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피를 빤 선형동물, 동백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그는 떨어져 꿈틀대는 빨간 벌레들을 널름널름 주워먹었습니다 나는 메스를 더욱 깊숙이 박았지요...... 마침내 그의 흉부가 벌어지며 동백꽃이 모가지째 콸콸 쏟아집니다 피 빨린 해골들도 덜걱덜걱 흘러나옵니다 엄마 목에 매달린 아가 해골이 방그레 웃습니다 앉은뱅이 해골이 팔다 남은 사과를 내밉니다 사과는 통째 곯았습니다 그가 번쩍, 눈을 부릅뜹니다 흘러나온 것들은 단숨에, 뱃속에 도로 집어넣습니다...... 나는 날마다 그를 죽일 궁리를 합니다 비대해져 살갗이 몸에 맞지 않게 된 그는 쪼가리 살갗을 들고 매일 내 방으로 옵니다 나는 그의 몸피에 새로 난 살갗을 재봉질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이 일로 생계를 꾸려가지요) 그의 몸은 가속으로 거대해져갑니다. 숱한 살갗을 어디에서 벗겨 오는지 알 수 없지만 언제나 싱싱한, 피냄새가 묻어 있습니다...... 오늘밤 나는 그를 죽일 겁니다 그는 내게 남은 마지막 진피를 원할 테지요 달콤한, 자장가를 부르며 사타구니 살갗을 벗겨내겠지요 내일이면 그는 핑크빛 합성피부를 가져와 손수 박음질해 줄 겁니다 리드미컬한, 노동요를 부르며, 나는 보너스를 받겠지요 한아름 붉은 동백꽃도 받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또 한번 그를 죽였습니다
나를 고소할 수 있는 법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내 혀는, 그의 입 속에, 비굴하고 착하게 갇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