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시 낭독은 곽도경시인입니다
확률 제로
로또 맞을 확률보다 더 어려운 것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수 있는 확률이다. 과거의 선택이므로 현재 그 길을 선택할 수는 없다. 가보지 않은 길의 하늘에는 안타까움이 빚은 환상의 무지개를 얹어 놓거나, '만약에’라는 조건을 버무려 만든 미련의 함박눈을 길에 뿌려 놓아, 길 위의 장애물들을 하얗게 만들기 때문에 가보지 않은 그 눈길은 아름답다.
지난 시절 선택되지 않은 그 길은
사지 않은 로또의 확률이다.
지나간 남자에 대한 상상 같은 것만으로도
눈길은, 미끄러져 넘어질 수도 있다.
이수준 대금연주가의 첫번째 연주곡은 A time for us입니다
안윤하 시인을 위한 곡
'젊은연인들' 연주가 정말 좋았네요
김금주 낭송가의 낭독입니다.
미용실의 추리소설
미용실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거울에 반사된 미용사는 세상 사는 얘기로 내 정신을 빼앗고 목 위의 급소들을 망토를 덮어 모두 장악한다. 면도칼을 들고 머리카락을 자른다. 내 경동맥을 단번에 찾아낼까!? 가위를 머리 밑에 집어넣는다. 스텐리스의 섬뜩함이 목줄기를 타고 발끝까지 전해진다. 발가락을 꼬부린다. 파마약을 도포하며 롤을 감는다. '저 약을 내 눈 가까이 살포하면!?' 하는 생각으로 조마조마할 때, 그녀는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고 머리를 뒤로 획 잡아당긴다. "약이 이마로 흘러내려 눈에 들어갈까 봐." 하며 파마액을 닦는다. 이게 무슨 전략인가. 나의 오른쪽은 완전히 장악당했다. 그녀의 표정이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 눈을 찔끔 감는 심리, 한 장면이 거울에 비치고 있다.
척추가 뻐근해도 결말은 늘 싱겁다.
파마는 그런대로 잘 나왔다.
김임백 시인의 낭독입니다.
별
─여자의 삶은 소설책 열두 권이다
누가
깜깜한 밤하늘에
바늘로 구멍을 뚫었나
꼼짝할 수 없는
신용불량자의 굴레 속에서
은행 카드는 천장을 뚫고 나갈 숨통이었다
숨통이 트여
빛이 새어들고
일어설 용기가 일어서고
살아갈 지표가 반짝거려
터널 끝은 빛의 통로가 되리
막다른 골목 끝에서
어둠 속에 묻혀본 사람들아
밤하늘에 바늘구멍을 뚫어 보라
답답한 가슴에
숭숭 구멍을 내어
타래실처럼 풀려나오는 별빛을 잡고
당겨 올려라
두레박 속의 당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