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을 상동에서 캐오잖아요. 근데 그 상동이 어딘가요?’ ‘중국으로 알고 있습니다.’ ‘덕분에 많이 알아갑니다!’
그 언젠가는 분명 외웠을 법한 ‘상동-텅스텐’. 근래에는 중학교 1학년 때 배우는가 보다. 포털 사이트 네이○를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중1 시험, 중1 과제, 중1 사회 등의 연관어가 보인다. 학생들, 공부 열심히 하는 것 같아 흐뭇하다.
그런데 문제는 저처럼 마뜩찮은 대화가 ‘지식IN’의 첫번째 문답으로 대문짝하게 나온다는 점이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 ‘상동-텅스텐’ 대신 ‘영월-중석’이라고 보기에 나온다면 제대로 고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게 우리가 배운 지리였다. ‘양은 적지만 그래도 종은 많다’는 자부심에 더 이상 생산도 하지 않는 광물의 분포지를 어디인지도 모른 채 외워야했던 것이다. 외울 것 투성이인 ‘지리한’ 과목이라는 인식은 이렇게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살아있는 지리 교과서’는 지리에 대한 호감도가 이처럼 떨어진 원인으로 기존 교과서를 꼽는데서 비롯한다. 지구의 물리적 특성에서부터 지형과 기후, 식생, 나아가 지역의 역사, 인종, 언어, 종교, 문화, 경제 등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한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3D 안경과도 같은 것이 바로 ‘지리’인데, 현재의 교과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수업이나 시험은 결코 그렇지 못한 채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례로 수단의 지도 종교 분포도와 자원 분포도를 살펴보자. 수단 북부는 이슬람교 비율이 높고, 남부는 상대적으로 크리스트교 비율이 높다. 실제 북부에는 피부가 흰 아랍계 사람들이, 남부에는 피부가 검은 비아랍계 사람들이 살아간다.
살짝 인 긴장감은 자원 분포도에서 더 고조된다. 석유 생산지는 남부 지역에 집중된 반면,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반되는 종착지 수출항 ‘포트수단’은 북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인종, 종교, 자원 등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소재들이 한데 모여 있는 셈이니, 싸움이 없을 수 없다.
실제 1956년 영국에서 독립한 수단에서는 인종과 종교 차이로 인한 내전이 2005년에서야 종식됐다. 20여년간 걸친 내전은 2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참혹했다. (최근 큰 감동을 준 고 이태석 신부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의 배경이 바로 이 남부 수단이다.)
단 두장의 지도로 이와 같은 세상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살아있는 지리 교과서’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낱낱이, 파편화된 지식만을 외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딛고 있는 세계를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리 지식을 선보이려 한다.
대안 교과서를 표방하는 ‘살아있는 지리 교과서’는 전국지리교사연합회 교사들의 지원을 받은 9명의 교사가 3년여간 집필했다. 1권은 자연지리, 2권은 인문지리를 담았다.