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정신이 육체에 갇히는 꿈을 꾼다. 몸부림쳐도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가위 눌림. 아주 드물지만 이것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운동신경만 서서히 파괴돼 결국 의식이 또렷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에 걸린 이들. 키 2m02㎝의 농구인 박승일(34.전 연세대.기아차 선수 및 현대모비스 코치)씨도 그런 사람이다. 그가 올 7~10월 기자에게 보내온 40여 편의 e-메일은 띄어쓰기 없이 군데군데 철자가 빠지고 틀려 있었다. 다음은 메일 중 발췌한 내용(굵은 글씨).
여름엔모기가내가보는앞에서 당당히내피를포식해도불난집구경하듯바라만볼수밖에없다.
어느 날 승일의 길고 가는 팔에 모기가 날아와 앉는다. 따끔한 느낌. 몹쓸 곤충이 피를 빨아먹는데도 그는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축 늘어진 팔다리를 뒤척일 수도 없는, 그러면서도 감각은 끔찍할 정도로 완벽하게 살아 있는 루게릭병 환자의 비극적 운명. 순간 그는 독백한다. "이건 지상 지옥이다."
정말하루24시간1년열두달을
항상바뀝없제자리에서눈에벗어남없굳건히자릴고수하고있는
지긋지긋한방배경
승일은 침대에 누워 항상 같은 사물을 바라본다. 정면에 TV와 컴퓨터, 왼쪽에 화장대, 오른쪽에 어항과 화초. 세 평 남짓한 공간이 그가 볼 수 있는 전부다. 정신이 지배할 수 있는 육신은 오른손 약지 끝마디와 얼굴의 일부 근육뿐. 그는 가끔 조물주에게 기도한다. "눈꺼풀을 움직이고 눈동자를 굴릴 수 있는 힘만은 남겨 주세요."
그의 소통 수단은 '안구 마우스'라는 특수 장비. 이 장비를 이용해 눈동자를 움직이고 눈을 깜박거려 메일을 쓴다.
비장애자였을적엔1분에늦어도2백타가넘었는데..
이제는1분에다섯글자도버겁다.
'눈'으로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손'으로 쓸 때보다 40배 이상.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지키지도, 오.탈자를 고치지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간단한 메일 한 장을 보내는 데 세 시간이 걸린다.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눈물이 나지만 글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거의 매일 자신의 인터넷 팬카페에 글을 올려 "루게릭병 환자를 도와 달라"고 호소한다.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온 것도 "언론을 통해 루게릭병 환자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그를 초인(超人)으로 만든 동력은 다른 데 있다. 세상에서 고립되면 더 이상 인간일 수 없다는 깨달음.
응급실에가지까지
난사람들과눈을최대한많이마주칠려했..
집에와그순간의기억을다시꺼내면서내지루한시간을달레는거
어쩌다 병원에 갈 때 그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보고 많은 사물을 기억하려 한다. 또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자신에게 외친다. "나 여기 살아 있다."
국내 최연소(당시 31세) 프로농구 코치. 그가 갖고 있는 타이틀이다. 지구에서 최초로 루게릭병에서 벗어난 인간. 그가 도전하는 또 하나의 타이틀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다른 기록 하나를 만들었다.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인공호흡기 없이는 숨쉬지도 못하면서 세상과 소통한 최초의 인간. 우리는 그의 e-메일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인간의 내면을 처음으로 탐사(探査)할 수 있었다.
루게릭병의 공식 병명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운동신경 세포가 파괴돼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병이다. 1930년대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 루게릭이 이 병으로 38세에 요절하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아직까지 발병 원인이나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루게릭병 환자다. 그는 21세 때 진단을 받았지만 블랙홀에 관한 활발한 연구를 계속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루게릭병 환자는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초기에는 젓가락질이 힘에 부치는 등 손의 악력(쥐는 힘)이 약해진다. 나중엔 휠체어나 침대에 의지해야 하고 인공호흡기가 없이는 숨쉬기가 힘들다. 그러나 후각.청각.촉각.미각 등의 감각 신경과 의식은 그대로다. 살아 있는 감각과 의식을 굳은 몸 속에 가둔 채 평생을 사는 셈이다. 이 병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양대 의대 신경과 김승현 교수는 "착하고 잘 웃는 사람이 잘 걸리는 병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루게릭협회에 따르면 국내에는 1500여 명의 환자가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첫댓글 조금 오래된 기사이지만 보고 느낀게 많은데 레스트보드에 없는거같아서 올려요 ~ 하우스오브 왁스라는 영화에서 왁스안에 같혀버리는 남자처럼 너무나 답답한 생활을 하고계시네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안정훈이였삼 저도 그때 이 병 처음 알았는데
신문에 연제 된거 보구 알았는데,,정말 얼마나 답답할까요..정신은 다 있는데 몸은 안움직여지고,,더구나 운동선수엿는데,,
정말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이네요.....ㅜㅜ
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왜 이렇게 날 슬프게 하는 일이 많은지...
이거 중앙일보에 연재된기사네요 ~이거보고 눈물이 나더라구요 .
ㅠㅠ 정말..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