
첫댓글 선생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낙엽을 밟으며 한번 걷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