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아침에
개학을 사흘 앞두어 근무지 일과에 대한 시차 적응이 필요한 팔월 둘째 금요일이다. 광복절 이튿날인 월요일 개학이었을 텐데 급조된 국경일 대체 공휴일제 도입으로 하루 미루어져 화요일로 바뀌었다. 개학일 하루 전 거제 근무지로 가 있어야 하기에 월요일이면 거가대교를 건너가야 한다. 방학을 맞아 창원으로 복귀해 산간 계곡만 찾아다니다 어제 하루 낙동강 강변으로 나가봤다.
나의 하루는 무척 일찍 시작해 아침 기상은 문제가 없다. 어쩌면 남들보다 너무 일찍 일어나서 부담스런 편일지 모르겠다. 하루가 일찍 시작되니 남들보다 먼저 잠들게 마련이다. 새벽녘 잠을 깨어 방학 막바지 어디로 산행이나 산책을 갈까 생각하니 나설 만한 곳이 궁색했다. 개학은 임박하는데 내가 사는 생활권까지 연일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찮아 대중교통 이용이 께름칙해서다.
날이 밝아오는 여명에 아파트단지를 벗어나니 가로등은 아직 켜진 상태였다. 아파트와 인접한 학교와 교회를 지나 퇴촌삼거리로 나갔다. 쌈지공원 체육기구에는 이른 시각 인근 주택 할머니들이 나와 운동을 하고 있었다. 반송공원 북사면 창원천 천변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이른 시각이었지만 매일 산책을 나오는 이들이 다수 있었다. 창원천 건너 창이대로는 차량이 드물게 지났다.
청계천 학습효과로 우리 지역에서도 생태하천으로 잘 복원된 창원천이다. 인근 반지동과 건너편 봉곡동 주민들은 이른 아침 천변으로 산책을 많이 나왔다. 나는 어쩌다 가끔 나가본다만 아침마다 늘 나오는 이들인 듯했다. 천변 산책로에는 새벽같이 나오는 이들이 많아 줄을 이었다. 모두들 코로나시대 마스크로 단단히 입을 가리고 묵언 보행했다. 나도 그 대열에서 한 일원이었다.
반지동 대동아파트와 지귀상가를 지나 시티세븐을 앞두었다. 산책로 길섶은 당국에서 가을에 꽃을 피울 코스모스 싹을 키우고 있었다.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려는 행정력에 수긍이 갔다. 반송소하천을 건너는 명곡교차로 데크 교량엔 산책을 나온 이들이 냇바닥에 헤엄쳐 다니는 팔뚝만한 잉어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언젠가 광한루 연못에 유유히 헤엄치던 잉어보다 더 커 보였다.
파티마병원과 이마트 근처를 지나니 산책객은 줄어들었다. 창원대로 용원지하도를 지나니 인적이 끊어져 갑갑하게 낀 마스크는 벗었다. 현대로템 공장은 이른 시각임에도 직원들이 속속 출근해 갓길 주차장은 빈자리가 없었다. 봉암갯벌로 나아가는 이면도로는 은행나무 가로수와 배롱나무 조경수가 도열해 열병을 받고 지났다. 배롱나무는 여름 한 철 붉은 꽃을 피워 눈길을 끌었다.
창원천은 봉암갯벌에 이르러 물줄기가 큰 남천과 합류해 합포만으로 흘러갔다. 썰물이 되어 바닥까지 드러난 봉암갯벌에 점차 물이 채워지는 즈음이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백로와 흰뺨검둥오리들은 부지런히 먹이사냥을 했다. 남천을 거슬러 가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 삼동교에 이르니 에스티엑스중공업으로 출근하는 통근버스들이 신호 대기하다 꼬리를 물고 물어 공장으로 진입했다.
고목 벚나무들이 줄지은 보도를 걸어 삼동교차로에서 충혼탑 사거리로 갔다. 우람한 메타스퀘어 가로수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쳐 자랐다. 거제로 옮겨가기 전에 교육단지 여학교 근무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집에서부터 아침저녁 걸어 다녀 주변 사물과 풍광이 눈에 익었다. 대상공원 북사면 학생과학체험관과 궁도장을 거쳐 창원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을 두어 바퀴 둘렀다.
천연잔디는 여름날 가뭄에도 스프링컬러를 가동해 싱그럽고 풋풋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아 야외 시설물까지 한시적으로 폐쇄시킨 상태였다. 창원실내체육관 앞에는 코로나 임시 선별검사소가 차려져 있었다. 정한 시간이 되면 재난문자 통보로 이상 증세 유무가 궁금한 이들이 선별검사소를 찾아오지 싶었다. 반송시장을 거쳐 아파트단지 농협 마트에 들려 시장을 봐왔다. 2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