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 자녀 결혼식, 새 기준 만들 때 됐다
나근형 인천시 교육감이 26일 성당에서 열린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청첩장을 관내 초·중·고 교장·교감과 각계 인사 1800여명에게 보냈다. 결혼식 하객 안내와 축의금 접수를 위해 교육청 총무과 직원 42명도 동원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축의금은 받지 않고 공무원 동원도 취소했다고 한다.
청첩장을 받은 사람들은 인천의 460개 초·중·고 교장과 교감, 교육과학연구원 등 15개 산하기관 단체장, 교육청 5급 공무원 이상 중간 간부 170명 등이었다. 교육감이 인사권을 휘두르거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8년째 교육감 자리를 지키고 내년 민선 교육감 선거에도 나가겠다는 교육감에게 받은 청첩장은 세금 고지서나 마찬가지다. 교육감에게 눈도장을 찍지 못하면 좋은 보직, 원하는 자리에서 소외될 것이 뻔한데 축의금 봉투 들고 가지 않을 강심장은 없을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하기조차 낯 뜨거운 일이다.
나 교육감은 재작년 둘째 아들 결혼 때도 청첩장을 무더기로 뿌린 적이 있다. 그는 사범대를 나와 교장, 교육청 국장을 거친 정통 교육자다. 정직과 청렴을 강조해야 할 지역 교육계 수장이 무더기 청첩장을 남발하면서 어떻게 학생들에게 청렴을 말할 수 있겠는가.
결혼식이 자녀 잔치가 아니라 부모들의 세(勢) 과시 자리가 된 지도 오래다. 고위 사정(司正) 관계자가 재작년과 작년 잇따라 치른 아들·딸 결혼식장엔 눈도장을 찍으려는 하객 수천명이 몰리는 바람에 주변 교통이 마비됐다. 재작년 한 장관 딸 결혼식엔 1000여명이 찾아와 장관과 악수하려고 기다리는 줄이 100m를 넘었고 축의금 접수대가 각계 인사들로 미어터졌다. 이해(利害) 당사자에게 청첩장을 돌려선 안 된다는 공무원 행동강령이 공허하다.
공직자나 부유층이 호화 결혼식을 경쟁적으로 과시하듯 치르면서 식장을 장식하는 꽃값만 1억원이 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런 풍조가 아래로 번져 중산층은 자식 결혼비용 부담에 더욱 허덕인다. 자식들도 들떠서 결혼식은 당연히 호화롭게 치러야 한다고 여기는 풍토가 돼버렸다.
군사정권 시절의 가정의례준칙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건강하고 상식적인 결혼문화를 세우기 위해 뭔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할 때가 됐다. 공직자의 자녀 결혼식 기준부터 새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4/26/2009042600862.html
첫댓글 결혼식이 자녀 잔치가 아니라 부모들의 세(勢) 과시 자리가 된 지도 오래다
교육장이 그러니까 말단직원들 까지 똑같이 청첩장을 관할 학교에 골고루 뿌린다고 듣고있다. 공무원,산하국영기업5천년 내려오는 더러운 악습 없앨 수 없읍니까.언제까지 공공연한 뇌물고리를 방치해야합니까. 그런 정도도 고치지 못하는 한심한 민족이고 국민인지 안타갑읍니다. 법을 만들어서라도 악습도 없애고 국민 부담도 덜어주고 대통령 인기도 틀림없이 많이 올라가리라고 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